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출신 선임에 실망 한 목소리...자조속 일말의 기대감 표명

"기막힌다. ETRI를 뭘로 보는거지? 자기 사람 자리 하나로 밖에 안보이나?"
"한국수양부모협회와 ETRI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정말 재밌는 인사다."

지난 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신임 감사 선임이 확정되자 대덕넷 독자의견에 쏟아진 ETRI 감사 선임에 대한 비아냥의 목소리다.

지난주 대덕연구단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ETRI 감사 선임의 뚜껑이 열렸다. 국내 최대의 국책연구소인 ETRI 제9대 감사에 김영완 한국수양부모협회 대전지부장이 선임됐다.

이번 감사 선임을 둘러싸고 연구원들은 한결같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감사 선임에 앞서 연구회에서 추천된 3명의 인사 모두가 자격시비에 휘말리는 등 논란이 일었다.

설마했던 연구원들의 우려가 5일 오후 현실로 나타났다. 대선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 대전특보로 활약했던 김영완씨가 ETRI 제9대 신임 감사로 선임된 것.

신임 감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연구원들의 자조섞인 비난성 반응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된다. 신임 김 감사는 국내 최고의 IT싱크탱크 집단인 ETRI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다.

다만 김 신임 감사는 노무현 대선캠프에서 활동해 왔고 민족문제연구소 등 다채로운 이력의 사회활동가로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ETRI 연구원들은 첨단기술을 다루는 IT 연구원답게 전문성과 높은 식견을 갖춘 참신하고 개혁적인 중량급 인사가 감사로 선임되길 한결같이 바라고 있었다.

특히 참여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10대 산업 가운데 상당수가 정보통신분야인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식견도 식견이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울타리가 되주고,로비도 할 수 있는 인물을 바랬다.

때문에 이번에 거명된 세 후보는 이런 점에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일부 연구원들은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적절한 인사가 나올 때까지 선임을 연기하든지,혹은 공채를 통해 인재를 등용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참여정부의 출범에 기여(?)한 사람이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감사로 선임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참여정부는 뭔가 다를 줄 알았다. 그동안의 관행에 변화를 기대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하지만 그도 똑같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는 인력 풀도 작다. 그런 가운데 강호의 참신한 인재가 아니라 아는 사람으로 자리를 채우는 나눠먹기식 인사를 한다면 오히려 前정권보다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연구원은 "감사의 연봉은 억대로 알고 있고,전용 사무실에 승용차,기사,비서 등이 따라 다닌다. 과학자가 억대 연봉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아는가. 그나마 정부 출연연에는 과학자로 억대 연봉자가 전무하다. 정치판을 떠돌다가 선거에 기여하면 이런 자리를 받는 것을 보고 과학기술자들의 사기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가, 이런 상태에서 제2 과학기술 입국이 가능하겠는가"라고 허탈감을 털어놓았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과학자가 된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토록 권력의 움직임에 전혀 제동도 걸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 과학자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김 감사의 개인 이력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이력만을 갖고 앞으로의 활동을 예단할 수도 없다.

다만 마지막까지 믿었던 참여정부와 관계자들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지경에 이르렀고,그런 상황에서 과학기술계가 얼마나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갖고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열도는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샐러리맨 노벨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는 말한다.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신바람나게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수상의 가장 큰 배경이었다"

ETRI는 현재 CDMA신화 이후 후속타가 없는데다가 기관내부의 내홍으로 안정적인 연구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감사는 자조적인 분위기마저 조성해 연구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군다나 그의 선임은 ETRI내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단지 전체에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ETRI를 비롯해 연구단지의 과학기술자들은 과학기술계가 새롭게 출발하고 도약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참신한 인물을 원하고 있다.

아니 참신하지는 않아도 연구환경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다. 특히 기관운영의 핵심 경영진인 감사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ETRI 한 연구원은 "정치권 인사든 군 인사든 출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사로서 기관장의 전횡이 있으면 그것에 제동을 걸고,21세기를 선도해 가는 연구원으로 탈바꿈시켜준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그렇게 되기만을 바랄뿐"이라며 신임 감사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현재로서는 신임 감사가 감사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ETRI의 '화려한 부활'에 기폭제가 되어주길 바랄뿐이다.

ETRI는 지난 5년간 기관장과 감사, 노조간 심한 갈등과 불협화음을 겪어왔다.

신임 감사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고 ETRI가 '제2의 CDMA 신화'를 이어가고 'IT강국의 진원지'로 ETRI에 신바람을 불어 넣어주길 거듭 바라는 것이 그나마 갖고 있는 연구원들의 희망이다.
 
<대덕넷 이준기 기자> bongchu@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