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주기율표·아폴로 달탐사·일반상대성이론 증명 100년 등
UN '국제 주기율표 해'로 지정, NASA 기념주화 달 축제 등 마련
미시부터 거시세계까지 돌아 볼 국내외 행사 다채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올해는 과학계에 의미가 크다. 수소와 헬륨으로 시작하는 원소주기율표 150주년,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 디딘 아폴로 달탐사 50주년, 상대성이론 증명 100주년 등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빅히스토리들이 한세기, 반세기를 맞는다.

인류는 과학적 발견과 발명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주기율표가 시작되며 과학계의 연구 속도가 빨라졌고 산업도 급속하게 발전했다. 구소련의 1957년 스푸트니크 1호 발사를 시작으로 1969년 미국의 아폴로11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다. 오늘날 인류는 화성 내면 탐사까지 진행하며 우주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개념으로 인류의 과학적 지식을 한차원 높였다.

전 세계가 통일한 단위는 과학적 연구성과를 축적하는 발판이 됐으며, 과학자의 호기심은 육지를 넘어 하늘로, 더 나아가 우주로 확장됐다. 국내·외에서 과학계 빅히스토리를 기념하는 행사들이 준비된다. 작게는 원소부터 천문, 우주까지 거대 이벤트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주기율표 150년', 우주 대폭발 이후 원소 118가지로

원소의 탄생은 137억년전 우주 대폭발 이후 탄생한 별의 내부에서 수소의 핵융합 반응으로 헬륨, 탄소, 산소, 네온, 규소, 철 등 물질이 생성됐다. 별이 진화하며 초신성 폭발로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되며 우주로 흩어지게 된다.

일상에서는 연필의 재료인 흑연 덩어리를 작은 조각으로 잘게 쪼개면 탄소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자동차 연료는 탄소, 수소 등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원소단위, 특성별로 분류한 것이 바로 '주기율표'다. 

주기율표는 지난 1869년 러시아 화학자인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가 만든 이래 올해 제정 150년을 맞는다. 주기율표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118가지 원소가 담겨 있다. 약 90여 개만 천연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남은 20여 원소는 핵화학자들이 고에너지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다.

주기율표가 만들어지면서 처음으로 원자 크기에서 물질을 직접 다루고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원자 수준에서 물질을 통제하고 연구하게 되면서 플라스틱, 배터리, 컴퓨터, 촉매제 등 산업이 발달했다. 원자 발견을 통해 미지의 세상을 개척했던 미국, 독일, 러시아, 일본 등 과학 선도국이 현재도 새로운 원자 발견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UN(국제연합)은 지난해 12월 UN 회의에서 올해를 '국제 주기율표의 해'로 지정했다. 주기율표 150주년을 맞아 UNESCO(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오는 29일 기념 행사를 연다. 노벨상 수상자 강연부터 지난 역사 회고, 지속가능한 주기율표 발전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UNESCO 기념행사 링크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주기율표는 과학적·화학적 의미를 넘어 복잡해 보이는 세상을 과학적이고 규칙적으로 분류한 것"이라며 "단지 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나폴레옹이 정복 전쟁 당시 미터법을 국제표준으로 삼은 것을 가리키며 "당시 제국을 꿈꿨던 프랑스의 꿈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 미터법이 존재한다"면서 "새로운 원소를 찾아 인류의 표준이 된다는 것은 대대로 우리의 혼과 국력을 남긴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UNESCO는 올해를 '국제 주기율표의 해'로 지정하고 기념행사를 연다.<자료=UNESCO 홈페이지>
UNESCO는 올해를 '국제 주기율표의 해'로 지정하고 기념행사를 연다.<자료=UNESCO 홈페이지>
◆천문·우주 행사 풍성···美서는 아폴로 50주년 기념 행사 지속

거대 세계인 천문·우주 분야에서는 상대성이론 100주년, 국제천문연맹 창설 100년, 아폴로 11호 달착륙 50주년 관련 행사가 잇따른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미국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이 예고돼 있다. 아직 NASA(미항공우주국) 주관 행사는 없지만 기념주화 발행부터 갈라쇼, 달축제 등이 준비되고 있다.(아폴로 50주년 기념 행사 링크)

