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S 융합연구단, 핵심기술 개발 완료 후 상용화 집중
노주원 단장 "국내 농업형태에 맞는 스마트팜으로 새로운 발돋움"

노주원 SFS 융합연구단장은 한국형 스마트팜을 통해 과학영농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사진=이원희 기자>
노주원 SFS 융합연구단장은 한국형 스마트팜을 통해 과학영농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사진=이원희 기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농업이다. 이 농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차 산업이 아닌, 곧 다가올 4차 산업을 넘어선 '어그테크(AgTech)'다.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해 2050년에는 약 10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농업(Agriculture) 역시 기술(Technology)과 융합한 어그테크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어그테크는 글로벌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국가 단위로까지 전폭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 다섯 곳이 모여 SFS 융합연구단(단장 노주원)을 구성, 미래 식량 안정생산 문제부터 이를 통한 경제 성장까지 과학기술기반 농업연구로 책임질 해결사로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필요한 건 손가락 하나? 스마트팜이 움직인다
 
SFS 융합연구단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비롯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참여 중이다. 연구단은 스마트팜 상용화를 위한 통합 솔루션 개발을 위해 2015년 10월부터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주요 핵심 연구기술로는 생육계측·분석, 관수시스템, 양배액처리, 복합환경제어, 온도균일제어 등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농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최적의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도와준다.
 
노주원 단장은 "예를 들어 토마토 농사를 시작할 경우 토마토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구성한다"며 "이후 지상부 및 근권부 생리 측정장치를 통해 토마토의 상태를 상시 분석해 상태에 맞는 조치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나뭇잎의 온도를 측정하는 지상부 엽온 측정장치(왼쪽)와 작물의 무게 등을 측정하는 근권부 측정장치(오른쪽). 각각의 장치에서 측정된 생리정보에 따라 생육환경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다.<사진=이원희 기자>
나뭇잎의 온도를 측정하는 지상부 엽온 측정장치(왼쪽)와 작물의 무게 등을 측정하는 근권부 측정장치(오른쪽). 각각의 장치에서 측정된 생리정보에 따라 생육환경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다.<사진=이원희 기자>
지상부 생리 측정장치는 일사량,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엽온 등을 측정한다. 광센서로 일사량을 측정해 하우스의 천장 개폐여부를 결정한다. 엽온 센서로 측정한 잎사귀의 온도에 따라 양액의 흡수량을 계산해 공급액의 양을 조절하거나 흡수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주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근권부 생리 측정장치를 통해 작물의 무게, 급액량과 배액량, 급액과 배액의 ph/EC를 측정하고 상태에 따라 조절이 이루어진다. 지상부와 근권부에서 각각 작물 정보가 측정되기 때문에 판단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단순히 작물을 잘 자라게 하는 기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작물을 수확할 때엔 작업자 위치와 동선에 따라 무인 이송로봇이 이동하며 토마토를 운반해준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의 정보들은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되기에 영농일지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물의 일정한 품질유지를 가능하게 하고, 세부적인 스케쥴을 구성하는데 활용된다.
 
효율 증가뿐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도 발생한다. 인건비와 재료비 같이 고정적으로 비용이 소요되는 것들 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에너지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비용의 40~50%는 에너지에 소요되는데,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는 기름과 전기다. 농업용 전기를 사용할 경우 기본 비용은 저렴하지만, 장기적으로 대규모 농사를 지을 경우 부담이 된다.
 
연구단은 여기에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기열이나 수열은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크지만, 지열은 평균 15℃ 정도로 일정한 편이다.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지하수를 히트펌프로 끌어올린다면 가열 또는 냉각에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이는 폭염, 한파와 같은 날씨에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지난 6월 26일 몽골 튜브도 강원도 농업타운에 문을 연 한국형 스마트팜 몽골 시법 사업단지. 한국형 스마트팜의 글로벌 경쟁력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KIST 제공>
지난 6월 26일 몽골 튜브도 강원도 농업타운에 문을 연 한국형 스마트팜 몽골 시법 사업단지. 한국형 스마트팜의 글로벌 경쟁력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KIST 제공>
연구단의 기술이 적용된 실증팜 역시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구축된 스마트팜은 KIST 강릉분원이 위치한 강릉과 사천, 천안, 포항, 태안 등 다섯 곳이다.

올해 3월 구축된 태안 연동유리온실은 3000평 규모로, 연구단의 핵심기술이 집약된 실증팜이다. 또한 지난 6월 26일 몽골 튜브도에 위치한 강원도 농업타운에 한국형 스마트팜 몽골 시법사업단지가 오픈되며 글로벌 스마트팜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 낮은 보급률과 접근성···한국형 스마트팜 必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기업과 제품은 스마트팜의 선도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통합솔루션 기업인 '프리바(PRIVA)'다. 통합솔루션으로써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우리가 바로 선진 시스템을 응용하는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
 
노 단장은 "현재 국내에 도입된 스마트팜 시스템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유럽의 농업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주요 재배 작물도, 기후도, 지형도, 도구도 다 다르다보니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그대로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즉 우리나라 농업 형태에 맞는 스마트팜 통합솔루션이 필요한 상황, 연구단은 우리나라의 농업을 분석하고 매뉴얼부터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편의성과 접근성도 고려했다. 노 단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인은 주로 중장년 이상이 많다보니 쉽게 조작하거나, 빠르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며 "또한 새롭게 농업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의 경우 시스템 적응은 빠르지만 농업에 대해 노하우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패키지형 컨설팅 역시 특징이다. 작물의 종류, 토지의 크기, 보유하고 있는 장비 현황, 스마트팜을 설치하려는 장소 등 개인별로 각기 다른 농업환경에 따라 연구단의 스마트팜 기술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KIST 강릉분원에 위치한 420평 규모의 연동플라스틱 온실에선 토마토가 알차게 자라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KIST 강릉분원에 위치한 420평 규모의 연동플라스틱 온실에선 토마토가 알차게 자라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연구단은 통합솔루션을 통해 스마트팜 보급률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시설원예 면적은 세계 3위, 하지만 스마트팜 보급률을 20% 가량이다. 노 단장은 "우리나라 농업의 대부분은 경험기반 농업으로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에게서 배운 기술들을 반복하는 방식이다"라며 "반면 네덜란드는 철저한 과학영농으로 어느새 세계 농업 강국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팜을 시작으로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자연스레 내수시장이 활성화되고 수출시장으로도 이어진다"며 "이제는 단순히 농사만 짓는 행동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점이 돋보이는 가운데 아쉬운 점도 있다. 융합연구단 자체의 운영기간이 오는 10월로 공식 종료된다. 노 단장은 "작물을 키워 데이터를 얻기까지 최소 8개월에서 10개월 정도 소요되다보니 3년이라는 연구기간 자체가 갖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은 기간 동안 기술의 질을 끌어올리고,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연구단의 기술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스마트팜 기반 농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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