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力을 위한 과학" SNS에 울려퍼진 연구자들의 공감

이명호 여시재 선임연구위원 페이스북 'DARPA PM 사례' 게재
"산업 육성 科技 아닌 '경쟁력 있는 국가' 위해야"···수요자 정부·국민
국가 R&D 혁신? 철학·전략·제도 모두 바꿔야···"외세에 강한 국가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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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기자 - 2018.11.04

이명호 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이 SNS 게재한 '미국 DARPA PM 제도' 사례의 게시물.<사진=페이스북 캡쳐>이명호 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이 SNS 게재한 '미국 DARPA PM 제도' 사례의 게시물.<사진=페이스북 캡쳐>

"국가의 힘을 과학으로 길러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과학기술은 산업을 위한 R&D로 연결돼 있다. 산업을 위해 과학기술이 떠받드는 구조는 지났다. 이제는 국력을 위한 R&D로 전환돼야 한다. 외세에 강한 국가를 과학기술로 이뤄내야 한다."

"과학기술 첫 번째 수요자는 국가·국민이다. 국가·국민의 삶과 관련된 분야에 R&D가 투자돼야 한다. 편익은 국가에 돌아가야 한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국가의 안전을 지키고 외부 국가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연구자들도 R&D 철학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미국 R&D 전담기관의 PM(Program Manager)들은 오롯이 새로운 기술·발굴에 방점이 찍혀있다. 반면 국내 PM 등은 기술·발굴·혁신부터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역할이 방대하다. 그동안 출연연이 산업화 시대에 큰 역할을 해왔다면, 지금의 시대에 맞는 R&D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SNS 페이스북에 게재된 하나의 게시글을 읽고 국내 과학기술인들이 남긴 반응이다. 게시글은 '미국의 DARPA PM 제도'에 관련된 내용이다. 해외 과학기술 R&D 전담기관의 사례를 설명하며 한국도 '국력을 위한 과학'이 돼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글은 이명호 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이 게재했다. 여시재는 '시대와 함께하는 집'을 의미하며 동시대인들과 함께 지혜·협력으로 미래를 만들고 있는 재단법인이다. 이명호 선임연구위원이 국가 R&D를 바라본 견해의 게시물은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각종 SNS 오픈 커뮤니티에도 공유되며 과학기술인들로부터 다양한 공감을 얻고 있다.

게시글은 DARPA(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과학기술 R&D 철학의 언급으로 시작된다. DARPA의 R&D 철학은 학문의 증진, 산업의 육성, 경제 발전 등이 아니라는 것. 과학기술을 이용해 강력하고 효율적인 국가·정부 조직이 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즉 첨단 기술로 국가·국민의 안녕을 지키겠다는 것.

이명호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DARPA는 외부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과학기술로 예방·대응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그동안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많은 실패가 전제되지만, 경쟁국으로부터의 기술 위협에 비하면 실패는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국내 과학기술은 여전히 국가·공무원들이 산업 육성을 위한 R&D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모방 R&D 시기에는 이런 방식이 작동했지만 지금은 '국력을 위한 과학' 시대라고 이명호 선임연구위원은 주장한다.

그는 "정부·국민이 수혜자가 되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대학·연구소·기업이 다 같이 참여해 만들어진 기술을 정부는 사용만 하고, 개발자들이 소유해 민간에게 흘러가 첨단 산업이 육성하는 전략이 DARPA의 전략"이라며 "부처·기관 간의 칸막이가 아닌 하나의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기술·조직이 협력하며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가를 지키는 방법을 과학기술에서 찾는 자세에서 시작해야 한다"라며 "국가가 왜 과학기술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전략·제도 등을 전부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과학으로 국력 기르자" 지식인 끝장 토론회 제안까지 '과기인' 공감

이명호 선임연구위원 글을 접한 과학기술인들은 "과학으로 국력을 기르자"고 공감대를 모았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이명호 선임연구위원 글을 접한 과학기술인들은 "과학으로 국력을 기르자"고 공감대를 모았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게시글을 접한 일부 과학기술인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으며 '지식인 끝장 토론회'를 제안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인들도 과학으로 국력을 길러내자는 R&D 철학을 지니자고 목소리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국가 R&D에 참여했었던 이덕근 기업성장전략연구소 소장은 "국내 과학기술은 산업을 위한 R&D로만 연결돼 있다. 그동안 산업발달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떠받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경우 국가의 문제를 과학기술로 풀어가고 있다. 국가 문제해결형 경쟁과제를 중복으로 만들며 연구를 활성화 시킨다. 채택되지 못한 기술은 버려지지 않고 다시 활용된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에 쓰이고 있다"라며 "한국 과학기술계도 산업을 위한 R&D 형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태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과학기술이 국가 경제 활성화로만 활용되면 안된다"라며 "과학기술을 이용해 외부 국가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국가의 안전에 과학기술이 활용되는 것과 같다"고 소회했다.

글을 접한 손정락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지식인들의 끝장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출연연 R&D의 정체성을 비롯해 25개로 분화된 출연연 구조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주제를 제안했다.

