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UNIST 교수팀, 엔-파이스타 상호작용 규명

페닐 포메이트 분자를 용매에 녹여 분자 결합 상태를 분석한 그림.<사진=UNIST>
페닐 포메이트 분자를 용매에 녹여 분자 결합 상태를 분석한 그림.<사진=UNIST>
국내 연구진이 분자와 물을 매개로 단백질 등 분자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UNIST(총장 정무영)는 김영삼 자연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분자와 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빠른 움직임을 실험적으로 관측하고 이 움직임으로 단백질 같은 분자들이 수용액에서 안정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물(H₂O)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두 원자는 전자를 공유하는 공유결합으로 뭉쳐지지만 약한 양성(+)을 띠는 수소가 다른 물 분자의 산소(-)에 달라붙는 수소결합도 나타난다. 수소결합은 공유결합보다 에너지는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며 물의 특성을 결정한다.

물속에 다른 물질이 들어오면 수소결합 때문에 구조나 성질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생체분자들은 물속에서도 구조적으로 안정하게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비공유 상호작용이라 추정해 왔으며 대표적은 엔-파이스타 상호작용(n→π*)이다.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은 수소결합처럼 전자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원자를 결합시킨다. 결정 상태의 단백질 구조에서 많이 관찰할 수 있는 이 현상이 물속에서도 나타나는지 입증한 실험은 없었다. 현재까지 연구는 결정구조나 기체상 분자들을 대상으로 수행됐거나 이론적으로만 이뤄졌다. 원리가 어떤것인지 직접적인 정보는 얻을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연구팀은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페닐 포메이트(PF) 분자'를 물과 다른 용매에 녹이면서 이차원 적외선 분광법(2D IR)으로 관찰했다. 물 함량을 조절하면서 수소결합 변화도 살폈다.

2D IR은 수십 펨토초 시간폭을 가지는 적외선 3개를 피코 초 단위의 시간차를 두고 분자에 쏘이면서 분자 구조와 매우 빠른 움직임을 관측하는 기술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은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처럼 화학적, 생물학적 반응은 잘 일으키지 않는다. 때문에 2D IR은 생체분자의 실제 작용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손꼽는다.

그 결과 PF 분자에서 엔파이스타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시스(Cis) 구조와 수소결합 구조가 피코초(1ps, 1조분의 1초) 단위로 계속 교환됐다. 물이 많아질수록 수소결합구조가 피코초 단위로 계속 교환됐다. 물이 많아질수록 수소결합 구조 비율이 늘어났고 두 구조가 서로 바뀌는 속도도 빨라졌다.

김 교수는 "물을 매개로 두 구조 사이의 매우 빠른 교환이 단백질을 비롯한 생체분자의 구조를 더 안정하게 만든다"며 "물과 대상 분자의 수소결합이 끊어졌다 연결되기를 반복하면서 무질서도가 증가하고 약한 에너지를 가진 엔-파이스타 상호작용도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다른 빛들은 화학적, 생물학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생체분자나 수용액 속 분자가 실제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며 "관측 도구의 영향으로 죽어버린 분자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분자를 보는 기술이 2D IR" 이라고 기술 의의를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물리화학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피지컬 케미스트리 레터(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Letters, JPC Letters)'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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