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기관장협의회, 전출협 정책 포럼···'4차 산업혁명 기회와 혁신' 주제

"앞으로 20년 후 AI 로봇인 로보 사피엔스가 세상 도처에 있을 것이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미래 사회 모습은 '호모 사피엔스'와 '로보 사피엔스'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접촉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회장 최영명)는 7일 오후 4시 신성철 총장을 초청,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 대강당에서 '전출협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한국 4차 산업혁명: 기회와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미래는 매우 다를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수십년 후 인류는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으로 놀라운 문명의 변화를 목격하게 된다는 것.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언급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슈밥 회장은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 활용도, 개인·조직·국가 경쟁력 결정"

신성철 KAIST 총장은 '한국 4차 산업혁명: 기회와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신성철 KAIST 총장은 '한국 4차 산업혁명: 기회와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신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잘 올라타야 한다면서 성공방정식, 선도형 연구개발, 해외사례 등 다양한 분야를 소개했다.

인간은 정보처리 능력, 기억력 등 기능적 지능에서 AI를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AI에 맞서기보다 인간의 창의력을 개발하고 교육해야 한다.

신 총장은 "AI는 거의 모든 산업의 성능을 높여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AI 활용 여부에 따라 개인·조직·국가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력·감동·자아의식·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성공방정식도 소개했다. 키워드는 '혁신(Innovation)', '협업(Collaboration)', '속도(Speed)'다.

한국은 반세기동안 선진국이 아닌 후진국·개도국과 경쟁했다. 앞만 보고 열심히 선진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신 총장은 "그러나 4차 산업혁명 경쟁 아이템은 모두 선진국이 갖고 있다. 우리보다 자원이 많은 미국·일본·중국 등과 경쟁하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피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비슷한 아이템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선점한 나라의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도형 연구개발도 강조됐다. 신 총장은 "글로벌 수준의 새로운 지식 창출로 성과를 내야 한다. 우리 세대는 캐치업 전략으로 세계를 따라했지만, 다음 세대는 그렇게 해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연구개발에 따른 국가경쟁력도 소개했다. 국가별 인공지능 특허 현황은 미국이 세계시장의 47%, 중국 19%, 일본 15%, 한국은 3%에 불과하다. 공공기관당 기술창업 수는 미국 3.8건, EU 1.9건, 한국 0.6건으로 미국의 16%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과학기술계 예산이 20조 원이 넘으며 국민의 요구가 세졌다"면서 "노벨상이든 국민이 깜짝 놀랄 사건이든 성과지표를 보이지 않으면 10년 뒤 과학계는 외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총장은 이스라엘 전략을 배울 것을 제안했다. 그는 와이즈만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일화를 들며 와이즈만 연구소 소장에게 이스라엘의 전략을 묻자, 소장은 "전략이 없는 게 전략"이라는 답을 했다.

신 총장은 "이스라엘은 연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최대 30년까지 지원하고 기다려주는 게 전략이었다"며 "우리나라도 연구자 중심의 투자가 중요하겠다 느낀 계기였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현재 이스라엘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840만 명으로 인구 대비 노벨상 세계 1위다. 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미국 다음으로 많을만큼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신 총장은 한국 인재 전략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도전적 인재를 필요로 한다"면서 "감성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배양하고 리더십교육, 기업가정신 강의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시스템도 변해야 하지만, 교수들도 달라져야 한다"며 "알고 있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급급하고, 질문은 가급적 사양하는 분위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AI 기술·출연연 정책 등 토론과 질문 이어져

(왼쪽부터) 노환진 UST 교학처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신성철 KAIST 총장, 최영명 전출협 회장, 한선화 과기연 정책본부장.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왼쪽부터) 노환진 UST 교학처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신성철 KAIST 총장, 최영명 전출협 회장, 한선화 과기연 정책본부장.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는 AI, 바이오산업, 출연연 정책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AI 기술로 개개인의 유전자 빅데이터를 축적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4차 산업혁명 중 바이오 기술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라이프스타일을 관리해주는 분야가 앞으로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선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은 출연연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기계연, 한의학연, 지질연, 화학연, KISTI 등 모든 출연연이 기관의 역할이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융합을 통해 열매를 얻을 수 있다"면서 "출연연의 장점을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이 시장과 만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환진 UST 처장은 대학교의 전문 행정인력 부족을 들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 대해 조사해보니 한국에는 없는 윤리, 안전 쪽 부서가 있더라"며 "전문성을 갖춘 행정 인원이 많아야  대학이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토론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무인택시가 나오면 우리 일자리 한번에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며 "과학기술로 인해 피해를 입을 사람 얘기가 없다"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신성철 총장은 "택시기사 협회장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었는데, 기술의 영향을 100% 받는 건 없다"며 "관건은 기술보다 사람이다. 사랑과 희망을 주는 운전사가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참석자는 "불량학회 참석과 논문에 자식 이름 넣는 행위 등으로 과학자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훌륭한 전문가 전에 윤리교육을 먼저 받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묻자 신 총장은 "윤리교육은 굉장이 중요하다. 천재 한 명이 초연결 사회를 완전 파멸시킬 수 있다. KAIST는 표절, 연구비와 관련한 윤리교육을 졸업 전에 듣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