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진화하는 바이러스를 잡아라···바이러스 쫓는 남자

[과학 청년 부탁해 ㉛]나운성 고려대 약학대학 연구교수
"출발은 늦었지만···바이러스 기초연구 중요한 만큼 최전선에 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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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기자 - 2018.08.13

몽골에서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분리 연구를 할 때. 나 교수는 국내에서 최초로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나운성 교수 제공>몽골에서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분리 연구를 할 때. 나 교수는 국내에서 최초로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나운성 교수 제공>

구제역 공포가 전국을 강타한 2011년. 그해 겨울에 발생한 구제역 아웃브레이크는 축산 농가에 전대미문의 피해를 남겼다. 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동물만 감염시키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앞서 2년 전인 2009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에서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이 대유행했다. AI에 감염된 닭,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의 피해가 컸다. 

바이러스 습격으로 많은 동물이 살처분 됐던 그때. 나운성 고려대 약학대학 연구교수는 공중방역수의사로 현장에서 '고군분투' 했다. 

"3년 동안 구제역, 조류독감 등이 전국적으로 터졌어요. 감염이 되면 가축은 이동제한을 하고, 발생 농장은 사역하던 동물을 살처분해야 합니다. 동물도 사람도 힘든 시간의 연속인거죠. 방역 업무가 힘들었지만 동물 바이러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구제역, 조류독감 등 바이러스 사태가 그의 진로를 바꿔놓았다. 수의사 면허 소지자 대부분이 대학 졸업 후 임상수의사 길을 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선택이었단다.  

나 교수는 "제대 후 캐나다에서 6개월 동안 동물병원 인턴을 했다. 진료실에서 하루 종일 동물 진료하는데 갑갑했다"며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평생하기에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동물병원을 포기했으니 그때부터 돈과도 멀어졌다(웃음)"고 말했다. 

◆ 안정된 직업 대신 선택···바이러스 연구 최전선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시 현장. 뎅기열 바이러스 수용체 발현 돼지 분만. 유기견 센터검진 바이러스 감시. 메르스 백신 개발 동물 실험 모습. <사진=나운성 교수 제공>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시 현장. 뎅기열 바이러스 수용체 발현 돼지 분만. 유기견 센터검진 바이러스 감시. 메르스 백신 개발 동물 실험 모습. <사진=나운성 교수 제공>

동물 바이러스 연구자로 진로를 재설정 했을 때 이미 동기들은 박사 학위를 받고 있었다. 임상수의사, 공무원, 기업 등 안정된 직업군을 뒤로 하고 택한 기초연구자지만 미래도 불투명 했다.  

그럼에도 뒤늦게 불탄 학구열로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을 3년 반만에 마쳤다. 

"석박사 과정 동안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했어요. 실험을 한다고 전국 동물농장을 누비고 다녔죠.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학위과정을 시작하며 말에서 인플루엔자를 분리하는 연구를 맡았어요. 운 좋게도 한국형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국내에서 최초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어요."

분리된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비구조 유전자(nonstructural gene) 23개 염기서열이 부분적으로 결손, 다른 인플루엔자에 재조합하면 병원성을 줄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나 교수는 "최신 바이러스를 분리하면 항원으로 이용해 백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유용한 항원이 없으면 백신을 수입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말 시장이 크지 않고 바이러스 질병 연구도 활발하지 않아 대부분 백신을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연구를 위해 몽골도 수시로 오갔다. 몽골이 국내 보다 말 대여 비용이 싼데다 말에 대한 관심도 컸다. 말 개체 구분을 위해 보통은 이표(耳標)를 달아 구분을 하지만, 몽골인은 30마리 말 이름은 물론 생년월일까지도 줄줄 외울 정도였다. 실험 말 중 한 마리는 연구 기간에 몽골 말 경주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한 나 교수는 이를 통해 백신을 개발, 지난 2014년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UST 졸업 후 고려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다양한 인수공통 바이러스 질병을 연구 중이다. 특히 뎅기열 바이러스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뎅기열은 사람에게만 걸리는 질병으로 동물에게는 무관해 동물 바이러스 연구자에게는 관심이 크지 않은 질병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뎅기열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동물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뎅기열에 감수성을 가진 실험동물을 뎅기열에 감염시키고, 항바이러스나 백신에 대한 효능을 연구한다. 

