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 ㊷]신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수학 매력 알리기 나선 수학 박사···"산업 현장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 

신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원리응용센터 선임연구원. 수학 매력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는 수학 전도사. <사진=박은희 기자>
신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원리응용센터 선임연구원. 수학 매력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는 수학 전도사. <사진=박은희 기자>
수학은 딱딱하다. 정답이 명확하다. 상당히 구체적이다. 결과적으로 수학은 어렵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 중 한 명인 기자가 생각하는 수학에 대한 견해다. 이에 수학은 재미있다. 정답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공식을 외워야만 푸는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수포자도 수학에 빠질 수 있다고 반박하는 이가 있다.  

신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원리응용센터 선임연구원.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고, 가장 즐거운 일도 '수학 하는 것'이라 말하는 그를 마주했다. 

대화가 될까 우려하자 신 연구원은 대뜸 대학교에서 치른 첫 중간고사 수학 점수를 고백했다. 대학 4년 동안 받은 성적 중 가장 낮은 점수였단다.  

"수학을 전공하겠다고 대학에 왔는데 수학 점수가 가장 최악이었어요. 1 더하기 1은 2죠. 계산을 해서 답이 딱 떨어지는 게 수학이라 생각했어요. 고등학교까지는 정답 맞추기에 열중했고, 물론 점수도 잘 나왔어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그게 답이 아니었어요. 공식을 유도하고 증명하고···. 그동안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이 잘 못 됐음을 몰랐어요."

수학을 제대로 알아가는 데 한 학기가 걸렸다. 신 연구원은 "당시엔 너무 혼란스러웠다.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을 다시 터득해야 했다"며 "수학을 대하는 방법을 달리하니 기말고사에서 점수가 올랐고, 재미도 붙었다. 다행히도 전공 선택에서 수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학의 매력에 제대로 빠진 후로는 수학만 보고 내달렸다. 학생군사훈련단(ROTC)을 나와 장교로 2년 4개월 군 생활을 마친 후 바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계산과학공학과'.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한 신설학과였다.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분야였다.  

연구 분야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수치적으로 실제 해(정답)와 근사한 해를 구하고, 실제 해와 근사한 해의 오차를 분석하는 '수치해석'이었다. 편미분 방정식이 어려워 피하고 싶은 마음에 수치해석을 연구 분야로 택했지만, 오히려 편미분 방정식을 해결하는 수치 방법을 개발하고 분석하는 연구가 주였다.   
 
신 연구원은 "전역 후 바로 대학원에 갔다. 전산통계학을 생각했었는데 교수님 조언으로 계산과학공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학부 때 수치해석을 수강하지 않아서 계절 학기에 개설된 수치해석을 청강하며 공부했다"며 "쉽지 않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수치해석에 대한 재미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편미분 방정식은 자연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난로를 켜면 주변이 따뜻해지는 현상, 화산재가 바람 방향에 따라 퍼져나가는 현상, 대류가 흐르고 확산되는 현상 등을 편미분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정답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치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수학은 어렵고 지루하다고?···재미 찾으면 푹 빠져"

"저는 암기하는 걸 무척 싫어해요.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경우가 많아요. 수학은 외워서 하는 학문이 아니에요.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 공식을 암기할 뿐 무조건 외워야 하는 건 아닌거죠. 개인적으로 수학보다 영어가 외워야 할 게 많아 더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신 연구원은 산업수학과 수학문화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신 연구원은 산업수학과 수학문화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신 연구원은 자발적으로 수포자가 되는 것은 수학과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수학은 어렵고, 지루하고, 복잡하다 등 편견에 사로잡히면 수학과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재수를 했다. 수학은 대학 진학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과목이지만 어렵다고 포기했었다"며 "친구한테 문제 푸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했다. 수포자는 스스로가 포기하는 거다. 포기하지 않았던 친구는 원하는 대학에 갔다"고 말했다. 

수학의 진면목을 알면 수학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신 연구원은 스스로 학습을 권했다. 혼자 공부해 문제를 풀어냈을 때 그 성취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대신 기억이 오래갑니다. 학원도 과외도 수학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스스로 하는 학습이 더 중요합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됩니다. 모르기 때문에 물어보는 거니 부끄러움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어떻게 하면 수학이 재미있을까? 그는 수학에 대한 편견부터 깨야 한다고 말한다. "수학 원서를 보면 숫자가 거의 없어요. 미지수라 불리는 X, Y가 등장하는 정도죠. 숫자에 대해 공포심을 갖지 않았으면 해요. 과거에는 수학자가 철학자이고, 과학자이기도 했잖아요. 또 수학을 공부해보면 주어진 문제에서 정답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가 박은재 연세대 수학과 교수를 롤모델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 결과를 재촉하거나 압박하는 일이 없으세요. 연구는 학교에서도 집에서 가능하다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죠. 스스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죠. 모르거나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친절하게 대안을 제시해 주셨어요."

◆ "수학자로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 할 것"  

 신 연구원이 수리연에서 산업수학 담당자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신 연구원이 수리연에서 산업수학 담당자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신 연구원은 수리연에 들어온 지 3개월 된 풋풋한 신입사원이기도 하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산업수학을 담당한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는 일이다. 

첫 업무는 기업에 아르바이트생 추천 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문제로, 수학 원리를 활용해 일 년 내로 기업에 답을 줘야 한다. 

"수학이 학문적으로만 연구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함으로써 산업계,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직면한 문제를 고민하고 수학적 접근을 통해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대기업은 연구 인력이 별도로 있지만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판교에 있는 산업수학혁신센터와 제가 속한 수학원리응용센터가 중심이 됩니다. 더욱이 기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을 알아야 하는 만큼 연구소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수학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학문화 확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학생들이 막연하게 어려워하는 수학에 재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수학을 못했다고 해서 대학 때 못하는 건 아니거든요. 수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수학자로서 포부와 감사함도 밝혔다. "수학은 논리가 맞으면 아무리 높은 대가라 해도 딴죽을 걸 수 없어요. 수학이 갖는 매력이죠. 수학자로서 전공한 수치해석 분야 연구에서 학문적으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또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믿어준 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주말부부라 육아에 많은 도움을 못주는데 일하면서 아이까지 돌보는 아내와 장인어른, 장모님께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 질의한 '젊은 과학'에 대해서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 수학의 편견을 깨는 것만큼이나 그에게 어려운 질문이라 했다. 조심스럽게 적은 답변은 '즐거움'이다. 

"젊음에 어찌 즐거움만 있겠어요. 힘들고, 지치고, 어렵고···, 그럼에도 젊기에 이 모든 것도 즐거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할 자격이 될지 모르겠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공부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젊은 과학은 즐거운'이라고 적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 신 연구원. 젊은 과학에 희망을 불어넣고자, 희망적인 단어를 찾아 적었다. <사진=박은희 기자>
"젊은 과학은 즐거운'이라고 적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 신 연구원. 젊은 과학에 희망을 불어넣고자, 희망적인 단어를 찾아 적었다. <사진=박은희 기자>
◆ 신동욱 박사는?

연세대 자연과학대학 이학계열에 입학(수학 전공), 동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응용해석 및 계산센터에서 박사후연구과정(Postdoc)을 지내며 SCI급 논문 4편을 발표했다. 지난 8월부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학원리응용센터에서 산업수학과 기계학습을 이용해 오차를 예측하는 수치해석 연구 등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덕넷은 젊은 과학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젊은 과학자의 ▲이름 ▲소속(연락처 포함) ▲추천 사유를 적어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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