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편견 깬 신라젠, 바이오 주식 열풍 주역으로

[K-바이오 세계에 서다_신라젠편] 문은상 대표이사·최지원 연구소장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 2020년 임상 3상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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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정 기자 - 2019.01.13

제약 업계에 K-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국산 바이오 신약의 미국 품목허가와 글로벌 임상3상 완료·돌입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종 신약이 세계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오랜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본보는 지난 십수 년 간 줄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의 주역들을 만나 회사 성장 비결과 후발 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치과대학을 나온 문은상 대표는 유학 시절 암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완치된 사례를 알게 되면서 바이러스 치료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주주로서 신라젠과 인연을 맺었고 혁신적인 신약을 만들고 싶어 3년 뒤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경영에 합류했다. <사진=신라젠 제공>치과대학을 나온 문은상 대표는 유학 시절 암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완치된 사례를 알게 되면서 바이러스 치료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주주로서 신라젠과 인연을 맺었고 혁신적인 신약을 만들고 싶어 3년 뒤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경영에 합류했다. <사진=신라젠 제공>
5년 전, 신라젠 대표이사로 부임한 문은상 대표는 여의도 빌딩 숲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부산 본사를 떠나 서울에 작은 사무실을 얻은 문 대표의 일상은 IR 자료를 가방에 잔뜩 챙겨서 증권가, 벤처캐피탈 관계자, 의사 등을 가리지 않고 만나는 것이었다. 회사 자금 확보가 절실했다.

"안녕하세요. 신라젠에서 나왔습니다." "신라..어디요?" 문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꼭 되물었다. 당시 '신라젠'은 증권가는 물론이고 제약·의약 업계에서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문 대표는 굴하지 않았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회사에 관심을 보이면 곧장 달려가 회사를 알렸다.
 
또 다른 걸림돌은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이었다. 무명이었던 신라젠만큼이나 '바이러스' 치료제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바이러스가 정말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문 대표가 신라젠에서 개발한 '펙사벡'을 설명하고 나면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 그는 펙사벡의 가능성, 시장 현황, 초기 임상 결과, 계획, 전략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렇게 한 홍보 활동 횟수는 300번이 넘는다.
 
포기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설득하자 자금이 모아졌다. 신라젠은 이 돈으로 모기업이었던 '제네렉스(Jennerex)'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글로벌 임상을 시작했다. 이후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하고 1년 만에 시가총액 3위를 기록했으며 주가가 최고 10배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라젠 주가의 급등이 2017년 하반기 국내 바이오 주식 열풍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창립 13년이 지난 현재 신라젠은 '17개국 임상 3상 개시 허가'라는 성과를 얻었다. 주식 시장은 2020년 발표될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를 기다리며 신라젠이 다시 바이오 시장을 뒤집을지 주목한다. 문 대표는 "험난한 길이었지만, 오래전부터 펙사벡의 개발과정을 지켜보며 미래를 확신했기에 지금까지 신약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시장 흐름 타고 도약 시작···미국 임상 3상 개시 성공
 
펙사벡의 역사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한다. 미국 토마스 제퍼슨 대학교의 의대 교수 2명이 암치료제 연구를 하던 중 유전자 재조합 백시니아 바이러스로 펙사벡을 개발했다. 이후 펙사벡의 상업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제네렉스가 간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과 여러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 성공했다. 신라젠은 2006년부터 제네렉스와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문 대표는 취임 직후 펙사벡의 권리를 가진 제네렉스 인수와 글로벌 임상자금 모집에 서둘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 확보였다.
 
"당시 의약계에는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허황된 이야기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다 2015년 글로벌 기업 암젠에서 개발한 헤르페스 바이러스 기반의 치료제 '임리직'이 시판 승인을 얻으면서 시장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많은 해외 바이오 기업이 항암 바이러스 개발에 진입하기 시작했죠."
 
투자 유치에 발품을 팔던 문 대표의 노력과 제약 시장의 변화가 만나 신라젠은 도약을 시작했다. 2014년 인수한 제네렉스의 사명을 '신라젠바이오테라퓨틱스(Sillajen Biotherapeutics)'로 바꿨고 1년 뒤인 2015년 미국 FDA로부터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 개시 허가를 받았다. 

신라젠은 부산에 본사가 있으며,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에 유전자세포치료연구소를, 서울 여의도에 지사를 두고 있다. <사진=신라젠 제공>신라젠은 부산에 본사가 있으며,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에 유전자세포치료연구소를, 서울 여의도에 지사를 두고 있다. <사진=신라젠 제공>
 
◆ 글로벌 임상 비결···미국 자회사와 해외 전문가 협력
 
신라젠은 펙사벡 개발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고 철저히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했다. 1순위 목표는 미국이었다.
  
만만치 않은 FDA의 허가를 받기 위해 신라젠은 임상 3상 과정을 설계하면서 국제 임상시험수탁기관 PPD와 세계 각국 간암 전문가의 검토를 받았다.
 
임상을 시작하고 나서는 미국 자회사인 신라젠바이오와 협력했다. 문 대표는 "글로벌 임상을 위해서는 FDA를 상대하고 임상 디자인을 수정할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신라젠바이오가 그 역할을 했다"며 "그 외에도 국내외 우수한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해왔던 것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글로벌 임상을 순조롭게 진행한 비결"이라고 밝했다.
 
