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강국 건설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서 의견 제시
국내외 우주환경 변화에 따른 역할과 대응 필요성 강조

우주 탐사에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인류의 달 착륙 첫 성공 5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며 우주 진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보다 늦은 출발에도 달 뒷면 탐사와 우주기지 건설에 집중하며 우주 강국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3일에는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인류 우주개발사를 새로 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국형 시험발사체 성공과 기상관측용 천리안 2A호, 차세대 소형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우주 진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도 우주 강국 도약을 위해 '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다는데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한국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우주강국 진출 전략을 제안했다. 미국은 재사용 로켓, 중국 유인 우주선, 일본 소행성 탐사, 룩셈부르크 광물 채굴 등 국가마다 두각을 나타내는 우주 진출 분야가 다르듯 우리나라도 '우주청 건립'과 차별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대한민국 우주강국 건설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우주탐사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 역시 한국 우주 개발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우주 개발 자산 역량 결집 ▲한국 우주개발에 새로운 역할론 대두 ▲정책적 집행기능 확보로 안정적 우주개발 거버넌스 확보 ▲부처 인력 전문성 확보 ▲국제 외교에서 위상 제고와 신뢰성 구축 등을 이유로 우주청 설립을 제안했다.

전 세계 주요 우주청.<자료=대덕넷>
전 세계 주요 우주청.<자료=대덕넷>
◆국내외 환경 변화···"우주탐사를 통한 과학적 연구 향상 등 새로운 역할론 대두"

"한국에 우주청(Space Agency)이 없어 국제 학회나 국제 협력 등에서 불리하다. 우주청 설립은 국제 외교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호주, 인도, UAE, 우크라이나에서도 우주전담부처를 보유했다. 그대로 놔둘 일만은 아니다."

"과기부나 항우연의 수직구조화, 선택과 집중의 우주개발에서 벗어나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민간 연구소, 우주 관련 기관에 경쟁력을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우주 기업을 위한 지원이 불안정하고, 예산도 부족하다. 미국 현지서는 전략적 투자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질책을 받거나 정부 부처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도 존재한다."

우주 선진국들은 이미 우주청을 설치, 우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각국의 우주청은 다양한 형태, 유형으로 운영된다. 미국(NASA), 일본(JAXA), 중국(CNSA), 유럽(ESA), 인도(ISRO), 러시아(RFSA)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LAPAN), 우크라이나(SSAU), 브라질(AEB), 룩셈부르크(LSA) 등 우주신흥국에서도 우주전담부처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70여개국 이상이 우주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한국은 우주 전담부처가 없고, 연구·개발, 정책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나눠서 맡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안형준 STEPI 부연구위원에 의하면 해외에서는 우주개발 참여 증가, 우주 산업 생태계 변화, 우주 자산 공공활용 증대, 세계 정세 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안 부연구위원은 "한국이 우주 탐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안보, 외교 등에서 국가적 기반이 되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국제사회 기여, 우주자원 확보, 지적 호기심 충족, 인류 거주 영역 확대와 같은 새로운 활동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2050년 미래 우주세대의 활동영역 확대를 위한 신 우주탐사 지원체계 구축 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새로운 가치에 맞는 건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발사체, 인공위성을 중심으로 한 우주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이제 우주탐사와 같은 새로운 가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맞는 거버넌스 전략 구축과 산업 응용, 인력 양성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산업적으로 우주 개발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 '우주개발을 지탱하고 있는 전략은 맞는 것이가'를 화두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협력, 산업화를 넘어 국제참여(International Engagement)를 이룰 수 있도록 우주 개발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일흥 성균관대 교수도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우주 정책에도 융통성과 적응성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우주개발을 위한 하드웨어에 집중했던 만큼 앞으로 우주 탐사에도 관심을 갖고 산업, 상업적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우주강국 건설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대한민국 우주강국 건설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우주정책 지속성 위한 컨트롤타워···"협의체 구축부터 필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우주청은 우주정책 총괄 컨트롤타워다. 전문성과 지속성 확보를 위해서다.

신동춘 글로벌항공우주학회장은 "과기부, 산업부, 국토부 등 정부부처, 산업체, 연구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국가 비전에 따라 산업에도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해 수익 창출을 위한 목표나 비전을 세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민경욱 KAIST 교수는 "우주개발이 개발자 위주였고, 경제성 증명과 사업 성공에 따른 부담이 존재했다"면서 "우주청 설립에 보다 관심을 두고 준비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우주청 설립 방안도 모색됐다. 전문가들은 우주탐사기술 협의체 구축을 제시했다.

김주형 인하대 교수는 "NASA/JPL도 민간 주도로 시작된 사례"라면서 "당장 우주청 설립이 어렵다면 다자참여 우주탐사기술 연구 조직인 MIST와 같은 민간 주도의 개방형 연구 조직을 구성해 성공 모델을 확산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실정에 맞는 우주 거버넌스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태식 국제우주탐사연구원장은 "우주청 유형은 국가별로 상이하며 인력 구성, 방법 등도 다양하다"면서 "한국에 맞는 우주 거버넌스를 확보해야 국제관계, 우주 외교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우주청을 설립하면 내부 예산을 보다 경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전문가 간담회의 지속성도 요구됐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한국 우주개발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다"면서 "전문가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조경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기존의 정부예산, 인력을 활용해도 우주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국가적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주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다양한 전문가 의견 수렴, 정부·대국민·과학계 설득 작업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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