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건설연 본원서 'No-Fear 연구사업 페스티벌' 개최
'엉뚱·무모·용기' 5년 미만 연구자들 48개 과제 제안·발표
100명 청중 오롯이 '긍정적 평가'···인프라 연대까지 이어져

건설연은 28일 본관 30주년 기념홀에서 'No-Fear 연구사업 페스티벌' 행사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건설연은 28일 본관 30주년 기념홀에서 'No-Fear 연구사업 페스티벌' 행사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 사례1.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가 필수로 착용해야 하는 안전화. 한 작업자가 안전화를 신고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자 실시간으로 땅의 단단함이 모니터로 보인다. 다짐 공사의 부실위험을 순식간에 방지한다. 간편하게 땅의 다짐도를 확인하는 '스마트 슈즈' 덕분이다.    

# 사례2. 자동차가 통행하는 도로의 마모 상태는 관리자가 직접 순찰하며 눈(시각)으로 판단한다. 현재의 도로 포장관리 시스템은 고가의 장비와 이를 운영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AI(인공지능)의 '귀'로 해결한다.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 소리만으로 포장 상태를 간편하게 모니터링한다.

# 사례3. 호수·하천에 '녹조 보안관'이 떴다. 녹조 보안관은 물 위를 떠다니며 수질 정보를 수집하는 무선 장치다. 사물인터넷 센서가 탑재돼 있어 수질 데이터를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한다. 이후 빅데이터로 분석해 녹조의 정체 수역뿐만 아니라 녹조 지도까지 만들어낸다.

신진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판'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엉뚱·무모·용기 등으로 무장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발칙한 도전에 자신감을 싣는다. 젊은 연구자들이 머릿속에 그려온 상상에 나래가 '연구 과제'로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28일 오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내에 "두려움 떨쳐낸 신진 연구자들의 과제 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진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100석 규모의 본관 대강당에는 젊은 연구자부터 고경력 연구자들로 하나둘씩 채워진다.

건설연의 'No-Fear 연구사업 페스티벌' 행사 현장. 건설연 입사 5년 미만의 신진 연구자들이 도전하고 싶은 연구 과제를 과감하게 제안하는 자리다. 누구도 성과 창출에 대한 부담감도, 아이디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곳에는 긍정적인 피드백만 오간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79명의 건설연 신진 연구자들이 48개의 과제를 제안했다. 11개 과제는 '발표평가'를 나머지 37개 과제는 '포스터 평가'를 거쳤다. 페스티벌에서 선정된 우수 과제들은 건설연 주요사업으로 전환된다.

◆ "출연연답지 않은 출연연 만든다···격식탈피 '주도적 도전'"

총 48개 과제 가운데 사전 부서평가 등을 거친 11개 팀들이 발표평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총 48개 과제 가운데 사전 부서평가 등을 거친 11개 팀들이 발표평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무대 위 발표 시간은 단 5분. 과제를 제안하는 신진 연구자들의 목소리에는 떨림과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난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모든 팀원은 아이디어를 위한 연구까지 거쳤다. 엉뚱하면서 발칙한 아이디어 속에는 충분한 현실 가능성이 녹아있다.

'플라잉카 도입을 위한 공간의 입체적 활용 기획 연구'가 제안됐다. 정인택 미래융합연구본부 연구원 팀이 제안한 과제 아이디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되는 플라잉카 이착륙 공간이다. 추락 완충시설과 복합 환승센터 등을 설치하며 플라잉카 상용화에 대비하자는 의미다.

AI 기반 도로 포장상태 모니터링 기술도 제안됐다. 한대석 인프라안전연구본부 연구원은 '타이어·노면 마찰음과 딥러닝 기반 포장파손상태 모니터링 기술'을 언급했다. 도로의 마모 상태를 시각이 아닌 '소리'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기존 도로 포장관리 시스템 대비 1%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

'에어볼을 이용한 무동력 피난 시스템 기술'도 언급됐다. 박진욱 화재안전연구소 연구원은 부력을 이용한 상향식 에어볼 피난 방식을 제안했다. 지하 45m의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물기둥을 통해 20초 만에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정준수 연구원은 '도시열기를 흡수·전환 시키는 외벽체 시스템 개발'을 제안했다. 이 팀은 올여름 더위를 도시열섬 현상으로 해석하며 '도시열기 저감' 기술을 고민했다. 건물에 열기 포집 공간을 만들고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제안했다.

'재난·재해 대비 건축물 구조성능 DB 신속 확보 기술'도 제안됐다. 발표에 신지욱 국민생활연구본부 연구원도 나섰다. 복합 재난에 앞서 사용자가 건축물에 대해 자가진단하는 기술이다. 모바일로 건축물 성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재해·재난취약자를 위한 AI 기술 기반 재해·재난대응 App 개발' 주제로 노희성 국토보전연구본부 연구원이 발표했다. 국민에게 재난 문자가 발송되면 앱이 활성화된다. 해당 구역의 피해자에게 대피소 경로 안내와 긴급 구조요청 등을 수행하는 앱이다.

이뿐만 아니라 ▲하중전이를 고려한 저항개념의 비탈면 보호공법 연구(정준호 연구원) ▲ICBM 기반의 자동제어 녹조 보안관 개발(이재엽 연구원) ▲스마트 슈즈를 이용한 간이 다짐도 측정장치 개발(김진영 연구원) ▲시스템 사고 기반 자산관리 모델 기초연구(강고운 연구원) ▲화재 재난 대응 실시간 스마트 피난 경로 안내 기술 개발 (전승원 연구원) 등의 과제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페스티벌에서 평가단의 평가 결과 '스마트 슈즈를 이용한 간이 다짐도 측정장치 개발', '타이어·노면 마찰음과 딥러닝 기반 포장파손상태 모니터링 기술', 'ICBM 기반의 자동제어 녹조 보안관 개발' 등의 과제가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3개 팀은 원장상과 함께 건설연 주요사업 연계 기회가 주어진다.

건설연 3년차 신진 연구자는 "새로운 연구의 실패에 대한 부담감과 연구성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새롭고 도전적인 연구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No-Fear 사업은 성과산출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줌으로써 연구 자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젊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판을 만들고 있다"고 소회했다.

한승헌 건설연 원장은 "출연연은 격식에 얽매이는 무거운 분위기가 있다. 이를 타파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라며 "출연연답지 않은 출연연은 만들자는 생각으로 사업이 출범됐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국내 출연연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연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한국기술혁신학회가 주관한 '2018년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성과발표회'에서 No-fear 사업 기획 사례 정책논문을 지원했다.

그결과 '창의적·도전적 연구 활성화를 위한 신진 연구자 지원 사업 구축 방안, 조직 창의성 모형에 근거한 노피어(No-fear) 사업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지원한 이종원 건설연 연구원과 융합연구기획실이 연구회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포스터 발표에는 딥러닝을 활용한 졸음 위험성 감시 경보 시스템 등의 다양한 연구 아이디어가 제안됐다.<사진=박성민 기자>
포스터 발표에는 딥러닝을 활용한 졸음 위험성 감시 경보 시스템 등의 다양한 연구 아이디어가 제안됐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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