그동안 다국가 임상을 경험한 문 대표는 과학적 데이터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그는 "대부분의 R&D 기반 바이오 기업들은 큰 매출이 없는 상태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다가 자금난에 빠지곤 한다"며 "아무리 후보물질이 뛰어나도 개발 초기부터 데이터를 충실히 쌓아 놓아야 자본 시장을 설득하는 등 다음 단계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도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 기업들과 동종 업계의 협력은 기본이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이전만 하면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해외 임상 경험 노하우를 시장에 전파하고 기업과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세계 두 번째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시판 목표
 
신라젠은 세계 두 번째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시판을 목표로 펙사벡의 임상 3상에 집중하고 있다. 문 대표는 "신약개발은 정말 긴 호흡이 필요한데 펙사벡은 임상 3상을 성공한다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좋은 결과로 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인류의 암 정복 역사에 큰 발걸음으로, 미래 인류가 대한민국의 신라젠을 기억한다.' 제 경영철학입니다. 펙사벡의 성공이 바이오 신약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안고 연구하겠습니다."

관리하는 국가 수에 비해 신라젠의 인원은 소박하다. 한국 본사에 70명, 미국 자회사에 30명 정도다. 문 대표는 "적은 인력으로 인해 생기는 부족함은 글로벌 임상시험 수탁기관과 여러 협력사를 활용해 극복한다"며 "이때 원활한 의사소통과 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신라젠 제공>관리하는 국가 수에 비해 신라젠의 인원은 소박하다. 한국 본사에 70명, 미국 자회사에 30명 정도다. 문 대표는 "적은 인력으로 인해 생기는 부족함은 글로벌 임상시험 수탁기관과 여러 협력사를 활용해 극복한다"며 "이때 원활한 의사소통과 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신라젠 제공>

 
[인터뷰] 최지원 연구소장
'펙사벡' 생존전략···경쟁 약과 손잡고 상승효과 노린다


"펙사벡 개발은 쉽지 않은 조건에서 시작됐으나, 2년 반이 넘은 지금 한국·유럽·아시아·미국·중국 등 17개국에서 임상 3상 개시 허가를 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지원 연구소장은 비교적 작은 벤처기업에서 글로벌 임상을 한다는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 한 번에 여러 국가 공략한다
 
최지원 연구소장은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바이오산업공학과 교수로 3년 간 재직하고 2016년 신라젠 연구기획팀에 합류했다. <사진=윤홍기 사진작가>최지원 연구소장은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바이오산업공학과 교수로 3년 간 재직하고 2016년 신라젠 연구기획팀에 합류했다. <사진=윤홍기 사진작가>
"약은 개발 단계마다 경쟁을 합니다. 임상 단계에서는 수많은 약 중에서 병원과 의사에게 선택되어야 환자 등록이 이뤄지죠. 벤처기업인 신라젠은 대형 제약사보다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 약을 신뢰하게 만들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신라젠이 택한 전략은 '동시다발적 접근'이다.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을 때까지 대기하지 않고, 곧바로 여러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했다.

최 소장은 "처음부터 각국 규제당국의 임상 절차에 맞춰 준비했다"면서 "국가마다 절차와 규제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인 펙사벡의 바이러스를 다루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펙사벡은 임상 3상 연구에서 종양에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주사형 치료제로 정맥·경구투여 약물보다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

그는 "임상에서는 해당 분야 전문의, 약사, 영상의학 전문가, 간호사 등 여러 전문 인력이 협력해야 하는데 이분들에게 약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약을 다루는 방법도 교육해야 한다"며 "17개국에서 이 과정을 밟는 일은 힘들었지만, 그 경험은 우리의 역량이 됐다"고 자신했다.
 
◆ 중국 허들 넘고 뉴질랜드서 예상 밖 성공
 
임상 허가 과정에서 가장 애를 먹인 국가는 17번째 개시국인 중국. 중국은 많은 간암 환자가 있어 신라젠이 특히 기대하는 시장이다. 
 
신라젠은 일찍이 중국에서 임상을 준비했지만, 규제 허들을 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최 소장은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은 전임상 단계 실험과 검체 분석 등 많은 과정을 본국에서 수행하라고 요구했고, 모든 의사·간호사와 대화할 때는 중국어를 사용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반면 뉴질랜드에서는 예상치 못한 진전이 있었다. 뉴질랜드에는 간암 환자와 펙사벡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아 한 개 병원에서 임상이 시작됐다.
 
"한 개 병원을 위해 인력을 투입해 임상연구를 이어갈지 고민이 많았는데 병원 연구책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현재까지 가장 많은 환자를 등록시켰어요. 임상의의 열정과 약을 이해하는 것이 임상 연구에서 중요함을 보여준 사례죠."
 
◆ 펙사벡+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 도전
 
신라젠의 또 다른 전략은 공동연구다. 신라젠은 2017년부터 펙사벡과 타 제약사의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이하 ICI)의 병용요법 임상에 돌입했다.
 
ICI는 무력화된 면역세포의 공격성을 회복시키는 차세대 면역 항암제다. 최 소장은 "면역관문억제제 단독요법으로는 획기적인 반응률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항암바이러스 제제와의 병용요법에서 반응률과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효과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펙사벡과 ICI의 병용 투여가 상승효과를 낼지 연구 중이다. 그는 "최근 항암 치료계는 단독 요법이 아닌 병용 치료를 위해 협력하는 추세"라며 "우리는 ICI를 경쟁 약물로 생각하기보다, 이를 활용해 펙사벡의 치료 효능을 높이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밝혔다.
 
현재 펙사벡과 아스트라제네카사·리제네론사의 ICI 병용 임상이 각각 대장암과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연구소는 펙사벡과 다른 바이러스 균주로 제조된 차세대 바이러스 'JX970'도 개발하고 있다. 최 소장은 "차세대 바이러스 연구를 진척해 임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가 함께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제작한 CoGIB 성공사례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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