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니나 사이먼 '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장'
폐관 위기였던 박물관 2011년부터 이끌며 방문객 8배 늘려
"약 70%의 박물관 프로그램, 빌딩 밖에서 지역민과 만들어"

니나 사이먼 관장은 박물관·과학관의 필요 조건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관성, 참여'를 꼽았다. <사진=김인한 기자>
니나 사이먼 관장은 박물관·과학관의 필요 조건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관성, 참여'를 꼽았다. <사진=김인한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MAH·Museum of Art and History)은 2011년 폐관 위기에 놓였다.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은 뜸했고, 3만6000달러(약 4000만원)의 체납금이 있었기 때문. 당시 박물관장으로 부임한 니나 사이먼(Nina Simon)은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박물관'을 해결책으로 판단했다.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역민을 분석했고 그들과 연관성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18년, 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은 지역민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1년 1만 7000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올해 14만 8000명이 찾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70만 달러(약 8억원)의 예산은 300만 달러(약 34억원)로 늘었고, 7명에 불과했던 직원도 40여 명으로 늘었다. '지역사회와의 연관성, 참여'를 강조한 전략은 적확(適確)했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적 박물관', '연관성의 예술'이라는 2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니나 사이먼 관장은 8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리는 '국제과학관 심포지엄' 참석차 대전을 방문했다. 이날 그는 '모두의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과학관 만들기'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대덕넷은 새로운 과학관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니나 사이먼 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니나 사이먼 관장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 목표, 꿈과 과학을 연결하고, 그것을 삶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게 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니나 사이먼 관장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 목표, 꿈과 과학을 연결하고, 그것을 삶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게 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Q. 폐관 위기에 놓여있던 '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을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비결이 뭔가.

전통적인 박물관에서 지역민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관련성'과 '참여'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연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면 단지 지나친다. 또 사람들은 무언가에 참여할 수 없으면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성과 참여는 함께 움직인다. 전시, 페스티벌, 이벤트, 정보 등이 지역민과 관련이 있으면 그들은 참여하고자 한다. 

방문객을 손님으로만 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하고, 그 이야기를 축적했다. 그렇게 되면 방문객은 '아 나도 이곳을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박물관·과학관이 성공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전시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를 찾는 사람들이 어떤 관련성을 느껴 기쁨을 느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Q. '지역사회와의 관련성, 방문객의 참여'를 강조했는데, 어떤 사례가 있나.

방문객의 입장에선 '박물관에서 이런 것까지 수집하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지역민을 박물관에 모으려면 지역민의 '기억'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든 기억들을 모았고 따로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에 빈 작은 항아리를 준비했다. 그 안에 많은 지역민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담았다. 수백 명의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기억을 가졌고 그 모든 감정들이 하나의 전시가 됐다.

지역사회와 관련성을 만들면서 먼저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찾아왔다. 이곳에서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음악가가 왔을 때 바로 시도했고, 불을 활용해 조각하고 싶다는 예술가가 찾아왔을 때는 "소방서와 이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고 말했다. 지역 공동체를 이끌기 위해 무언가 항상 시도 해왔다. 우리가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기보다 지역민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왔다.

Q. 또 다른 노력이 있었나.

직원들이 방문객을 어떻게 환영해야 하는지부터 의자·가구 등 모든 것을 방문객 친화적으로 바꿨다. 라벨에 글을 쓸 때도 격식체보다 대화체로 썼다. 방문객이 박물관의 일원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들이 와서 단지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공유하고 박물관을 새롭게 만드는데 일원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전시, 이벤트, 교육 프로그램은 목적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의 전시는 약 30% 정도만이 실내에서 진행한다. 대부분은 빌딩 밖에서 진행한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관계를 구축한다. 예술과 역사를 삶·지역사회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다.  

Q. 과학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실리콘밸리 테크 박물관에서 일했었다. 그곳은 가족에 많은 초점을 맞췄다. 지역 주민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과학관의 미션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 목표, 꿈과 과학을 연결하고, 그것을 삶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게 한다면 큰 의미가 있다. 

물론 나의 경험으로 보면 어려움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엔지니어를 꿈꾸며 공대를 진학했다. 하지만 공학·과학을 공부하는 여성은 극소수였다. 많은 여성의 능력이 뛰어나도 말이다. 우리가 과학에 관해 생각할 때 여전히 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과학을 자기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한다. 과학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혁신에 대해 믿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과학이 그들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과학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Q. 과학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지역주민을 초대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들이 과학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관의 성공은 사람들이 얼마나 과학관을 찾았는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과학을 보는 방식, 세상을 보는 방식'에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과학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나, 과학을 통해 지역 사회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가 성공의 척도가 아니다. 지역 사회를 위한 더 큰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산타크르주 예술·박물관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 제공>
산타크르주 예술·박물관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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