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은 내부·부소장이 외부? 공모시기 코드인사론 이어 석연찮은 역할론
ADD 출신 인사 "집행부 출범 1년, 뚜렷한 비전 없어···비상상황 대비해야"

'5월 2일 한국방위산업학회 조찬 포럼(강태원 ADD 부소장 강연)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초청 조찬 강연'에 강태원 부소장이 발표
6월 21일 제3회 기관장 초청 4.0 스마트 혁신성장 정책세미나(강태원 부소장 축사)
9월 14일 한국국방안보포럼(강태원 부소장 축사)
10월 5일 공군 무인기 발전 세미나(강태원 부소장 축사)
11월 13~14일 육군 ADD 국제학술대회(강태원 부소장 축사)

6월4일 ADD-포항공대 협약(남세규 소장)
7월 26일 한국전기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업무협약(남세규 소장)
8월 3일 창설 48주년 기념식(남세규 소장)
9월 5일 미래도전 기술과제 경연대회(남세규 소장)
10월 14일 연세대-국방과학연구소 협약식(남세규 소장).'

ADD(국방과학연구소) 소장과 부소장의 대내외 활동 중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일부다. 얼핏봐도 대외 공식 활동에는 강태원 부소장이, 내부 행사는 남세규 소장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모과정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ADD 소장과 부소장이 뒤바뀐 역할론으로 또 다시 의문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국방과학연구소법 제12조에 의하면 소장은 연구소를 대표하며 연구소의 업무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하게 돼 있다. 소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정관으로 정하는 사람이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소장과 부소장의 바뀐 역할에 대해 ADD 관계자는 "기관의 리더가 가는게 맞으나 소장의 해외 출장으로 부소장이 역할을 대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ADD 기관을 대표하는 대외 활동에 남세규 소장이 번번이 해외 출장 등 부득이한 상황이었을까. 강 부소장은 사이버관련 전문가로 역량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매번 강태원 부소장이 대외 활동에 나선 것은 납득이 잘 안되는 게 사실이다. 

엄연히 국방과학연구소법에 기관장의 역할이 분명한데 부소장이 지속해 대신한다는 것은 기관장의 존재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수 밖에 없다는게 다수 과학계의 시각이다.

관련해 본지가 ADD 소장의 일정 자료를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알아 보겠다"는 답변만 남기고 자료를 보내지 않은 상태다.

◆논란 일었던 공모 이어 석연찮은 역할론

ADD 소장 인사는 공모시기부터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신임 소장 공모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7월 19일부터 8월 2일까지 응시원서를 접수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두차례를 연기해 9월 1일자로 마감했다. 연기하는 이유는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격 요건도 일방적으로 바꿨다. 민간인 자격 요건은 그대로 두고 군출신 부문에서 예비역 '장성급'을 갑자기 '영관급'으로 낮췄다.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파다했다.

당시 현재 강태원 부소장의 하마평이 쏟아졌다. 강태원 부소장은 예비역 공군 대령 출신. 사이버전문가로 ADD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인이었던 故강금원 씨 사촌동생이다. 강 부소장은 문재인 캠프에도 참여했다. 그를 두고 캠코더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대령출신인 강 선임연구원이 공모에 참여하면서 그를 염두에 두고 공모 일정을 연기하고 자격 요건을 급하게 수정하는 꼼수를 부린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도 무리는 아니다. 같은시기 국방기술품질원 원장 인사도 임명과 임용보류를 발표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 속에서 지난해 12월 18일 남세규 소장이 임명됐다. 다음날 ADD는 강태원 부소장 임명을 발표했다. 소장 임명까지 기간이 길게 걸린 것에 비해 부소장 인사는 어느 기관보다 빨랐다. ADD 인사에서 선임연구원이 부소장에 임명된 것도 강태원 부소장이 첫 사례다.

보통 기관장 인선은 공모, 서류접수, 심사, 선정까지 2~3개월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ADD 인사는 5개월이상 소요됐다. 공고기간을 포함하면 7개월 정도 걸린 셈이다. 부소장 임명은 기관장 취임 후 일주일정도 걸리는 다른 기관에 비해 일사천리로 임명된 것. 이를 두고 외부 입김이 작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소장과 부소장의 역할에서도 의문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앞에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대외 활동에는 부소장이 참석해 기관을 대표하고 있다. 소장은 내부 행사에 참석하는 정도다.

ADD 소장과 부소장 인사 문제는 올해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국회의원(부산해운대구 갑)이 석연찮은 인사 절차와 자격 요건 수정 논란의 장본인이었던 강태원 부소장 인사, 평가 자료를 요청했다.

국감에서 하태경 의원은 "강태원 부소장의 인사, 평가 자료를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를 이유로 ADD에서 보내지 않고 있다.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 강 부소장의 평가 결과를 달라"고 말했고 남세규 소장이 "보내겠다"고 답변했다.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하태경 의원은 "자료를 받았으나 일부 내용뿐이다. 자료가 부족해 추가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내에서 소장과 부소장의 역할정립 이야기도 나왔다. 모 관계자는 "소장과 부소장의 역할에 대해 소장은 내부, 부소장은 외부를 맡기로 정리했다고 들은바 있다"고 밝혔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과학계 현장에서는 "정부의 캠코더 인사가 도를 넘고 있다. 임명 후에도 이렇게 정부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되면 과학기술도 국방기술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코드인사는 정치도 과학도 후퇴시킬 뿐"이라며 코드 인사를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ADD의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한지 1년을 맞고 있지만 국방 관련 뚜렷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점이다. ADD는 국가안보를 위한 과학기술의 핵심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지속되는 안보 위협에서 국가를 굳건히 해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이 기관 출신의 한 인사는 "북한은 핵무기에 이어 비핵화가 논의되는 와중에도 김정은이 신무기 개발 현장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ADD는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한지 1년이 다 돼가지만 국방 관련 뚜렷한 비전을 못 내보이고 있다"며 "평화가 논의될 수록 연구소는 비상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듯해 많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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