우주 탐사 전문가들은 아폴로 50주년을 보면서 한국 우주개발 전략을 되새겨보고,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냉전시대에 우주에 도전했다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우주 분야에 전폭적인 지지와 전략적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가가 뜻을 세우고 자원을 집중해 우주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를 만든 부분을 되새겨보며 국가 우주개발의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식 前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은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 이후 달을 심우주(Deep Space)로 향하는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면서 "달 착륙이 빈번해지고, 광물탐사 산업체도 활성화되면서 달의 가치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에서도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개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폴로 11호 달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주화도 발행될 예정이다.<사진=US MINT 홈페이지>
아폴로 11호 달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주화도 발행될 예정이다.<사진=US MINT 홈페이지>
천문 분야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증명 100주년'이 주목할 만하다.

아인슈타인은 지난 1916년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3년 후 천체물리학자 에딩턴은 개기일식 촬영 사진으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빛도 휘게 만들고, 별들이 실제 보이는 위치와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아인슈타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대국민홍보팀장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증명은 천문학 현상을 활용해서 이론을 뒷받침하고, 관측기술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을 수성과 태양의 위치를 활용해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국제천문연맹(IAU)은 창설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천문기관, 천문학자, 아마추어천문인들과 과학문화 행사를 연다.

연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창립한 천문학 분야 세계 최대 규모 국제학술단체로 107개국 1만 4000여명의 천문학자 회원으로 구성됐다.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천문학을 위한 '모두의 밤하늘 100년(IAU100: Under One Sky)'을 주제로 100여개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국가위원회와 천문우주 과학문화 확산 활동에 나선다.

한국에서는 한국천문학회(회장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하는 국제행사는 내년 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펼쳐질 '100시간 천문학'이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100시간 동안 각국 시민들에게 천체관측 기회, 강연, 전시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소셜미디어로 천문대에서의 천문학자 생활을 소개할 예정이다. 행사의 구체적인 정보는 100시간 천문학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해 중력과 블랙홀 등과 관련한 최신 천문학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아인슈타인 학교 ▲교사들을 위해 천문학 실험 도구나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열린 천문학 학교 ▲빛공해 문제와 인식을 위한 어두운 하늘 프로젝트 등이 펼쳐진다.
 

IAU(국제천문연맹) 창립 100주년 기념 로고.<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IAU(국제천문연맹) 창립 100주년 기념 로고.<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국내서는 원자력연 설립 60주년 주목···"한국형 원전으로 에너지 자립"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도입 60주년을 맞는다. 원자력연은 지난 1959년 2월 3일 설립된 이래 원전 기술 자립부터 원전 부품의 국산화, 한국형 원전 건설, 원전 기술 수출까지 이뤄냈다. 기술 불모국이었던 한국은 반세기만에 기술 도입국서 기술 수출국으로 탈바꿈했고, 에너지 자립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원자력은 설립 60주년을 맞아 오는 4월 9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기념식을 갖는다. 지난 60년을 돌아볼 수 있도록 4월부터 두 달간 '원자력 특별성과전시회'도 마련했다. 학술 워크숍, 안전 간담회, 원자력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을 통해 지난 60년을 돌아보고,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소개할 계획이다.   

류건중 前 원자력연 박사는 원자력연 설립 60주년의 의미를 에너지 독립국의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류 박사는 "원자력연은 기초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기술자립과 기술수출까지 이뤄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에너지 기술 자립을 위해 연구소의 고급인력이 투입됐고, 해외 연구자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나라가 독립국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에너지 자립은 필수"라며 "원자력연은 해외에서 원자력 기술을 배워왔고, 국가 에너지 자립을 가능케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30년만에 재정의된 국제단위도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는 질량의 기준인 킬로그램(kg), 전류의 암페어(A), 절대온도의 켈빈(K), 물질의 양인 몰(mol) 등 4개 단위를 플랑크 상수, 볼츠만 상수 등 고정된 값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측정 단위는 오는 5월 20일부터 '불변의 단위'가 된다. 단위 재정의로 원자와 전자 수준의 측정이 가능해지고, 정밀측정을 구현해 첨단 과학·산업 발전을 가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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