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I 시대 도래"···국가 존망도 좌우할 핵폭탄급 위력
경부 및 정보 고속도로 통해 한국 발전···이제는 AI에 全力을

소프트뱅크 월드 2018년 기조연설장에는 3000명의 청중이 꽉 들어찼다.<사진=이석봉 기자>
소프트뱅크 월드 2018년 기조연설장에는 3000명의 청중이 꽉 들어찼다.<사진=이석봉 기자>
"AI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AI는 전 산업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 제조업은 로봇에 의한 24시간 자동공업으로, 물류는 시속 200km 자율운전으로, 금융은 1초 만에 대출을 결정하는 핀테크로, 의료는 DNA 해독에 의한 예방의학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21세기 빅뱅이 AI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9일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8'에서 기조연설한 손정의 회장의 미래 예측이다.

대회장에만 3000명, 옆 회의실에서 원격으로 시청한 사람만 1000명 등 4000여명 앞에서 3시간 동안 손 회장이 강조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AI였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손 회장이 정보혁명을 이야기하며 강조한 것은 AI 외에도 로봇, 바이오, IoT, 우주 등 범위가 넓었다. 그 가운데 사무 자동화 사례로 제시된 것도 견적서를 로봇이 작성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1년 사이에 확 바뀌었다. 정보혁명의 모든 것이 AI로 수렴됐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강조한다. AI는 이제 시작이다. 미국과 중국의 2강 체제이다. AI가 무서운 것은 모든 산업을 재정의하며 한 번 뒤떨어지면 다시는 선두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 번 뒤처져도 경영혁신 등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인간대 인간의 경쟁체제여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인간대 AI의 대결이 된다.

인간은 8시간 일하고 한정된 능력을 갖고 있는데 AI는 24시간 일하고, 다른 플랫폼과 연계되며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 때문이다. 후손을 생각한다면 초기단계인 지금 AI에 투자해야 한다. 조금만 늦어도 이 경주는 뒤따라갈 수가 없다.

손정의 회장은 AI가 앞으로 모든 산업의 개념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이석봉 기자>
손정의 회장은 AI가 앞으로 모든 산업의 개념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이석봉 기자>
이 컨퍼런스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통찰력 있는 생각을 듣겠거니 하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펀드를 갖고 움직이는 손정의 회장이란 사람이 3시간 내내 AI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을 보고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그가 AI에 올인하는 이유와 그가 투자한 기업과 그 기업들의 실적 등을 통해 AI가 일시적인 화두가 아님을 알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다소 애매한 화두가 AI로 집약되고 이것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흑선'이란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를 통해 우리가 어떤 방향을 택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우리가 숙적이라 생각하는 일본과 한국의 운명을 가룬 1차적인 요인을 들려면 아편전쟁 이후의 시대인식이 아닐까 여겨진다.

일본은 아편전쟁과 페리제독 등장 등을 겪으며 서세동점(西勢東漸)이라고 시대 인식을 하게 된다. 이는 일본이 풍전등화란 위기 의식으로 연결되고 그에 따라 메이지 유신과 부국강병 식산흥업 등의 정책이 펼쳐진다. 서양화를 통해 양성된 힘을 바탕으로 조선과 대만을 식민지화하고 만주 등으로도 진출한다.

같은 시기 우리의 시대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위정척사 척왜양이가 당시 지배층이 내걸고 일반인이 공감한 구호였다. 페리제독의 일본 위협보다 더한 사건이 신미양요다. 일본은 미국의 위협만으로도 서양의 힘을 깨닫고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는 1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음에도 서양의 힘을 애써 무시하고 척화비를 전국에 세우며 오히려 변화를 거부했다. 시대의 흐름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는 망국과 식민지화이고 그로 인해 한반도에 살던 많은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우리 스스로가 세운 나라는 아니지만, 우리 손으로 나라를 운영하며 우리는 두 개의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며 후진국에서 탈피하게 된다.

근대화 과정에 많은 것이 있겠지만 결정적 계기였다는 측면에서 두 개의 사실을 거론할 수 있다. 하나는 산업화 세력에 의한 경부 고속도로다. 다른 하나는 민주화 세력에 의한 정보 고속도로다.

산업화 세력에 의한 경부 고속도로는 1인당 GNP 300달러이던 국가가 1995년 1만 달러가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 경우 독일을 보고 대통령이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결행한 결과 이룬 빛나는 성과다.

민주화 세력에 의한 정보 고속도로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말한다. 최근 간행된 '손정의, 3백년 왕국의 야망'(서울문화사 출판,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 유윤한 옮김)이란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하는 책의 인용이다.

일본에서 브로드밴드 진입에 앞장섰던 1998년 6월. 손정의는 빌 게이츠와 함께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통화 위기에 휩쓸리는 바람에 나라 경제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김대중 대통령은 두 경영자의 선견지명으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손정의였다.

"방법은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도 브로드밴드, 두 번째도 브로드밴드, 세 번째도 브로드밴드입니다. 이외에는 없습니다."

