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백북스, 24일 7월 넷째주 행사 가져
"지구와 인생은 우주역사에서 먼지같아, 스스로 행복 만들어야"

권오철 천체사진가가 24일 백북스 모임을 찾았다. 저서 '신의 영혼 오로라'를 주제로 사진과 삶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진은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찍은 오로라. 그가 탑3에 꼽는 작품.<사진=길애경 기자>
권오철 천체사진가가 24일 백북스 모임을 찾았다. 저서 '신의 영혼 오로라'를 주제로 사진과 삶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진은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찍은 오로라. 그가 탑3에 꼽는 작품.<사진=길애경 기자>
학교와 집 밖에 몰랐던 모범 고교생. 어느날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저자 이태형, 김영사)' 책을 접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마음 속에는 갖고 싶은 별이 하나 둘 늘어갔다.

마음 속 별을 카메라에 담았다. 천문 사진으로 고교시기부터 상도 받았다. 별 사진을 잘 찍는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대학은 천문학과가 아닌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선택한다. 천문학과는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고 조선분야는 취업이 잘된다는 당시 인식이 그의 진로를 결정해버렸다.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해 잠수함 만드는 일을 하며 연봉도 제법 높았다.

직장생활은 경제적 안정을 주었지만 행복까지 주지 않았다. 별자리 공부가 계속되면서 모범생으로 살았던 그에게 뒤늦은 인생 사춘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몇번의 망설임 끝에 사진 찍는 일로 생계가 가능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며 직장인에서 천체사진가로 진로를 바꾼다.

공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인에서 천체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권오철 작가. 그는 전세계 천체사진가 중 사진 찍는 일을 업으로 하면서 생계가 가능한 10여명에 들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특히 그가 찍은 오로라와 별사진은 수작 중 수작으로 알려지며 국내외에서 인지도도 높다.

권오철 천체사진가가 24일 오후 7시30분 박성일 한의원에서 열린 '대전 백북스'에 참석, 저서 '신의 영혼 오로라'를 주제로 그의 삶과 사진이야기를 풀어냈다.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 인류는 먼지같은 존재, 스스로 가치 찾아야"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수많은 은하단과 은하계, 그리고 태양계 안의 아주 작은 존재, 우주에서는 먼지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 안에 사는 사람 역시 자체는 무의미하다. 스스로 행복을 찾을 때 의미 있다고 본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고민이 계속됐다. 결론은 '행복하게 살다 가야 의미있다'는데 생각이 닿는다.  자신의 강점, 약점, 기회, 위기 등 스왓(SWOT)분석에 들어갔다. 직장을 그만둬도 천체사진가로 살아 남을 수 있겠다는 결론도 얻었다.

하지만 쉽게 직장을 그만두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직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벤처로 직장을 옮기며 일에 빠져 보았지만 여전히 행복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표를 제출할 기회는 사진찍는 일에서 비롯됐다. 2009년 12월 초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원정대 이벤트에 참여를 권유받으면서 직장에 어렵게 휴가서를 냈다. 때마침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도 출시됐다.

"연말 바쁜 시기로 눈치가 보였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벤트 참석자 중 직장인은 나뿐이었다. 직장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복귀하니 예상대로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비로소 당당히 사표를 제출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더라."(웃음)

그는 자신의 사례를 들며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모든 조건이 갖춰져도 그 일이 진행되려면 본인의 용기가 필요하더라"고 소회했다.

천제사진가로 활동한지 9년차다.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고 그만의 사진작품을 찍기까지 험난한 여정도 많았다. 하지만 천체사진가의 길을 선택한 이후 후회한적은 한번도 없다. 행복지수는 수백배 올라갔다. 여전히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단다.

강연에 앞서 이정원 ETRI 박사가 권오철 천체사진가를 소개하고 있다. 해외 출사가 많은 그의 일정을 맞추느라 5개월을 기다렸다고.<사진=길애경 기자>
강연에 앞서 이정원 ETRI 박사가 권오철 천체사진가를 소개하고 있다. 해외 출사가 많은 그의 일정을 맞추느라 5개월을 기다렸다고.<사진=길애경 기자>

◆"과학관련 책 재미있어 거의 읽으려고 노력한다"

"과학관련 책을 좋아한다. 장르 구분없이 읽는 편이다. 우주와 생물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인류진화, 해부학 관련 과학도서를 보고 있다."

권 사진가는 사진을 독학으로 익혔듯이 '별과 오로라' 등 찍고 싶은 피사체 공부를 위해 과학관련 책을 다독한다고 밝혔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즈마의 일부가 지구 표면의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부딪히며 빛을 내는 현상이다.

그의 오로라 사진은 감탄사 그 자체다. 이날 백북스 강의에서도 여러편의 오로라 영상과 사진이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VR 기술 접목 등 첨단 사진 기술이 접목된 오로라 영상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권 사진가는 "사진하나를 찍기 위해 수십시간, 수일동안 야외에서 머물기도 하고 극한의 환경에서 지내기도 한다"면서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상촬영까지 가능해져 더 나은 작품연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상 실제 느낌을 어떻게 전달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도 얻는데 그런 속에서 세계 최초로 오로라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면서 "국내외에 판매되면서 보람도 크다"고 덧붙였다.

권 사진가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소니가 세계사진협회(World Photography Organization)와 함께 선정하는 '글로벌 이미징 앰배서더'에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전세계 180개국 사진 작가 중  60명만 선정해 지원한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NASA(미 항공우주국)의 '오늘의 천체사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천체사진가로서 독자에게 오로라를 경험할 수 있는 팁도 공개했다. 권 사진가는 "오로라를 잘 볼 수 있는 지역은 주로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캐나다, 알라스카 등 북쪽지역이다. 남극도 같은 오로라 현상이 일어나지만 접근이 어렵다"면서 "접근이 비교적 쉬운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오로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춥고 날씨가 안좋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밤이 긴 겨울에 가는게 좋고 3, 4월께 가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오로라를 감상하기 좋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138억년 우주역사와 46억년의 지구역사에서 인생은 무척 짧다. 행복하게 살다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천체사진가는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사진으로 다른 이들에 전달하는 행복한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를 천체사진가의 길로 이끌었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책이 2012년 23년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개정판에는 권 천체사진가의 사진이 실리며 누군가에게 '행복한 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강의를 마친 권오철 천체사진가는 25일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했다. 오는 28일부터 펼쳐지는 월식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그의 다양한 작품은 '사진가로 살아남기-권오철의 별과 사진'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대전 백북스는 매월 둘째, 넷째주 화요일에 진행된다. 회비는 1만원이며 참석은 누구나 가능하다.

강연 후 진행된 저자 사인회. 권 천체사진가는 자신이 행복을 위해 진로를 바꿨듯이 행복하게 살 것을 강조했다.<사진=길애경 기자>
강연 후 진행된 저자 사인회. 권 천체사진가는 자신이 행복을 위해 진로를 바꿨듯이 행복하게 살 것을 강조했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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