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 꿈 韓 연구자들 "가슴뛰는 일, 역사 바꿔간다"

이경수 사무총장·정기정 단장 "ITER 속 한국 인력 양성 시급"
한국 인력 우리나라 조달 분야에 집중, 전반적 기술 체득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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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카다라슈=길애경 기자 - 2018.10.16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경수 ITER 사무총장, 양형렬 토카막 조립 총괄, 최창호 진공용기섹션 총괄,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사진=길애경 기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경수 ITER 사무총장, 양형렬 토카막 조립 총괄, 최창호 진공용기섹션 총괄,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사진=길애경 기자>

"유니크하고 사람의 가슴이 뛰는 일을 과학에서 해야한다.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고 그러면서 역사가 바뀐다."

인공태양 꿈이 올해 8월 공정률 57.4%를 넘기며 가시화되고 있다.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국제핵융합실험로)  버나드 비고(Bernard Bigot) 총장은 지난 10일 "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표로 하며 2050년 상용로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ITER 자료에 의하면 올해 8월말 기준 ITER 참여국별 파견 주요 인력은 842명. 유럽연합(EU)이 586명(69.6%)으로 가장 많고 중국 77명(9.1%), 미국 49명(5.8%), 러시아 36명(4.3%), 인도 34명(4.0%), 한국 32명(3.8%) 순이다. 중국의 인력 파견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ITER의 기술적 총괄을 맞고 있는 이경수 사무총장을 비롯해 최근 부임한 오영국 장치 운전 총괄, 양형렬 토카막 조립 총괄, 최창호 진공용기섹션 총괄 등이 현장에서 리더로 활동 중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은 정기정 단장이 참여국들과 활발하게 논의하며 협력하고 있다. 박이현 박사는 핵융합의 주요 연료인 삼중수소 증식재를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하며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 ITER 속 한국 연구자들, 터줏대감부터 기술 총괄까지

ITER 건설 현장은 2025년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표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000여명의 인력이 2.5 교대로 토요일까지 6일간 작업 중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경수 ITER 사무총장은 "2015년 사무총장으로 왔는데 오후 4시가되니 모두 가더라. 울고 싶었다. 지금은 2000년 만에 프랑스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지역이 됐다"면서 "ITER 사업을 왜 하는지 목표의식을 공유하고 리더들이 먼저 회의 시간에 가장 먼저가고 다음 회의에 늦지않도록 시간 맞춰 회의를 끝냈다. 그렇게 2년 넘게 진행되니 지금은 모두가 스스로 움직인다"며 지난 시간을 소회했다.

핵융합발전은 지금까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등 자원 중심에너지는 고갈과 환경 문제로 한계가 있다. 인류 지속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인식이 모아지며 핵융합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여전히 상용로까지 가기에는 넘어야할 난제들이 많다.

이 사무총장은 "지식 배경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인류는 2000년을 넘길 수 없다. 기존 에너지가 자원 중심이라면 핵융합은 지식에너지"라면서 "당장이 아니더라도 지식 증가로 100년, 40~50년 안에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고 그러면서 역사가 바뀐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KSTAR도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가능성을 증명했다. 우리의 목표가 응집되면 2025년 첫 플라즈마 가능하다"면서 "유니크하고 사람의 가슴이 뛰는 일을 과학에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ITER 건설이 시작될 시점부터 참여한 최창호 진공용기섹션 총괄은 올해 11년째로 ITER 터줏대감이다.

최 총괄은 "처음에 오니 허허벌판에 나무들만 있더라. 나무를 정리하는 중에 보호목이 발견돼 따로 옮겨서 보관했다"면서 "지금은 진척률이 60%에 이르며 눈으로 보이지만 처음에는 ITER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게 없어서 나무를 보여줬다(웃음)"며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토카막의 저온용기 열차폐 기술을 책임맡고 있다. 저온용기는 인도에서 만들어 와 독일의 인력이 용접 작업 중이다.

최 총괄은 "스테인리스라 용접이 쉽지 않다. 최근 용접에 불량이 생겨 회의를 통해 원점에서 다시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에너지가 여유있어 평화롭게 나누지만 부족한 상황이 되면 인류 DNA상 절대 그냥 나누지 않게 된다.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ITER 연료 대용량 생산 기술 완료, 인력 양성만 남아

ITER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쓸 예정이다. 삼중수소는 반감기 12.3년의 방사능 물질이지만 핵융합이 잘 일어난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무한하게 얻을 수 있는데 비해 삼중수소는 자연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희귀 물질이다.

핵융합 연료는 중성자와 리튬이 함유된 삼중수소 증식재의 핵반응을 이용해 삼중수소를 자가생산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박이현 ITER 한국사업단 박사는 리튬 티타늄 산화물인 Li₂Tio₃를 이용해 직경 1mm의 볼 형태인 고체형 삼중수소 증식재를 제작하는데 성공하고 중소기업에 이전, 제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ITER 실험에 필요한 삼중수소 증식재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핵융합 연료 원천 기술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박이현 ITER한국사업단 박사가 핵융합 연료로 사용되는 삼중수소 증식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가장 균일한 크기(오른쪽 사진의 왼쪽제품) 기술력을 인정 받는다.<사진=길애경 기자>박이현 ITER한국사업단 박사가 핵융합 연료로 사용되는 삼중수소 증식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가장 균일한 크기(오른쪽 사진의 왼쪽제품) 기술력을 인정 받는다.<사진=길애경 기자>

ITER 한국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정기정 단장. 그는 "ITER는 참여국마다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면서 "엄격한 선발 기준으로 인력을 뽑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인력을 선발, 훈련시켜 보내고 싶은데 인력 TO에 묶여 최소 인원만 보내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은 올해 11명이 새롭게 합격하며 15명의 인력이 ITER 건설에 합류했다. 하지만 기존 핵융합연 인력이 가는 것으로 실질적인 인력 증가는 아니다. 한국 인력은 진공용기, 열차폐체 등 우리나라가 조달하는 분야에 편중돼 있다. ITER의 각 분야 기술을 체계적으로 체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7개 참여국은 ITER 건설에서 얻은 기술을 통해 각국의 핵융합발전소(실증로)를 짓게 된다. 분야별 기술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한국 연구자들은 "ITER 사업이 한국의 KSTAR를 모델로 하며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국내 참여 인력이 부족해 전반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결실은 젊은 인력을 대거 파견하고 있는 중국에서 가지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ITER 건설과 운영 기술은 참여국에게 모두 공유된다. 하지만 테스트 증식 블랑켓 모듈(TBM)로 핵융합로 내부에서 전기 생산용 열에너지 변환과 핵융합연료 증식, 중성자 차폐 등 기능을 시험하고 발생하는 데이터는 공유되지 않는다. 참여국마다 기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중국은 ITER와 별개로 2035년까지 핵융합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핵융합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정 단장은 "최근 중국이 핵융합발전소 건설 일정을 조금 미뤘지만 젊은 인력을 대거 보내고 있다. 2025년 첫 플라즈마까지 전반적인 기술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면서 "우리도 인력확보가 시급하다. 정부에 100명정도 인력 TO를 요청해 놨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ITER 사업으로 한국은 2017년까지 인력 양성 효과 1006억원, 회원국으로부터 115개 과제를 수주하며 5761억원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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