게이츠도 그런 손정의의 의견에 "100% 찬성입니다"라고 동의했다. "두 분 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브로드밴드 꼭 하겠습니다. 그런데 브로드밴드란 게 도대체 뭡니까?"

"대통령님께서도 인터넷은 알고 계시지요?"

"그 정도는 알지요."

"그것의 속도를 아주 빠르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보다는 1천배 정도 빠르게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이 브로드밴드입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듣고서 김 대통령은 전국 모든 학교의 인터넷에 브로드밴드를 도입하도록 대통령령을 내렸다. 이를 기점으로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전자산업도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었다. (페이지 307~308)

우리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결단으로 브로드밴드를 시작한데 비해 일본은 소프트뱅크란 업계의 신규 진입자가 시작하고, 정부의 보호를 받는 NTT(일본전신전화)는 기득권에 안주해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 2008년 무렵. 우리보다 약 10년이 늦어진 셈이다. 그사이에 우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세상에서 완전히 말을 갈아타고 가게 됐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지속하게 됐다.

그런데 인터넷이란 흐름이 또 한 번 요동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것이 바로 AI이다. AI는 인간의 능력을 완전히 초월한다. 인간이 8시간 자야 하고, 다른 사람과의 협업도 안 되는데 AI는 24시간 잠도 안 자고, 학습능력이 매일 몇 배, 몇 십배, 몇 백배가 되고, 다른 AI와의 협업 능력도 뛰어나다.

손정의 회장이 역설하듯 모든 산업을 재정의하고 AI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도록 되어있다.

현재로서는 미·중 2강 체제이나 특히 중국의 발전 및 적용 속도가 눈부시다. 이번에도 소프트뱅크 월드에 소개된 8명의 기업인 가운데 4명이 중국인이거나 중국계였다. (3명은 중국에서 사업, 1명은 중국계 미국인. 지난해에 세상을 바꿀 기업인 8명 가운데 대만계 미국인이 1명 소개된 것에 비해 중국의 AI에서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AI의 가능성은 무한하나 아직은 시작 단계라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도 3000명 청중 가운데 "우리는 AI 시대에 대비해 엔지니어와 사이언티스트가 충분히 갖춰져 있고 회사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으면 손을 들어달라"는 손 회장의 말에 손을 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손 회장은 10년전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떤지 잘 몰랐다, 그러나 이제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것처럼 AI가 10년 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손 회장은 하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차량 공유도 온라인 진료도 일본은 금지하고 있다. 믿을 수 없다. 기존 업계의 이익을 지키려 정부가 진화를 스스로 멈추고 미래를 부정하고 있다"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AI를 우주탄생의 빅뱅에 비유하며 인류사상 최대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손정의 회장은 단언했다.<사진=이석봉 기자>
AI를 우주탄생의 빅뱅에 비유하며 인류사상 최대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손정의 회장은 단언했다.<사진=이석봉 기자>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는 대응이 늦을 수 있지만 기업들이 AI 공부를 무섭게 하고 있다. 물류 회사, 지자체, 건설 회사, 전자 회사 등이 나서서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모든 세미나장에 사람들이 꽉꽉 차서 끝까지 듣고 메모했다.

AI 고속도로는 AI를 국정 운영의 틀로 삼는 것이라 하겠다. 각종 규제 철폐는 물론이고 연구 및 응용, 보금 등에 있어 정부가 진흥책을 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AI를 잘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불과 2년 전 2016년 3월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류 최초로 바둑을 두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을 만만하게 보았으나 대국이 이어질수록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고 바둑돌을 놓을 때 손을 떨던 장면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문명의 무서울 정도의 위력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뼈에 새긴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이런 강렬한 기억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이런 통렬한 기억을 갖고 또다시 척화비를 세울 것인가, 아니면 이전에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이 새로운 문명을 과감히 도입해 나라를 발전시킨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살릴 것인가?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하겠다.

한국은 아직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나라다. 더군다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움직일 때 국민들이 온 힘을 다해 밀어주는 국가다. AI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출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AI 고속도로를 놓는다면 어떠할까?

경부 고속도로가 후진국이 중진국이 되게 했고, 정보 고속도로가 중진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게 했다. AI 고속도로는 한국을 확실하게 선진국이 되고, 인류에 기여하는 국가가 되도록 할 카드가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이 은근히 경쟁하는 아베 내각은 산업계에서는 움직이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여기에 전력을 쏟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브로드밴드를 도입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내각이 주춤할 때 시대를 내다보는 결단을 내린다면 후손들에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의 시름도 깊어지며, 더위마저 연일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문명인 AI에 대한 관심과 용단이란, 속까지 시원해지는 소식을 이웃들과 기대해 본다.

소프트뱅크가 AI 산업의 강자가 되기 위해 투자하거나 연대를 맺은업들 현황. 디디추싱과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눈에 띈다.<사진=이석봉 기자>
소프트뱅크가 AI 산업의 강자가 되기 위해 투자하거나 연대를 맺은업들 현황. 디디추싱과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눈에 띈다.<사진=이석봉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