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규의 日신문분석③] AI 접목된 로봇, 고객 마음까지 읽어
출퇴근 러시아워 사라지며 시간 활용 고민 생길 수 있어
로봇의 역사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서 유럽에서 제작된 기계인형, '오토마타(automata)'나 일본의 에도(江戶)시대의 전통인형 '가라쿠리 인형' 등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분신의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20세기에 들어와서 1954년 미국에서 물건을 붙잡거나 옮겨놓는 로봇 특허가 출원되면서, 산업형 로봇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됐다. 제2차대전 중에는 피드백 제어 중심의 제어기술이 발달하면서, 보다 정확한 동작이 가능해졌다.
현재 일본 정부는 AI, 센서 등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로봇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전화, 스마트 홈 등 모든 것을 로봇화하는 '로봇 신전략'을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전략의 성과는 2020년 동경 올림픽 기간동안 로봇 대국의 면모를 쇼윈도로 전세계인에게 보여 준다는 구상이다.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신년 특집 '테크 2050 신행복론' 4일 자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로봇'과 3차원 이동수단인 '자동차 비행기'를 다뤘다.
◆ 로봇이 고객의 마음을 읽는다
"사실은 현금 카드를 잃어버려서···."
"안 됐군요. 하였튼 빨리 정지시켜야 하겠군요."
화면의 여성이 고객의 질문에 응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AI). 호주 뉴질랜드 은행(ANZ)이 도입한 디지털 도우미 '제이미'의 모습니다.
상대가 난처해 하고 있는지, 화를 내고 있는지, 표정이나 대화 내용에서 감정을 분석한다. 때문에 고객에게 스트레스를 안겨 주지 않는다. 제이미 서비스를 이용한 50대 남성은 "기분을 헤아려 준다"며 만족해 한다. '제이미'는 반년 동안 5만 건의 대화를 소화해 냈다.
◆일자리에도 '스마일 곡선'
근대자본주의는 노동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금욕적인 자세를 미덕으로 장려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웨버는 20세기 초에 발표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러나 AI나 로봇이 보급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전제가 달라진다. 사람은 대부분의 노동과 작업에서 해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요구되는 노동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디자이너인 레이 이나모토는 "사람이 하는 일은 0⟶1로 9⟶10으로 수렴하여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리에 비유하면, 일반적인 요리(1⟶9)는 없어지고, 메뉴의 고안(0⟶1)과 최종 마무리(9⟶10)만이 남는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제품 생산의 시작인 개발, 마무리인 판매·서비스가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중간 부분에 해당하는 조립의 가치는 낮다고 전제한다. 선으로 연결하면 사람들이 웃고 있을 때의 입언저리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마일 커브'로 명명된 이 법칙이 사람의 업무에도 그대로 들어맞게 된다.
자동차 업계는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하는 동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자동자동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볼보 자동차는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처럼 쾌적한 자동차를 2030년에 실용화 할 예정이다.
멜텐 레벤스텀 상급 부사장은 "이동으로 허비하고 있던 시간을 되찾는다"고 말한다. 기계의 고기능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그 만큼 늘어난다. '근면은 선'이라는 가치관이 당연시 되던 시대는 역사적으로 보면, 그다지 오래된 것은 아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은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또 많은 노동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급료뿐만 아니라 '노동은 고귀하다'는 가치관으로 노동자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 3차원 이동 '자동차 비행기'
직장인의 대다수는 통근 러시아워로 어려움을 겪는다. 현대사회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비행기'가 이동의 3차원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도쿄에서도 만원 전차를 탈 일이 줄어들 것이다."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 '비마나 글로벌(VIMANA Global)'의 보리소프(Borisov) CEO는 실증실험의 현상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예상한다. 비마나가 개발 중인 자동차 비행기는 표준형으로 4인승이다.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수직으로 이착륙하기 때문에 활주로가 없는 장소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파일럿은 없고, 자동시스템이 다른 기체와 통신하면서 충돌을 회피한다. 시험제작기로 시험비행 중이며, 2020년 이후에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대도시의 아침, 저녁은 자동차가 정체를 일으키고 전철은 통근·통학생으로 넘쳐나고 있다.
"이동수단(mobolity)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이행하는 것은 필연이다." 보리소프 CEO는 지상의 인프라가 포화된 후에 보급되는 것은 공중을 포함한 3차원 공간의 이동으로 확신한다.
미국 보잉이나 유럽의 에어버스부터 라이드 쉐어의 우버 테크놀로지, 중국의 이항(EHANG)까지 자동차 비행기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많다.
2050년 고개를 들고 올려다 본 공중에는 다수의 자동차 비행기가 왕래하는 광경이 현실로 될 가능성이 크다. 무인 운전의 자동차 비행기가 사무실까지 데려다 주기 때문에 통근시간은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오늘날 도쿄에서 일하는 사람의 평균 통근시간은 40분 정도. 이 시간에 온라인 학습을 할 것인가, 영화를 볼 것인가, 자기 연마 시간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라이벌과의 차이가 벌어진다. 미래는 '통근 러시아워'에서 해방되며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길 지도 모른다.
◆ 하원규 박사는
하원규 박사는 도쿄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사회정보학 박사를 마쳤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정보연구정책실장, IT정보센터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슈퍼 IT 코리아 2020' '꿈꾸는 유비쿼터스 세상' '제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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