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개원 10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전문가 6인, '내생적 혁신과 산업 강국' 주제로 논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지난 5일 이민화홀에서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KAIST 제공>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지난 5일 이민화홀에서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KAIST 제공>
"우리나라는 산업 발달 3단계에서 점프하지 못하고 함정에 빠져 있다.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뛰어들 기업가 정신과 도전적 투자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대기업과 그 이하 기업의 양극화, 장비 산업과 서비스업의 R&D 투자 빈약화 등이 내생적 혁신을 위협하고 있다." (김갑수 KAIST 교수)
 
'내생적 혁신과 산업 강국'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산업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혁신 전략을 진단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원장 이덕희)은 5일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이민화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재학생, 산업 관계자, 교직원 등 70여 명이 강연장을 가득 체웠으며, 좌석이 부족해 일부는 뒤편에 의자를 놓고 강연을 들었다. 
 
세미나는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의 발제로 시작해 김갑수 KAIST 교수의 '한국 기업의 R&D 투자 통계 분석을 통한 한국 산업 현황 진단', 우경명 콜마파마 대표의 'Kolmar Korea 2018' 발표가 진행됐다.
 
이어서 이철우 경북대 교수의 '발제에 관한 토론문', 장석인 산업연구원 박사의 '혁신기반 산업발전과 문재인 정부 정책대응 평가 및 과제', 문중양 서울대 교수의 '조선시대 천문학의 성공과 수전농업의 실패'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기술경영 전문가인 이정동 교수는 '한국 산업의 발전과정과 혁신의 패턴: 내생적 혁신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사진=KAIST 제공>
기술경영 전문가인 이정동 교수는 '한국 산업의 발전과정과 혁신의 패턴: 내생적 혁신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사진=KAIST 제공>
이정동 교수는 '제품과 지식의 공진화'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산업은 '점프'와 '함정' 과정을 거쳐왔다고 해석했다.
 
대표적인 1차 점프는 1960년대 농업에서 1970년대 중화학산업과 제조업으로 주요 산업이 전환했을 때다. 당시 우리나라는 제조업 분야의 핵심 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선진국 지식을 수입해 제품을 다각화했다.
 
2차 점프는 도입한 기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투자를 축적하는 단계다. 이 때 R&D 투자와 기업연구소가 확산된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으로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해 가는 과정이 3단계. 내생적 혁신이 필요한 시기지만 우리나라는 이 단계에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1차와 2차 점프에 성공했지만, 3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지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 설계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덕희 원장을 좌장으로 발제에 관한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KAIST 제공>
이덕희 원장을 좌장으로 발제에 관한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KAIST 제공>
김갑수 교수는 국내 기업의 R&D 투자 통계를 분석해 산업 현황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2000년부터 R&D 투자가 증가해 2014년에는 R&D에 1조를 투자한 기업이 8개가 됐지만, 여기에 양극화가 숨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비스업, 특히 매출액이 큰 유통업에서 R&D 투자가 빈약하다는 것"이라며 "알리바바와 아마존 역시 유통업이고 4차 산업혁명에서도 유통업은 필수다. 이 분야에서 R&D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이 상품을 만들어도 시장이 돌아가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내생적 혁신을 위해 기업은 R&D 투자율을 연 7%, 3년 간 25%, 10년간 100% 증대하는 목표를 잡자"고 제안했다.
 
우경명 대표는 화장품에서 제약으로 분야를 다각화해 혁신을 이룬 콜마파마를 소개했다. 우 대표가 밝힌 혁신의 비결은 연구개발. 콜마파마는 전체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연구 인력도 전체 인력의 30%를 차지한다.
 
그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선제적으로 시장 트렌드를 읽고 연구해 개발한 제품을 국내외 업체에 먼저 제안한다"며 "선투자와 선연구개발로 시장을 이끄는 일은 상당히 모험적"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교수는 산업발전을 지역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는 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국가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최근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들은 국가라는 단일 공간에서 하위 단위에 초점을 둔 지역혁신체제(RIS)와 클러스터론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러스터론은 한 분야의 서비스 공급 기업, 기관, 전문가 등이 일정 지역에 밀집됐을 때 성장과 혁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장석인 박사는 현 정부의 산업 정책을 평가하며 "정부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발굴하면서 민간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고 투자하는 데 부족하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 속 기술개발 사례도 소개됐다. 문중양 교수는 "조선시대 때 천문학은 정부의 주도로 성공했으나 서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수차 개발에는 실패했다"며 "벼농사보다 밭농사가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에서 무리하게 수차 개발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덕희 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의 평균 경쟁력은 '중급가격에 비해 품질이 괜찮다'로 규정된다. 이제 이 경쟁력조차도 중국과 베트남 등에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단순히 GDP가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내생적 혁신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기존 경영대학원(MBA)과 다르게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 연구소, 벤처 조직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이 과정은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 기업가 정신과 전문성을 갖춘 혁신적인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올해 3월 16기 과정이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박사와 석사 학위 졸업생 각각 25명, 227명이 배출됐다.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들과 토론자들이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사진=KAIST 제공>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들과 토론자들이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사진=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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