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출연연기관장협의회, 노환진 교수 초청해 전출협 원탁포럼 열어
"연구회나 전임기관장이 출연연 위해 목소리 내야"

"연구 자율성에 앞서 연구 윤리성이 우선돼야 한다. 기술이전 연구규범과 기술이전 규범이 있는데 우리는 이런 체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관련 서류와 전문가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김진수 교수와 같은 사태가 나오게 됐다."

노환진 UST 교수는 연구 자율성에 앞서 연구 윤리성이 필요하다면서 그에 맞는 서류와 전문가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회장 최영명)는 20일 오전 10시 한국화학연구원 앞 디딤돌플라자 2층 대회의실에서 '출연연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전출협 원탁포럼을 가졌다.

노환진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출연연 발전 전략을 주제로  연구윤리와 자율성, 정부출연연구기관 출연금, PBS(과제중심제도), 연구인력 등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연구 자율성에 앞서 윤리행정체계를 바로 하고 적합한 서류와 전문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리행정체계는 연구규범과 기술이전 규범으로 구분했다. 기술이전 규범은 연구, 발명신고 전과 발명신고, 평가, 보호, 라이센스 위한 마케팅, 창업 또는 기존 기업, 라이센싱, 상업화, 이윤 절차가 요구된다.

노 교수는 "최근 이슈가 된 김진수 교수는 연구 성과로 창업을 하고 특허를 냈다. 시기적으로 업체에서 받은 돈으로 개발했다고 신고하는데 소유권은 서울 대학교에 있고 기술 이전은 자신이 창업한 기업으로 하면서 문제가 됐다"고 진단하며 "이 기술이 당시에는 가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 미국 기업들이 사용료를 내겠다고 하면서 기술료, 주식값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대에 미국의 MIT 등 처럼 기술이전 규범에 맞는 서류와 전문가가 있었더라면 기술 평가부터 달랐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윤리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 대학에 재직하면서 직접 개발한 기술을 자신이 창업한 기업으로 이전하는 것부터 막았을 것"이라면서 "이번사태의 최종결과는 김 교수의 악의성 유무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술이전 윤리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술신고서 서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연구계에 윤리체계가 들어오고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때 자율성도 가능해진다. 과기부도 행정을 위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훌륭한 연구자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자신의 공무원 시기를 예로 들며 관료 문화를 설명했다. 그는 "사무관 초기 시절 외부 출신 고위 공무원이 오면서 연구원을 존경하기 보다 관리하는 교육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그런 문화가 고착돼 있어 공무원을 바꾸기는 어렵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야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BS 제도도 관료의 관리 차원으로 해석했다. 그는 "1993년 출연연의 정책연구기능을 모두 폐지하고 KIST의 정책기관을 STEPI로 개편해 정책을 맡도록 했다"면서 "즉 관료의 관리를 강화하고 출연연을 과제나 예산으로 쥐락펴락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출연연은 대학과 달라야 한다. PBS로 대학, 출연연, 기업이 경쟁하고 개방성은 폐쇄되는 구조로 전락했다. 또 연구를 잘하는 연구자가 아닌 연구비를 많이 따는 연구자가 존경받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하며 "이런 상태로는 출연연 인력구조와 연구실 붕괴를 막을 수 없고 연구자는 과제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기술은 축적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런 문제 근절을 위해 출연연의 자체 학습을 주문했다. 노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은 출연연을 제대로 모른다. 그러다보니 정권따라 요구가 다르고 공무원은 자신의 실적을 위해 요구하고 대학은 출연연 기능을 넘기라고 한다"면서 "관료와 기업, 대학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연구자율성의 본질, 대학과 출연연 차이, 사람 중심의 연구개발정책, 융합연구의 필요성과 연구관리제도 등 정책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교수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육성과 활용 이원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기부는 육성을 다른 부처는 활용 정책이 필요한데 과기부도 성과를 촉구하면서 부처간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면서 "막대한 R&D 예산이 투입돼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제대로 찾기 어렵다. 과학기술 육성과 활용 이원화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인력을 확대도 제안했다. 노 교수는 출연연 연구인력을 5만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0만명, 프랑스 7만5000명, 독일 8만명이다. 반면 한국은 과학계, 경제인문사회, 해양을 다 합쳐 2만명 수준이다.

노 교수는 "기술이 아닌 사람을 키우고 조직을 키워야 기술이 축적된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는 인력 미스매치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매년 1600명씩 늘려나가면 30년 후 5만명이 될 수 있다. 말로만 지방 분권화가 아니라 인력을 지방으로 배치해 지방의 발전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한 김명수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관료를 바꿀 수 없다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나 전임 기관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전 원장은 "연구회에서 출연연 상황에 대해 정부에 건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안되다보니 출연연이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만 요구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연구회가 못하면 전임 기관장이라도 나서야 한다. 같이 총대를 메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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