20년 끈기로 탄생한 코오롱 '인보사'···혁신 신약 도전

[K-바이오 세계에 서다_코오롱생명과학편] 이우석 대표이사·김수정 연구소장
"2023년 미국 품목허가 목표···세계 유전자치료제 상위 10위 기업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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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정 기자 - 2019.01.15

제약 업계에 K-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국산 바이오 신약의 미국 품목허가와 글로벌 임상3상 완료·돌입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종 신약이 세계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오랜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본보는 지난 십수 년 간 줄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의 주역들을 만나 회사 성장 비결과 후발 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이우석 대표는 산업자원부 이사관을 명예퇴직하고 2000년 전자상거래 회사 코리아이플랫폼을 창업하면서 경영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사진=윤홍기 사진작가>이우석 대표는 산업자원부 이사관을 명예퇴직하고 2000년 전자상거래 회사 코리아이플랫폼을 창업하면서 경영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사진=윤홍기 사진작가>

서울대와 캘리포니아대학교(UCLA)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과해 산업자원부 장관 비서관까지.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의 전직은 중앙부처 공무원이었다. 최연소 승진에 고위직을 맡으며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40대 초반에 공무원을 그만뒀다. 나름대로 그려 둔 큰 그림이 있었다.

"처음부터 장관이나 차관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간 적절한 때가 되면 민간에서 일할 계획이었어요. 역동적인 경영인의 삶을 꿈꿨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경영인으로서 첫발은 기업 간 전자상거래 회사 창업이었다. 직원 다섯 명 외에 가진 것 없이 출발한 회사를 이끌며 이 대표는 처음으로 경영의 쓴맛을 봤다.

이후 회사가 코오롱 그룹에 인수되면서 이 대표와 코오롱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08년 코오롱제약, 2012년 코오롱생명과학, 2013년 코오롱티슈진 대표에 차례로 선임됐고, 현재 세 기업을 이끌고 있다.

◆ 끊임없는 배움과 소통만이 살길

코오롱생명과학에 취임했을 당시 이 대표의 어깨는 무거웠다. 한창 진행 중이던 인보사의 국내 임상 3상을 마무리 짓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하는 임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그는 "인보사는 코오롱 그룹 이웅렬 전 회장님께서 바이오신약의 황무지 시기인 1999년부터 포기하지 않고 투자해 온 코오롱의 미래였기에 부담이 컸다"고 고백했다.

게다가 그는 이 분야 전공자도 아니었다. '바이오'는 외국어처럼 낯설었지만, 그는 끊임없이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폭넓게 듣는 것을 누구보다 즐기고 잘할 수 있었다.

"기업 CEO는 1만 시간의 노력을 들여 그 업종에 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고들 하죠. 하루아침에 도달할 순 없었지만, 이에 버금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내·외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묻고 듣는 과정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요."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오픈 잇(Open it), 소통, 팀워크' 세 가지를 경영철학으로 삼고 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모든 문제, 특히 까다롭고 불편한 일일수록 솔직하게 꺼내놓고 문제의 핵심을 찾은 후, 내·외부 소통으로 해답을 찾아 실행하는 문화를 만들어왔다. 공무원 시절 늘 새로운 문제에 대처했던 훈련이 경영에 도움이 됐다.

◆ 국내 생명윤리법 고비 넘고 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인보사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의 국내 첫 신약이다.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유전자치료제는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몸에 투여한다. 인보사는 둘의 특징을 합한 것으로, 세포에 관절염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도입한 후 환자에 투여하는 주사제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분야인 만큼 회사가 넘어야 할 산도 많았다. 이 대표는 그중 국내 품목허가를 앞두고 맞았던 위기를 이야기했다.

"2015년 인보사의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데이터를 정리해 품목허가 상담을 하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갔어요. 그런데 식약처는 당시 국내 생명윤리법 규정에 따라 세포유전자치료제에 의약품 품목허가를 낼 수 없다고 통보했어요. 하늘이 무너지고 앞이 까매졌죠."

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관련 협회·국회의원·정부 관계자·언론인 등을 찾아다니며 규제의 부당함과 법 개정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후 2016년 생명윤리법이 개정됐고 이듬해 7월 인보사는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해 11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인보사의 시술 건수는 출시 9개월 만에 1500건에 달했고, 조만간 매출 1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정 바이오신약연구소장(왼쪽)과 이우석 대표. <사진=윤홍기 사진작가>김수정 바이오신약연구소장(왼쪽)과 이우석 대표. <사진=윤홍기 사진작가>

◆ 2023년 미국 품목허가 목표···세계서 인정받도록

국내에 인보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코오롱생명과학은 작년 10월 미국에서 임상 3상 환자에 투약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있었다. 2015년 FDA(미국식품의약국)로부터 '임상보류(clinical hold)' 지시가 내려졌다. 임상 3상에 사용할 약의 제조공정이 임상 2상에서 사용한 것에서 변경됐기 때문에, 두 약이 같은지 증명할 때까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통보였다.

"예상한 일이었고 당연한 요구였어요. 다만, 이를 풀어내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바이오신약에서 제조공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임상보류는 2018년 7월 해제됐다. 앞으로 약 4년을 더 투자해 2023년 말에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받는 것이 코오롱 그룹의 다음 목표다. 이 대표는 "미국 품목허가는 인보사가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라며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의 혁신 신약(First-in-class)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바이오신약, 사내 효자 사업으로 변화 중

"이제 많은 사람이 코오롱생명과학을 바이오신약 기업으로 알아줍니다. 유전자치료제 허가품목을 보유한 선구적인 회사로 말이죠."

