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진 UNIST 교수팀, 염색체 물리학적 법칙 규명

DNA 뭉침에 대한 설명과 시뮬레이션.<사진=UNIST 제공>
DNA 뭉침에 대한 설명과 시뮬레이션.<사진=UNIST 제공>
UNIST(울산과학기술원·총장 정무영)는 김하진 생명과학부 교수가 세포핵 속 DNA도 마치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DNA 상분리(Phase Separation)'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존 생물학이 아닌 물리학적 원리로 DNA 작동을 설명한 것.

연구팀에 따르면 DNA는 무수히 접히고 말려서 세포핵에 들어가 있다. 그 안에 공간적으로 구분된 영역들이 생긴다. 세포가 당장 활용할 DNA 정보들은 열린 구조로 만들어서 쉽게 접근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뭉쳐서 압축파일처럼 보관하는 식이다.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DNA 영역들이 분리된 공간을 만들어 세포가 효율적으로 정보를 사용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물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상분리'라는 개념으로 다룬다. 온도나 압력, 구성 분자 등이 달라지면서 고체, 액체, 기체뿐만 아니라 같은 액체 내에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상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물리학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상분리 현상이 DNA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DNA 상분리에는 정전기적인 힘이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DNA는 강한 음전하(-)를 갖기 때문에 서로 밀어내는 힘이 강하다. 하지만 특정 종류의 다가양이온(+)이 들어가면 서로를 끌어당기며, 이 정도는 DNA의 서열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하고 실험으로 확인해 지난 2016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이번에는 그 원리가 폴리아민과 핵산 분자의 메틸기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김하진 교수는 "DNA 상분리가 유전자 발현과 줄기세포 분화 등 세포 활동을 결정지을 가능성을 분자 수준에서 보였다"라며 "DNA가 있는 세포핵은 그 복잡성 때문에 미지의 영역이 많으며, 앞으로 분자생물학이나 물리학, 화학적 접근이 중요한 발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저널 '뉴클레익 에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달 19일 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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