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 13일 '2018년 제2차 전국 과학관 CEO 포럼' 개최
김근배 교수 "과학관, 과학 넘어 문화 문명 공간으로 거듭나야"

'2018 제2차 전국 과학관 CEO 포럼'에 참석한 과학인들이 '과학관의 새로운 발전방안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2018 제2차 전국 과학관 CEO 포럼'에 참석한 과학인들이 '과학관의 새로운 발전방안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과학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과학관에서 이런 과학기술 역사를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김근배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말씀하신 대로 과학기술 역사의 자료화가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과학 문화 확산을 위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3일 본관 회의실에서 '2018년 제2차 전국 과학관 CEO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과학관의 새로운 발전방안과 비전'으로 과학기술 관계자 1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과학기술의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새로운 과학관의 모습을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모임은 지난 5월 국립대구과학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과학관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주제로 열린 바 있다.

이날 '제2차 전국 과학관 CEO 포럼'에 참석한 과학기술 관계자들은 "각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과학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 1월부터 국립부산과학관 제2대 관장으로 선임된 고현숙 관장은 "과학관마다 독자적이고 고유한 DNA에 집중해야 한다"며 "독특하고 혁신적인 것을 제공하면 관람객들이 과학관을 자주 찾게 되고, 소통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도 "과학관이 발전하려면 지역의 특색을 살려야 한다"며 "지역 특화 전시 콘텐츠를 확보해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과학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관의 일곱 가지 단상들'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근배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는 '과학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과학 설명에만 치중하지 말고 스토리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현대 문명의 근간은 과학기술인데 어디에서도 우리의 과학기술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과학관에서 우리가 일궈 온 과학기술 성과를 발굴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 과학관에는 한국의 것이 충실하지 못하다"라면서 "우리만의 독창적인 과학기술 콘텐츠를 만들어서 글로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과학 중심으로 과학 한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과학관은 과학을 알리는 것을 넘어 사회·문화·미래와 융합해 최고의 문화 문명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관에 찾는 연령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부분의 과학관이 어린이·청소년만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지적한 것. 이정규 노원우주학교 관장은 "흔히 과학관 하면 아이들 오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며 "노원우주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과 팟캐스트를 활용해 다양한 계층의 수요를 만족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관에 전문 인력이 부족해 시설물 운영관리에만 치중하는 상황도 지적했다. 김선아 국립광주과학관장은 "과학관에 1년 정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과학관 전문 인력을 확충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인력을 통해 과학관이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배 교수는 'Techno-Korea'를 앞세워 과학 문화를 확산하고, 개발도상국의 과학관·과학문화에도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발전하기 위해 과학기술에 무리한 투자를 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GDP 대비 R&D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런 노력을 통해 Techno-Korea가 만들어진 것인데 이제는 개도국 과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R&D(연구·개발) 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한국의 R&D 지출은 GDP의 4.23%(2015년 기준)로 일본(3.29%), 미국(2.79%)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김 교수는 "3.1운동 이후 '과학조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국가가 발전해왔다"면서 "과학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고, 미래에도 과학기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과학관에서 우리과학의 성과를 발굴하고 전시해 과학 문화 확산에 앞장섰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2018년 제2차 전국 과학관 CEO 포럼'에 참석한 과학기술 관계자는 ▲김선아 국립광주과학관장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고현숙 국립부산과학관장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이정규 노원우주학교 관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배상현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 ▲최형빈 대전시민천문대장 ▲박희범 사이언스 뉴스 대표 ▲김종애 세계 술 문화박물관장 ▲한국희 우석헌자연사박물관장 ▲박정한 LG사이언스홀 부산 관장이 참석했다. '제3차 전국 과학관 CEO 포럼'은 11월로 예정돼 있다.

'2018 제2차 과학관 CEO 포럼'에 참석한 CEO들이 과학계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과학관 제공>
'2018 제2차 과학관 CEO 포럼'에 참석한 CEO들이 과학계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과학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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