그는 "일반적인 토론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지식인들이 모여 끝장 토론 브레인스토밍을 열어보자"라며 "그동안 다양한 토론회들이 있었지만 공중에 떠다니고만 있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의 DOD DARPA, DOE ARPA-E는 기술 혁신을 통한 국가적 기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반면 국내 R&D 전담기관들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PM 역할은 새로운 기술 발굴·혁신에 방점이 찍혔다. 국내 PM 등은 기술 발굴·혁신부터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역할이 방대하다"라며 "과거 산업화 시대에 큰 역할을 해왔던 출연연 중심의 R&D 환경이 지금의 시대에서도 획기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승용 효성중공업 CTO는 "한국의 산업들은 2000년 이후 Fast Follower가 아니라 First Mover가 되어야만 생존한다. 국가 R&D 사업의 우수한 결과가 기업으로 이전돼야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국가 R&D 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성장동력이 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여전히 산업 시대 R&D 과제기획과 선정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라며 "수월성을 추구하는 과제 기획·선정이 중요하다. DARPA의 PM 제도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

과학기술계 원로 과학자는 "국가 R&D 추진에서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돼야 한다.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라며 "눈앞의 과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국민을 바라보며 10년 50년 이후의 국력을 고민하는 연구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래는 이명호 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의 게시글 전문.
 
어제 DARPA의 PM(Program Manager) 제도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으로 대전에 가서 DARPA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R&D 시스템에 대하여 2시간 동안 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차를 몰고 올라오면서 그 열띤 진지함이 또 한번의 좌절로 끝날 것을 생각하니 허망했다. DARPA PM 제도의 벤치마킹은 지금의 공무원 제도와 의식으로는 절대 안된다.

PM 제도의 핵심은 PM이 과제 기획과 예산집행의 전권과 재량권을 갖고 있다가 아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부처에서 벤치마킹을 해서 비슷한 반쪽짜리 제도를 도입했는데, 왜 성과를 못내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DARPA의 핵심은 국가가 왜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R&D를 하는가 하는 철학의 문제이다. 학문의 증진, 산업의 육성, 경제 발전... 다 아니다. 국가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강력한, 효율적인 국가와 정부 조직이 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첨단의 기술을 개발하고 도구를 만들어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쏴서 미대륙을 위협하고, 다시금 세월호 같은 사건이 안일어나게 하겠다는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과 대비이다.)

외부로부터의 기술적 충격,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보의 위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가 먼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먼저 첨단의 기술을 활용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많은 실패(그에 따른 예산의 낭비)가 전제되지만, 만일 외부의 적, 경쟁국이 더 먼저 앞선 기술을 개발했을때 닥칠 위험에 비하면 그런 도전과 실패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DARPA 자료를 보면 제대로 뽑은 PM이 30% 정도라고 한다. 결국 70%는 실패한다고 볼 수 있다. 90%가 넘는 우리나라의 R&D 성공율에 비하여 너무 예산 낭비라고 국회의 집중 포화로 조직이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911테러가 방대한 정보 분석의 실패에 따른 반성에서 방법을 찾다보니 정보분석 인공지능 기술이 나오고(이 기술은 은행권의 사기 감지 기술로 활용되고 있음), 조종사를 보호하고 적진에서 싸우기 위해 드론과 무인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미국이 자율차와 드론을 선도하는 이유임), 부상당한 응급한 수술이 필요한 군인을 야전에서 수술하기 위해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우리도 수술로봇 개발한다고 정부 돈 낭비했는데, 의료헬기 몇대 더 장만하면 충분하다).

기술을 개발하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정부(국민)가 그 기술의 수혜자이면서, 최첨단의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개발하는데 대학의 연구소, 공공 연구소, 기업이 같이 참여하게 하여 개발된 기술을 정부는 사용만 하고, 개발자들이 소유하여 민간에 흘러들어가게 하여 첨단 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부처와 기관 간의 칸막이가 아닌 하나의 해결책을 만들기 위하여 여러 기술과 조직을 협력하게 하고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여전히 국가, 공무원들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R&D를 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한때 이 방식은 잘 작동했다. 모방해야 할 기술을 선정하는데는 공무원이라고 못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지났다.

기업체가 알아서 하는 것이 더 잘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부가, 공무원이 산업기술 육성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냥 정부가 적은 공무원으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서 예산을 줄이고,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 국가를 지키는 방법을 과학기술에서 찾는 자세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업체보다 못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남의 문제 해결하겠다고 하지 말고 정부 자신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 전문가가 존중을 받고 열심히 해결책을 만들 것이다. 그런 문화와 제도에서 스타트업 CEO 같은 DARPA PM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과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올 것이다.

R&D 혁신..... 관료들이 해결 못한다. 과학기술자도 해결 못한다. 대통령이 나서도 쉽지 않은 개혁이다. 왜 국가가 과학기술에 대해 투자를 하는지에 대한 국가의 철학과 전략, 제도를 전부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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