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량형총회, 만장일치 공식 의결···교과서 수정 일상생활 기존과 변화 없어
"미래 첨단과학과 산업 분야 위한 대비"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16일 26차 회의를 통해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의 기본단위를 재정의 했다. 공식 사용은 내년 5월 20일부터다.<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16일 26차 회의를 통해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의 기본단위를 재정의 했다. 공식 사용은 내년 5월 20일부터다.<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질량(kg), 온도(K), 전류(A), 물질(mol)의 국제단위가 플랑크 상수, 볼츠만 상수 등 고정된 값을 기반으로 새롭게 정의된다. 

새로운 단위 정의는 내년 세계측정의 날인 5월 20일부터 공식 사용된다.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없지만 첨단 과학과 산업분야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다. 교과서의 국제단위 정의 내용도 변경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4개의 기본단위의 재정의가 참여한 정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공식 의결됐다고 밝혔다.

CGPM은 1875년 체결된 국제외교협약인 미터협약에 근거를 두는 측정표준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 우리나라는 1959년 미터협약에 가입한 후 1964년 계량법에 의거 미터법을 전면 실시했다.

국제단위계(SI)는 1960년 CGPM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한 오늘날 단위체계. 미터법을 기준해서 확립한 도량형 체계로 산업이 발달하면서 초(S 시간), 미터(m 길이) 킬로그램(kg 질량), 암페어(A 전류), 켈빈(K 온도), 몰(mol 물질의 양), 칸델라(cd 광도) 등 7개 기본 단위가 탄생했다. 또 파생된 22개 유도단위로 구성된다.

국제단위계의 목표는 불변의 기준이다. 하지만 측정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에 의결된 4개의 단위는 충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표준연에 보관중인 기존 1kg 원기.<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준연에 보관중인 기존 1kg 원기.<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kg은 1889년 백금 90%와 이리듐 10% 합금 인공물로 만든 '1kg 원기'가 질량의 정의로 사용돼 왔다. 100년 이상 사용되면서 마모나 이물질 흡착 등으로 원기의 질량이 50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변한 것으로 추정됐다.

mol 은 탄소-12의 0.012kg에 있는 원자의 개수와 같은 수의 구성요소를 포함한 어떤 계의 물질의 양이 1971년 정의됐다. 이는 탄소의 질량을 바탕으로 정의돼 kg 원기 질량 변화에 따라 변동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온도 단위인 K는 1954년부터 물의 삼중점의 열역할적 온도 1/273.16을 정의로 사용했으나 동위원소의 비율에 따라 달라져 불안정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전류 단위인 A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만큼'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사용되며 실현에 어려움이 있었다.

CGPM의 이번 의결로 7개 기본 단위 정의에 기본상수를 활용하게 된다. 킬로그램은 플랑크 상수(h), 암페어는 기본 전하(e),  켈빈은 볼츠만 상수(k), 몰은 아보가드로 상수(NA)로 단위를 정의, 안정성과 보편성이 확보된 '불변의 단위 정의'가 실현된 셈이다.

kg 단위 재정의는 두 가지 이상의 실험을 통해 플랑크 상수 값을 구해야 한다.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등이 와트 밸런스라 불리는 '키블저울((Kibble Balance)'로 1kg에 해당하는 공을 만들어 플랑크 상수를 측정하는 데 성공, 키블 저울로 플랑크 상수 값을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광철 표준연 박사가 키블저울을 개발 중이다.  이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키블저울은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프랑스 다음 정도의 질량불확도를 보인다. 지속적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어 내년께는 세계적 수준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단위 재정의로 일상생활의 단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 첨단 과학기술과 산업에는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그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또 교과서의 단위 정의 내용이 변경될 예정이다.

이호성 책임연구원은 단위의 중요성을 1998년 12월 NASA 화성 탐사선 사고를 예로 들었다. 9개월 동안 항해해 화성 부근에 도착한 탐사선은 화성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엔진을 점화시켰지만 신호 예정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원인은 탐사선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록히드 마틴 회사는 길이 단위를 마일, 탐사선을 조정하는 NASA는 킬로미터 단위를 사용하면서 위치오류로 탐사선이 화성표면에 충돌하고 말았다.

이 책임연구원은 "서로 다른 단위를 사용하면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통일된 하나의 단위 사용이 바람직하다"면서 "kg 정의는 앞으로 개발될 신약 등에 중요하다. 측정 전문가들이 20여년 이상 준비해 재정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GPM과 단위 재정의 상세 정보는 제26차 CGPM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준연에서 개발 중인 키블저울.<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준연에서 개발 중인 키블저울.<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