인보사를 비롯한 바이오신약 분야가 급성장하며 회사의 주력 분야는 바이오신약으로 옮겨가고 있다. 2012년 이 대표가 부임할 때만 해도 매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효자 사업은 원료의약과 환경소재였다. 여기서 번 돈이 바이오신약에 투자됐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원료의약과 환경소재의 사정은 어려워졌지만, 바이오신약 R&D에 쓰이는 비용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 대표는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은 불가피한 성장통"이라며 "바이오 분야의 자력으로 수익을 내고 투자를 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 세계 유전자치료제 상위 10위 기업 향해

이 대표의 목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유전자치료제 상위 10위 기업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성사시키고 국내에서는 후속 파이프라인을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영역을 특화하는 일도 구상 중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적용증을 어깨나 골반으로 확대한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코오롱생명과학은 유전자치료제를 전문으로 연구해 두 기업이 상승효과를 내는 구조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 몸담으면서, 바이오신약은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며 국가 미래를 책임지는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국내 바이오신약 기업인으로서 국가에 바라는 점은, 바이오신약 인력양성·정책·인프라 구축 등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가 많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실 모습. 바이오신약연구소를 이끄는 김수정 소장은 "기술을 수출할 때는 기업의 재무적 상황, 기술 단계, 파이프라인 성격 등을 정확히 진단한 후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잠재 파트너사를 만나면 처음부터 원하는 바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코오롱생명과학 연구실 모습. 바이오신약연구소를 이끄는 김수정 소장은 "기술을 수출할 때는 기업의 재무적 상황, 기술 단계, 파이프라인 성격 등을 정확히 진단한 후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잠재 파트너사를 만나면 처음부터 원하는 바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인터뷰] 김수정 바이오신약연구소장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난치성' 질병 공략


김수정 바이오신약연구소장은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8년간 바이로메드에서 연구하다  2010년 코오롱생명과학 수석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17년 상무보에, 작년 말에는 상무에 임명됐다. <사진=윤홍기 사진작가>김수정 바이오신약연구소장은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8년간 바이로메드에서 연구하다 2010년 코오롱생명과학 수석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17년 상무보에, 작년 말에는 상무에 임명됐다. <사진=윤홍기 사진작가>
인보사가 국내에서 활약하고 미국 임상 3상에 돌입한 지금, 김수정 소장은 그다음을 준비한다. 김 소장은 "그동안 인보사가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과정에 함께했다"며 "이제 인보사의 뒤를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새로운 임무"라고 말했다.

인보사와 후속 파이프라인은 종류가 다르지만, 개발 전략은 같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기술로 치료할 수 있으면서 기존 치료제가 없는 질병'만을 공략하는 것이다.

◆ 최초라서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

연구소는 그중 난치성과 노인성 질환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환자는 있으나 기존 치료제로 해결할 수 없는 질병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고 충분히 질병의 특성과 접근방법을 연구한 후 임상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타깃은 과감히 버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파이프라인 발굴은 처음부터 경쟁이 없는 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이후에도 타 기업과 경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보사 역시 퇴행성관절염 환자 중 3개월 동안 어떤 약으로도 치료 효과를 못 본 환자로 타깃이 확실했다.

김 소장은 "최초 또는 최고의 약을 만들려다 보니 참고할만한 것은 적고 처음 부딪히는 문제는 많다"며 "도움을 얻고 싶은데 국내에는 자문 받을 사람이 없어 해외로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 소장이 코오롱생명과학에 온 후 발굴한 파이프라인 중 일부는 사라졌고 일부는 지금까지 남아 신약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그중 연구가 한창인 KLS2031, KLS3020, KLS1010 세 개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다.

가장 진도가 빠른 KLS2031은 난치성 신경병성 통증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신경이 손상되어 생기는 병적 통증, 예를 들면 살짝 아프고 말 자극에 크게 반응하는 증상을 타깃으로 한다. 통증 원인은 여러 가지라 한 방법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김 소장은 "우리는 세 가지 유전자를 사용해 복합기전으로 치료제를 만들 계획"이라며 "동물에서 약 효과가 나타나 임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KLS3020은 종양살상바이러스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정상세포를 최대한 죽이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죽이는 바이러스에 살상 기능을 강화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현재 비임상 실험과 임상을 위한 약 생산을 진행 중이며 올해 임상승인을 신청하는 게 목표다.

KLS1010은 치료용 암백신이다. 암백신에는 암 항원이 들어있는데, 몸에 주사하면 인체 내 면역반응을 유도해 암 항원을 가지고 있는 세포를 치료한다. 그는 "치료 효과가 큰 전달체를 만들고 여기에 암 항원을 넣어 면역 반응과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초기 단계이니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비임상과 임상도 진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10명이었던 연구원은 인보사가 성과를 거두고 후속 파이프라인이 속도를 내면서 50명이 넘었다.

◆ 신약 연구자와 워킹 맘에게···"버티고 넘어서라"

김 소장은 바이오기업 연구원에서부터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소장에 이르기까지 '연구원'과 '엄마'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놓지 않았다. 그도 다른 직장인 부모처럼 어떻게 자녀를 돌볼지 고민이 많았다. 김 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첨단바이오의약품 연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같다.

"인보사가 국내 품목허가를 받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넘어섰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죠.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고, 진도가 느려 답답할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호흡을 길게 가지고 포기하지 마세요."

김 소장의 목표는 10년이 걸리더라도 후속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진행해 약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인보사가 성공을 거두면서 후속 파이프라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 날이 일생에 한 번이라도 있다면 정말 큰 영광이죠. 단순히 신약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정말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잘 팔리는 신약을 만들려 합니다. 우리가 연구한 신약으로 1조원을 벌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신약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가 함께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제작한 CoGIB 성공사례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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