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생명연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준공 "바이오 미래 지원"
現필리핀·붉은털원숭이 590마리···국내 첫 집단 사육 도입

생명연 영장류자원지원센터의 캐슬동에서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생명연 영장류자원지원센터의 캐슬동에서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동물원에서 사육장을 보는 듯하다. 초록색 인조잔디 위에 설치된 원두막을 중심으로 10여 마리의 원숭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있다. 연구자가 음식을 건네주자 서열이 가장 높아 보이는(?) 원숭이 한마리가 음식을 가로채 간다. 장난기 많은 다른 원숭이들은 장난감 위에서 곡예를 펼치기도 한다.

이곳은 연구자원 가운데 하나인 '영장류'를 사육하는 공간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는 연구자·사육사들이 숨결로 영장류를 보살피고 있다. 센터는 4년 동안의 오랜 준비 끝에 이번달 6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준공식에 앞서 센터를 미리 방문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2014년부터 총 185억원이 투입돼 건설됐다. 부지면적 7만3424㎡(2만2210평), 연면적 9739㎡(2946평)로 사육동 10동, 본관동 1동, 검역동 1동 외 부대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3000마리의 영장류 자원을 사육할 수 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 본관동 복도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영장류자원지원센터 본관동 복도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5일 오전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입구를 거쳐 본관동에 들어가니 크게 3개의 연구실이 자리 잡고 있다. 분자번식생리학실험실은 영장류의 유전자 변형·조작 연구를 하며 질환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현재 센터는 영장류 자원 육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2~3년 이후부터 질환 모델 연구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본관동에 위치한 분자번식생리학실험실과 임상병리실험실.<사진=박성민 기자>
본관동에 위치한 분자번식생리학실험실과 임상병리실험실.<사진=박성민 기자>
임상병리실험실에는 영장류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사육 중인 영장류의 혈액·조직을 분석·보관한다. 적혈구·백혈구 등의 혈소판까지 확인하며 영장류의 컨디션을 파악한다. 분자유전학실험실에서는 영장류의 일반적인 유전을 분석하고 있다.
 
본관동에서는 SPF(Specific Pathogen Free) 영장류 자원 확보와 이를 이용한 기초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영장류 사육·유지를 위한 바이러스·미생물 등을 모니터링하고 영장류의 건강검진을 책임지고 있다. SPF란 특정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 국내 처음 '집단 사육' 도입···사회성 확보 스트레스 ↓

사육동 내부의 원숭이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사육동 내부의 원숭이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본관동 실험실을 둘러보고 영장류를 만나기 위해 검역동·사육동으로 향했다. 이곳은 하나의 문으로 연결돼 있다. 출입문으로 들어가니 사육동·검역동으로 향하는 복도로 다시 나뉜다. 연구자·사육사가 이곳을 오갈 때 무균 복장은 물론이고 이중·삼중의 살균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김지수 센터장이 사육동 내부 사육장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지수 센터장이 사육동 내부 사육장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사육동은 총 10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필리핀원숭이·붉은털원숭이 59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현재 사육동 1동부터 4동까지 영장류가 사육되고 있다. 나머지 사육동에는 2020년까지 3000마리의 영장류가 사육된다.

센터는 원숭이를 집단 사육하고 있다. 가족 단위로 집단생활하는 원숭이들에게 사회성을 부여하며 스트레스를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목적이다. 원숭이들은 서열 싸움 등을 하며 자연의 동물 사회 구조를 만들고 있다.

김지수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센터장은 "향후 영장류의 사육뿐만 아니라 대량 번식 체계까지 확보할 방침"이라며 "국내 관련 기관들과 유기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영장류 연구지원 인프라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 "미래 전략 동물 자원···난치질환 전임상 연구에 한발"

김지수 센터장이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지수 센터장이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1999년 연구용 영장류가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래 국내 영장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서울대 의대 연구진이 돼지의 체도세포를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게 이식해 6개월 이상 면역거부 반응 없이 건강하게 생존시키기도 했다. 연구용 영장류 연구가 꾸준히 활성화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내 연구용 영장류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생명연 국가영장류센터 분석에 따르면 연구용 영장류는 연간 650마리 이상 수입되고 있다. 비용은 약 35억원에 달한다. 그외 국외 영장류 전임상 의뢰 비용은 연간 약 70억원 수준이다.

영장류 수입시 검역절차로 인해 실제 계약체결 이후 운송기간이 최소 2달 이상 소요되는 현실이다. 또 영장류는 국가재난형 전염병을 비롯해 신약개발·뇌연구 등 전임상 연구의 필수 자원으로 국내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항공수송 중단 사태 등으로 수급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이런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장류 자원 국산화를 목표로 운영된다. 올해 말까지 1090마리의 영장류가 확보될 예정이다. 2022년 50마리 공급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국내 수요의 50%를 국내 관련 기관에 공급할 예정이다.

김지수 센터장은 "국내 연구계에서는 다양한 영장류 자원을 확보해 산·학·연 영장류 연구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라며 "바이오 분야 뿐만 아니라 재생의학 관련 연구지원 인프라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국가적 SPF 영장류 연구기반 확립을 통한 노화, 뇌과학, 신약개발, 재생의학 등의 전임상 연구를 지원하겠다"라며 "국내 의생명과학기술 발전과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원숭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연구원들이 원숭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붉은털원숭이와 사육사의 모습.<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붉은털원숭이와 사육사의 모습.<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연구원들이 원숭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연구원들이 원숭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연구원들이 수술실에서 원숭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연구원들이 수술실에서 원숭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전경.<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전경.<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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