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혁신 네트워크'서 소형 임상연구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 언급
참석자 한목소리 "IRB 심의만 6개월 이상 걸려···효율적으로 개선돼야"

 

서경훈 E&S 헬스케어 대표는 '공용 IRB'가 확보돼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구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서경훈 E&S 헬스케어 대표는 '공용 IRB'가 확보돼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구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초기 단계의 소규모 임상연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임상연구를 심의할 수 있는 기관과 인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형 임상연구 심의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어요. 공용 IRB를 확보하면 중소형 임상연구 심의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는 15일 '대덕특구 기술혁신 네트워크'에 참석해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구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 대상의 임상연구는 윤리적 심의가 필요하다. 연구대상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근거 법률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임상연구를 하는 기업, 연구소, 병원은 '기관 생명윤리위원회'(IRB·Institutional Review Board)를 설치해 의무적으로 연구 심의를 거쳐야 한다. 

IRB 심의는 정부에서 지정한 대형병원에서 주로 이뤄진다. 문제는 심의할 수 있는 기관과 인력이 한정적이다. 이렇다 보니 규모가 큰 연구나 의미가 있어 보이는 연구가 심의의 우선순위가 된다. 또 정부에서 지정한 지역 내 모든 병원에서 임상연구 심의를 받아야 하는 실정. 예컨대 대전 소재의 바이오헬스 기업이 임상연구를 하려면 같은 연구 과제를 가지고 3곳의 대학병원에서 IRB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바이오헬스 업계는 소규모 연구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심의를 위한 '공용 IRB'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 대표는 "바이오헬스 기업의 생명은 시간"이라며 "저비용 소규모 임상연구는 투자할지 말지 빠르게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용 IRB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공정성을 지닌 곳이 주관이 돼 IRB 심의를 할 수 있다"며 "여건이 되면 지역 내 중소 규모의 병원과도 IRB 심의를 거칠 수 있도록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에 참석한 이들은 "생명윤리법의 제정목적에 어긋나지 않도록 연구 남용을 방지하고 관리가 철저히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공용 IRB를 통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이어져야 한다"며 "최소한 한 병원에서 심의를 받으면 다른 병원에서는 심의를 인정해 중복과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 기초연구 규제도 완고하다. 현재 법규대로라면 '유전질환, 암, 후천성 면역 결핍증'과 같은 심각한 질병에 대해서 현저히 뛰어난 유전자 치료 연구라는 것을 증명해야 기초연구가 가능하다. 기초연구·임상연구 모두 생명윤리법에 근거한다. 업계에선 바이오헬스 업계의 연구 활동의 폭을 줄이는 현행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 등은 연구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국가 전문위원회에서 연구 안전성 등을 검토하고 있어 기초연구와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유전질환, 암, 에이즈 등의 질환으로 연구 대상을 제한했지만 2015년 삭제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에 몸담고 있는 한 연구자는 "중소형 임상 연구를 위한 IRB 심의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린다"면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기초연구나 임상연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의 해석이 좁고 처벌은 강하기 때문에 바이오헬스 종사자들이 연구를 중단하거나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공용 IRB로 연구 심의가 가능해지면 출연연, 병원, 기업의 협업이 가능해진다. 기관·중소병원·기업 모두 바이오헬스 연구 역량이 강해지고, 연구 활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IRB 심의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

이날 네트워크에 참석한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공용 IRB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기관이 선뜻 나서서 책임을 지기엔 무리가 있다"며 "공용 IRB의 주관 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생명윤리법 취지에 맞게 기초연구·임상연구가 관리돼야 하지만 기초연구는 제한 없이 허용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생명공학 연구를 하다 보면 이 연구가 A라는 질병에 맞을 수도 있고 B라는 질병에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법규대로라면 시작할 때부터 어떤 치료용인지 정해야 하고, 현재로서는 치료법도 없어야 하며 유전 치료법이 월등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기초연구를 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신 의원은 "현행 법규에선 기업의 연구 동력은 식고, 새로운 치료법이나 제품을 기다리는 환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협조가 있어야 규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덕특구 기술혁신 네트워크는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분과별로 '기술 동향 교류, 기술 발굴, 기술 사업화 활성화'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올해 5월부터 이날까지 5번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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