"뎅기열 백신이 판매되고 있지만 부작용이 심해요. 백신접종 이후 다른 종류의 뎅기열이 재감염 되면 병원성이 더 높아지죠.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피해가 클 수 있어 현재 허가된 백신은 취약계층에게는 접종할 수 없어요. 선배가 돼지를 이용해 뎅기열 백신 연구를 하는데 모델동물 부분을 도와달라해 합류했다가 국제과제로까지 연결됐어요."

나 교수는 4주 정도 자란 미니피그에 뎅기열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어떤 증상이 나오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는 "올해 태어날 뎅기열 감수성 돼지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감염되는지 살필 계획"이라며 "우선은 뎅기열 모델 동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돼지가 생리학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만큼 모델 동물로 성공하면 백신 연구가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반려견 용 인플루엔자 패치형 백신 '마이크로니들(microreedle)'은 반려견 귀에 백신 패치를 붙였다 10초 후에 떼면 백신이 투여된다.  

"사람도 그렇지만 반려견도 백신을 주사하면 움직임에 의한 사고가 많이 납니다. 수의사도 간단한 백신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고 있고요. 마이크로니들은 백신을 패치형으로 만들어 피부에 스며들게 하는 원리인데요. 수의사도, 반려견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 융합 연구로 실용화 추진···"인류 도움 주는 연구 할 터"

나 교수는 "젊은 과학은?"을 묻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융합'이라 답했다. 정통 바이러스학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연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박은희 기자>나 교수는 "젊은 과학은?"을 묻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융합'이라 답했다. 정통 바이러스학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연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최근 급속도로 조류에서 사람, 돼지에서 사람 등 종간 전파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원헬스 개념의 해결방안을 탐구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융합연구가 필요한거죠. 다른 분야 연구자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진단시스템을 사람에게도 쉽게 쓸 수 있도록 작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나 교수의 요즘 관심은 '융합연구'다. 앞으로도 화학, 공학, 기계학 등 다양한 학문화 융합해 실용화가 가능한 연구성과를 내고자 한다. 

"스승인 송대섭 교수님은 예전부터 연구했던 낙타용 메르스 진단키트를 업그레이드 해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계시죠. 이런 연구는 바이러스학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른 분야의 협력을 통해서가 가능합니다."

그는 '젊은 과학은'에 대해 묻는 물음에도 '융합'이라 답했다.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닌 실용화를 위해서는 융합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과거에는 연구과제 최종산물이 논문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논문을 위한 연구 보다는 실체 연구의 활용도를 더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연구 최종산물이 실용화, 산업화가 되었습니다. 다른 학문과 융합하지 않으면 그건 '늙은 과학'이에요.(웃음)"

그러면서 후배 연구자들이 바이러스 대응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종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동물유래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다. 또 신변종 바이러스성 질병도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감염병 연구분야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연구자는 줄고 있다. 바이러스 연구는 세계 최초로 우리만 알 수 있는 아이템을 찾을 확률이 높다. 이런 가능성을 후배 연구자들이 봐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나운성 교수는?

2006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임상수의사 면허를 갖고 있다. 2015년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쳤다. 현재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연구교수로 인수공통 바이러스 질병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번 인터뷰는 나 교수의 스승인 송대섭(사진 왼쪽)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추천으로 진행됐다. 송 교수는 본보 '젊은과학' 시리즈를 보고 나 교수를 적합한 인물이라고 본지에 메일을 보내왔다. 송 교수는 "전도유망한 임상수의사의 길을 접고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연구분야에 들어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뎅기열 등에 탁월한 연구업적을 내고 있다"며 "나 박사를 본보기로 젊은 연구가들이 기초과학 연구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이번 인터뷰는 나 교수의 스승인 송대섭(사진 왼쪽)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추천으로 진행됐다. 송 교수는 본보 '젊은과학' 시리즈를 보고 나 교수를 적합한 인물이라고 본지에 메일을 보내왔다. 송 교수는 "전도유망한 임상수의사의 길을 접고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연구분야에 들어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뎅기열 등에 탁월한 연구업적을 내고 있다"며 "나 박사를 본보기로 젊은 연구가들이 기초과학 연구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함께 연구하는 이들과 함께 찰칵! 왼쪽부터 강아람 박사과정, 김현욱 연구교수, 나운성 연구교수, 오승석 연구원, 장영아 연구원이다. <사진=박은희 기자>함께 연구하는 이들과 함께 찰칵! 왼쪽부터 강아람 박사과정, 김현욱 연구교수, 나운성 연구교수, 오승석 연구원, 장영아 연구원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덕넷은 젊은 과학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젊은 과학자의 ▲이름 ▲소속(연락처 포함) ▲추천 사유를 적어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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