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 7년, 기존 기술로 '스마트 로봇' 장애인 새삶

[과학청년, 부탁해㊽]우현수 기계연 박사, 스마트 로봇의족 상용화
상용화 기업 30곳 발품··의료·재활 로봇 연구로 사회 기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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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기자 - 2019.01.14

외산 로봇의족 1기당 가격은 1억원. 해외에서는 정부 보조금이나 보험으로 이 장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1억 9800만원+@ 수준. 정부 보조금 200만원을 제외하면 국내에서는 보험 혜택을 적용받기도 어렵다. 

게다가 의족은 개인 신체 특성과 보행 유형을 분석해 맞춤형 제작이 필요하다. 외산 장비가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 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의족을 제작해야 했다. 

때문에 국내 장애인이 로봇의족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최근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진이 기존 기계기술을 결합해 비용을 4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하고, 성능은 향상한 스마트 의족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연구실 연구자들과 협력해 이를 이끈 우현수 박사. 우 박사는 따뜻한 기계기술로 공학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가치를 제고시키겠다는 신념을 가진 젊은 연구자이다.  

우 박사팀은 최근 연구소 기업 오대를 설립하고, 스마트로봇의족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절단 장애인들이 마치 '내다리'처럼 보다 편하게 걷고, 장비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기계연의 우수한 기술을 활용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하는 그를 만나 과학자가 되기까지 과정과 기술 상용화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우현수 박사는 '젊은 과학은 열정'이라고 적었다. 연구에서 동기를 찾고, 이에 대한 열정을 다하면 성과가 따라온다는 것이다.<사진=강민구 기자>우현수 박사는 '젊은 과학은 열정'이라고 적었다. 연구에서 동기를 찾고, 이에 대한 열정을 다하면 성과가 따라온다는 것이다.<사진=강민구 기자>

◆박사만 '7년'하며 진로 고민···기존 기술 모아 상용화 연구

"초·중학교 시절 큰 목표나 꿈이 없었어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죠. 과학고에 이어 KAIST에 진학하면서 남들이 선택하는 과정을 따랐습니다."

우현수 기계연 박사는 일반 연구자처럼 정해진 길을 따랐다고 소회했다. 과학고에 진학한 우 박사는 KAIST 출신 연구자들의 천문·물리 강연을 들으면서 자연과학에 호기심을 가졌다. 물리학을 진리로 탐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이론보다 무엇인가를 작동시키고 구현하는 일에서 적성을 찾아 대학 전공으로 기계공학과를 선택했다.

대학원에서 박 박사는 이두용 KAIST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의료로봇공학 분야에서도 주로 의료로봇과 VR과의 상호작용, 햅틱 연구를 수행했다.

순탄할 것으로 생각했던 길은 쉽지 않았다. 우 박사는 학업에 동기부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학사 이후 지속해서 학업에 나선 그와 달리 오히려 외부에서 경험을 쌓고, 학위과정을 수행하는 이들이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냈다. 학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만 7년을 보냈다.

우 박사는 "석·박사 진학 후 진로를 고민하며 동기부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연구 주제가 확실하지 않고, 해가 가면서 조급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학위를 받은 그는 KAIST 기계기술연구소에서 포스닥을 거쳐 기계연에 입사했다. 당시 기계연 분원이 설립되면서 1년여만에 대전에서 대구로 둥지를 옮겼다.

분원 설립은 우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에게 기회였다. 센터 내부 연구 과제로 2~3년 동안 과제 탐색 지원을 받아 재활로봇연구를 수행한 것이 기술상용화의 초석이 됐다.

센터에 인력이 충원되면서 하드웨어, 신경연구 등을 아우르는 차별화된 연구를 해보자는 팀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어 의족, 의수, 로봇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공익적 측면을 강조하며 스마트 로봇 의족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의수나 거대 연구로 경제성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이러한 내부 반대 여론을 이겨내고 스마트로봇 의족 연구가 개시됐다. 초기에는 과제 평가점수도 좋지 않았다. 외국제품을 모방해서 시작했고, 임상시험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기존 기술들을 접목해 고유한 모델을 만들고, 시험 자료가 축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우 박사도 과제 2년차에 합류하면서 관련 연구를 주도했다. 

우 박사는 "국내에서 그동안 스마트로봇의족이 상용화되지 못했던 것은 경제성이나 시장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의족은 장애인 개별 입장에서 중요한 일이며, 국내 기술로 보다 많은 장애인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시장성을 포기하고 도전했던 것이 당시에는 어려웠지만, 훗날 차별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가 스마트로봇 의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우 박사가 스마트로봇 의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장애인 직접 만나고 연구···기술 상용화 위해 30여 곳 찾기도

"장애인이 의족을 착용하고, 만족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시험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해볼 수 있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우 박사는 다수의 장애인을 만났다. 처음에는 나서는 병원 파트너가 없어 지인에게 부탁해 어렵게 부산 소재 병원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성과가 나오면서 충남대 병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실험에는 5명 이상의 장애인이 참여했고, 40~50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진행됐다. 상당수 피드백은 제품에 반영했다. 이들이 해외와 달리 국내 환자들이 해외 장애인보다 타인 시선을 신경쓰는 것을 보면서 이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장애인들은 우 박사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생업을 잠시 포기하면서 실험에 함께 해주는 이들을 보면서 우 박사는 보람을 찾고, 제품을 더 좋아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주변에서 과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제품 상용화에 몰두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연구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연구결과는 축적됐지만 상용화는 또 다른 걸림돌이 많았다. 실제 기술을 제품화하기 위해 기업을 만들어야 했지만 나서는 곳이 없었다. 

우 박사는 "상용화를 위해 파트너를 찾았고, 1년 동안 30여군데 의료 분야 회사, 협회를 찾아다니며 세미나도 했지만 나서는 곳이 없었다"라면서 "포기하려던 찰나 차량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우대금속의 제안으로 연구소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대금속 회장이 우 박사와 통화하며 회사 이익 창출이 안정화되었으니 이제는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시장이 크지 않고, 초기에는 국내 보급 위주라는 한계에도 우 박사팀을 적극 지지했다.

현재 완성된 시제품은 목함지뢰로 다리를 잃은 김정원 중사에게 기증했다. 평지나 계단에서도 동작할 수 있고, 완성도도 높지만 울퉁불퉁한 길이나 눈길 등 돌발 상황 대처 등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 개별로 보행 패턴을 분석해 의족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자동화도 필요하다. 우 박사팀은 보행 데이터를 모아 딥러닝으로 분석·활용하고, 연구소기업과 공동 과제도 진행할 계획이다.

우 박사의 롤모델은 휴 허 MIT 교수. 어렸을 때 사고로 다쳐 얻은 장애를 극복하고 대학 교수로 활동하며 직접 로봇의족을 연구하는 그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우 박사는 휴 교수처럼 앞으로도 발목, 무릎 등 신체 부위로 연구영역을 확장하며 장애인들을 위한 로봇 의족을 개발하고 다빈치 로봇처럼 수술 로봇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학의 공익적 역할을 알리는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젊은 과학꿈나무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돈도 중요하지만 보람을 찾는 것의 소중함도 알리고 싶습니다."

◆우현수 기계연 박사는?

인천 출생이다. 고향의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의 경기를 시청하는 것을 좋아하고, 수영도 꾸준히 하고 있다. KAIST에서 기계공학전공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KAIST 기계기술연구소 포스닥을 거쳐 2010년부터 기계연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기계연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지원로봇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다. 2013년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하는 '2020년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으로 선정됐다. 원격 수술로봇, 재활로봇 관련 특허 출원과 로봇 원천기술을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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