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청년 부탁해 ㊲]배준범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교수
착용형 감각 전달 시스템 기반 '아바타 로봇' '소프트 센서 장갑' 개발

배준범 UNIST 교수가 착용형 감각 전달 장갑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배준범 UNIST 교수가 착용형 감각 전달 장갑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주인공은 전신슈트를 입고 가상현실 세상을 온몸으로 느낀다. 가상현실 속에서 격투 장면이 나오면 슈트는 고통을 그대로 주인공 몸에 전달한다. 현실과 가상에서의 감각이 같다. 가상현실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셈이다.

SF(Science Fiction) 영화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가상현실 기술을 넘어 가상 물체를 만지면 감각이 느껴지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가상현실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공학자 배준범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교수가 미래의 가상현실 기술을 현실로 앞당기고 있다.

올해로 37세인 로봇 공학자 배준범 교수. 인간-로봇 상호작용 시스템을 속속 개발하며 연구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독보적 연구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를 지원하는 'UNIST 젊은 특훈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배준범 교수의 로봇 연구 스토리는 '재활 로봇'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2006년 미국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기계공학과에서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보냈다. 이곳에서 의료 현장에 사용될 착용형 센서와 하지외골격 로봇을 만들었다.

당시 재활치료 시장에 로봇이 점차 등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착용성과 무게였다. 족히 10kg이 넘는 로봇을 환자가 짊어져야 했다. 배 교수는 연구 현장에서 실증의 한계를 경험하고, 실용성이라는 고비를 수차례 마주하기도 했다. "착용이 어려운 무거운 로봇이 정말 환자에게 도움 될까?"라는 의문을 항상 품어왔다.

손가락 움직임을 측정하는 소프트 센서 장갑.<사진=박성민 기자>
손가락 움직임을 측정하는 소프트 센서 장갑.<사진=박성민 기자>
이후 2012년 국내로 돌아와서도 로봇 연구에 몰입해온 그는 '착용성'에 대한 고민이 컸다. 기계적 관점보다는 '착용' 관점에서 로봇을 바라봤다. 부드러운 로봇 구조와 센서 개발로 연구 초점을 바꿨다.

'기존과 다른 제작 방법', '유연한 재료', '쉬운 착용', '정확한 측정'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먼저 '소프트 센서 장갑'을 개발했다. 장갑은 얇고 착용하기 쉬운 구조로 설계됐다. 손가락 관절별 미세 움직임을 감지하고 측정할 수 있다. 재활치료에도 최적이다.

소프트 센서 착용 범위도 확장시켰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팔꿈치·발바닥 등의 다른 신체 움직임도 미세하게 측정할 수 있다. 재활치료를 넘어 운동 분야에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물체의 역감(力感)과 촉감 등을 느끼는 '착용형 역감 전달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장갑 손가락 마디마다 소형 액추에이터가 달려있다. 장갑을 착용하면 물체의 힘에 따라 강약이 조절되면서 가상의 감각을 손으로 전달해준다. 말 그대로 가상현실을 만질 수 있는 셈이다.

배 교수는 "가상현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움직임을 측정하고 감각을 전달하는 기술은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다"라며 "착용형 역감 전달 시스템은 가상현실에 몰입감을 더해준다. 현실감이 부족한 가상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영화 '아바타'처럼···원격 조종 재난 대응 로봇 개발

배준범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사진=UNIST 제공>
배준범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사진=UNIST 제공>
"큰 힘을 낼 수 있는 아이언맨 슈트는 사용자에게 위험을 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용자는 그 힘을 적절히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죠. 하지만 아이언맨 슈트를 이용한 원격 조종 로봇은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원격 조종을 가능하게 합니다."

배준범 교수 연구팀은 AVATAR(interActive and intuitiVe control interfAce for a Tele-operAte Robot)라는 원격 조종 로봇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영화 '아바타'처럼 사용자의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사람 대신 사고 현장에 투입하는 로봇이다.

로봇은 '착용부'와 '로봇부'로 구성됐다. 사람이 착용부를 몸에 걸치고 직접 작업하듯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방식이다.

착용부에는 팔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한 슈트와 손가락 움직임을 감지하는 특수 장갑을 탑재했다. 착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로봇이 똑같이 작동한다.

로봇부는 7개 관절과 3개 손가락으로 제작됐다. 복잡한 작업도 사람처럼 정밀하게 수행한다. 아바타 로봇이 만지는 물체 감각을 조종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로봇 손에서 발생하는 힘을 측정해 조종자가 착용한 장갑을 통해 진동이나 힘으로 전달하는 원리다.

또 로봇 머리에 부착한 카메라는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 조종자는 로봇 주변의 시각 정보를 착용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달받는다.

배 교수는 "마치 사람이 실제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로봇"이라며 "싱크로율 100%를 목표로 아바타 로봇의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의 아바타 로봇은 지난해 열린 '제1회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데모데이' 결선에서 미래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공학은 실증···기술 수요 현장에서 '공학자' 의미 찾다"

배 교수는 젊은 과학을 Re:Search라고 표현했다. 연구는 실패를 거듭하고 끊임없이 부딪쳐야하기 때문이다.<사진=박성민 기자>
배 교수는 젊은 과학을 Re:Search라고 표현했다. 연구는 실패를 거듭하고 끊임없이 부딪쳐야하기 때문이다.<사진=박성민 기자>
배 교수는 유학 시절 미국 병원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와 협업 연구하며 공학자의 의미를 찾았다. 당시 환자 곁에서 고통을 직접 전달받으며 센서와 로봇을 연구를 매진했다.

그는 "어린 동양 공대생에게 절박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보며 공학자의 의미를 찾았다"라며 "환자들은 당장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연구에 열심히 참여했다. 공학은 사람에게 실증되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소회했다.

배 교수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를 꿈꾼다. 그는 "사람이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의 능력을 훨씬 많이 발휘하게 된다"라며 "사람의 인지·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이다. 특히 가상공간은 인간에게 많은 경험과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젊은 과학을 'Re:Search'(다시:찾는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연구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찾아내는 것"이라며 "젊을수록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 고민 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부딪치는 것이 젊은 과학"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공학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움받길 바란다. 인류에게 도움 되는 기술에 정진하겠다"라며 "공학자로서 큰 흔적을 남기는 연구를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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