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회, 출연연 행정선진화 성과 발표 등 다양한 논의

'2018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성과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2018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성과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자신의 연구소 출입증으로 대덕특구 내 다른 기관에 들어갈 수가 없잖아요. 출입증 하나로 25개 출연연에 출입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3년 째 연구 중이고, 현재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힌 상태입니다."(하연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연구행정선진화 실행지원단장)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행정선진화를 위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25개 출연연의 시스템과 각종 자원,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연결시켜 행정 시간을 줄이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 행정동에서 14일 '2018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성과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원광연 이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사업 경과보고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우수성과 발표 ▲산업계·해외기관 사례 발표와 토론 등이 열렸다.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우수성과는 한국화학연구원, 표준연, KISTI 사례가 소개됐다.

김화정 화학연 구매실장은 '소모성물품 조달위탁운영(MRO)제도 도입'을 설명했다. MRO 시스템은 100만 원 이내의 소모성 물품을 외부기관에 조달위탁운영하도록 한 제도다.

MRO 제도가 도입되기전 화학연은 연구자가 직접 물품 가격조사, 구매요구, 대금지급과 물품수령, 검수 등의 6단계를 거쳐야했다. MRO 제도 도입 후 주문, 검사 2단계로 구매절차가 간소화돼 행정 업무 시간을 줄인 사례다.

김 구매실장은 "MRO 시스템을 도입해 연구자의 행정업무가 줄어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출연연 '감사제도 선진화'를 소개한 문동규 표준연 부장은 '출연연 각 기관의 감사', '연구회 감사' 이원화를 제안했다.

그는 "연구현장을 잘 아는 각 기관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상감사, 복무감사, 반부패청렴업무 등을 진행하고, 상급기관인 연구회는 특정감사를 진행하는 이원화 방식이 연구자들의 연구몰입환경을 지원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후적발 중심의 감사가 아니라 사전예방 중심의 감사로 가야 연구몰입 방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병열 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장은 '융합지수 측정을 통한 출연연 융합연구영역 발굴모형 연구'를 설명했다.

고 센터장은 "21세기는 기술융합이 화두인데, 계량적 지표를 사용해 출연연에서 어떤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지 찾아내는 게 목적"이라고 연구 내용을 밝혔다.

융합연구 적합성 판단 기준은 X축(기술융합지수)과 Y축(기관의 집중도 지수)의 융합맵을 만들어 분석 후 판단한다. 융합맵 측정 결과 10개의 출연연 융합연구분야를 도출했다.

그에 의하면 10개의 출연연 융합연구분야는 지능형 오픈데이터 구축·분석과 활용, 융합형 생체진단, 생태계 복원, 생체기능 모니터링, 기능성 식품소재개발, 식의약소재 안전성 평가, 지능형 생산시스템, 미래 에너지 소재, 차세대 나노융합소재, 지능형 네트워크 등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문동규 표준연 부장, 김화정 화학연 구매실장, 아키히코 다나카 리켄 연구원, 고병열 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장.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문동규 표준연 부장, 김화정 화학연 구매실장, 아키히코 다나카 리켄 연구원, 고병열 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장.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산업계·해외기관 사례도 제시됐다. 이성만 LG화학 상무는 'LG화학의 R&D 운영 시스템 사례'를 소개했다.

LG화학 종사자 수는 3만5000명이 넘고 그 중 5500여 명의 연구원이 재직 중이다. 연구인원이 많은 만큼 내부 협력이 중요하다.  LG화학은 5년에서 10년 기간으로 롱텀전략을 활용한다. 논의하는 내용은 사업의 방향성과 개발분야, 사업화 로드맵 등이다.

이 상무는 "민감한 전략이라도 하부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전략은 구성원들이 얼마나 지지해주는지가 관건이다. 연구책임자들이 전략에서 각자가 어떤 위치를 가지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리켄, RIKEN)의 아키히코 다나카(Akihiko TANAKA) 연구원, 테페이 고이케(Teppei KOIKE) 사무원도 참석했다. 리켄은 1917년 설립됐고, 과학기술을 제공해 일본 근대화에 기여한 연구소다.

아키히코 연구원은 "리켄도 국가로부터 보고 요구가 많은데 연구자가 사무적인 부분까지 모두 챙기기 어렵다"며 "연구지원부에서는 연구자 지원 외에도 시설 유지와 인사 제도 지원까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국 리켄 거점에 보육시설을 만들어 여성 연구자들이 안심하고 일 할 수 있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도 말했다.

테페이 사무원은 "리켄이 사회에 환원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사무를 지원하고 있다"며 "리켄 100주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지만 그런 과정을 반복해 나갈 때 연구성과가 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마지막 토론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황광선 가천대 교수는 "행정여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직을 폐지하고 행정직원의 실무행정 의사결정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민형 STEPI 박사는 "LG화학의 사례처럼 연구자와 행정원 모두가 기관의 전략을 공유해야 한다"며 "전체 시스템 속에서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무슨일을 하는지 알면 일의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원광연 이사장은 "연구행정 선진화로 연구자의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 연구 집중도를 높이겠다"며 "이를 통해 연구자 중심의 연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출연연 행정', '출연연 전략 공유' 등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출연연 행정', '출연연 전략 공유' 등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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