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㊶]백정민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
번개 구름 흉내 '마찰전기 발전기' 개발···출력 100배 이상까지

백정민 UNIST 교수는 번개 구름을 흉내 낸 '마찰전기 발전기'를 개발했고 최고 효율을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백정민 UNIST 교수는 번개 구름을 흉내 낸 '마찰전기 발전기'를 개발했고 최고 효율을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대낮부터 하늘에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몰려온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다. 이윽고 하늘이 번쩍번쩍 밝아지더니 우르르 쾅쾅 굉음의 번개가 내리친다. 연구실 한쪽에서 덤덤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한 과학자는 번개를 보자마자 무릎을 '탁' 치며 일어선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학자는 번개 구름을 흉내 낸 '마찰전기 발전기'를 개발해 냈다. 출력은 기존 마찰전기 발전기 대비 10배에서 100배까지 향상됐다. 자연 현상을 보며 떠오른 아이디어로 연구개발 성과까지 만들어낸 백정민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의 이야기다.

백정민 교수의 전공은 재료공학. 자연의 움직임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소자를 만들겠다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러던 찰나 창밖의 번개를 보고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는 '마찰'에 주목했다. 자연에서 무궁무진하게 이뤄지는 마찰을 에너지로 활용하자는 것.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하나다. 하베스팅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해 전기로 바꿔쓰는 기술을 말한다.

마찰전기 발전기는 소형 전자기기를 비롯해 저전력 휴대전원 공급 등에 사용된다. 백정민 교수는 인간의 실생활에 활용되는 과학기술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나노 소재를 기반으로 정전기 현상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오롯이 '세계 1위 효율'을 목표로 두고 있다.

백정민 교수는 그동안 크고 작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9월 'UNIST 젊은 특훈교수'로 임용됐다. 젊은 특훈교수는 독보적 연구 분야를 개척한 뛰어난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명예의 상징이다.

지난 2014년에는 '번개 원리를 이용한 마찰전기 발전기' 과제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미래기술육성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도전적·창의적인 연구를 자유로운 환경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과제 선정 경쟁률이 높다. 백정민 교수는 3년 과제를 마치고 최종평가를 통해 후속 3년 과제까지 선정됐다.

◆ '세계 1위 효율' 목표···"실생활에 활용되는 기술 선보이겠다"

백정민 교수가 '마찰전기 발전기'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백정민 교수가 '마찰전기 발전기'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마찰전기 발전기'는 번개의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번개 구름에서 전하가 분리되는 원리를 인공적으로 구현해 순식간에 전력을 만드는 기술이다.

백정민 교수와 학과 학부생들은 연구실에 둘러앉아 번개가 만들어질 때 구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면밀히 분석했다. 마른하늘에 번개가 내려치기를(?) 기다리기도 하며 궁리에 궁리를 이어갔다.

번개는 구름 내에 있는 수증기 분자와 얼음 결정이 마찰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물질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전하들이 분리되고 축적됐다가 엄청난 에너지를 지표면으로 방출하는 원리다.

무릎 탁! 번개 생성 과정에서 답을 찾았다. 수증기 분자와 얼음처럼 마찰시킬 신소재를 만들고 3층 구조의 마찰 전기 발전기를 만드니 기존에 비해 10배~100배 이상의 높은 출력을 보였다. 마치 번개 구름 얼음 입자들이 부딪치는 것처럼 금속과 유전체를 서로 마찰시켜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전하 펌프 기반 인공 번개 발전기 구상도.<사진=UNIST 제공>
전하 펌프 기반 인공 번개 발전기 구상도.<사진=UNIST 제공>
기존 마찰전기 발전기는 두 물질이 스치면서 생긴 정전기로 전기를 만든다. 이런 발전기들은 마찰시킬 물질로 2층을 만드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백정민 교수는 발전기에 필수적인 유전체를 기존의 박막이 아닌, 신축성이 높은 스펀지 구조로 만들어 효율을 크게 증가시켰다.

마찰전기 발전기로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배터리 충전이 성공하자 연구실에는 환호와 기쁨의 열기로 가득 찼다. 연구팀들은 세계 1위 효율의 마찰전기 발전기로 탄생시켜 인류 실생활에 활용되는 기술을 만들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백정민 교수는 "실생활 활용에 비중을 두고 있다. 스마트기기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충전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하며 "건물같이 고정된 사물부터 움직이는 자동차까지 다양한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참신함'으로 승부"

백정민 교수는 젊은 과학은 '참신함'이라고 표현했다.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은 참신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이유에서다.<사진=박성민 기자>
백정민 교수는 젊은 과학은 '참신함'이라고 표현했다.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은 참신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이유에서다.<사진=박성민 기자>
"젊은 과학은 '참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은 참신함으로부터 시작되죠. 특히 젊음의 아이디어에서 참신함이 많이 나옵니다. 참신함에 열정이 더해졌을 때 인류를 위한 과학기술들이 탄생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백정민 교수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삼성미래기술육성과제로도 이어졌다. 오롯이 '아이디어'만으로 과제를 선정하는 삼성미래재단이 그의 참신함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후속 과제까지 선정된 것은 마찰전기 발전기 상용화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는 "마찰 관련 연구에서 재료 분야를 다루는 연구자들이 많지 않다. 마찰전기 발전기가 의미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참신함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박사후연구원 시절 두 명의 지도교수로부터 연구 철학을 이어받았다. '완벽주의'와 '끊임없는 질문' 두 가지다.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때로는 주변 연구자들이 피곤(?)해할 수 있겠지만 연구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우선이라고 꼽는다.

교육자로서의 교육 철학을 묻자 그는 '맞춤형 교육'을 언급했다. 그는 "한 가지 현상을 보고 학부생들의 해석은 모두 다르다. 실험·연구도 마찬가지"라며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라며 "학과 학부생들과 함께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인간적 내면의 역량까지 쌓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백정민 교수는?

백정민 교수는 2006년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재료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4년간 캘리포니아주 산타 바바라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2010년 UNIST 조교수, 2014년부터 UNIST 부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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