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영 소장 "소통에 주력, 운영 설명하고 의견 반영"
다양한 소통 자리로 구성원간 연구소 정상화 공감대 확산

수년간 노사 갈등과 법정 분쟁으로 어수선했던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내부 전체 간담회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수년간 노사 갈등과 법정 분쟁으로 어수선했던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내부 전체 간담회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노사 간 갈등과 법정분쟁이 수년간 이어졌다. 기관을 보는 외부 인식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내부 구성원 만족도도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최하위였다. 

기관 평가 역시 '매우 위험'을 연이어 받으며 예산이 10%이상 삭감됐다. 정부의 감사가 지속되며 수리연 내부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했고 일부에서는 기관 폐쇄설까지 나돌았다.

2005년에 설립돼 수년간 진퇴양난 상황이었던 국가수리과학연구소(소장 정순영, 이하 수리연).

지난 1월 30일 5대 소장으로 부임한 정 소장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년간 지속된 갈등이 단번에 해결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직원 전체 간담회'가 열리는 17일 오후 수리연을 찾았다.

수리연에 들어서자마자 복도마다 세워져 있던 팻말이 보이지 않았다. 과격한(?) 문구로 방문객마저 움츠러들게 했던 팻말들이 모두 사라졌다. 직원 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구성원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차를 나누며 삼삼오오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전과 달라진 풍경이다.

이번 전체 간담회는 정 소장이 취임하고 두번째다. 각 부서장이 전체 직원에게 운영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피드백을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순영 소장은 인사를 통해  "그동안 우선 목표로 연구소 정상화를 설정했고 모두의 노력으로 기관이 많이 밝아졌다"고 구성원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하지만 외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더라. 그동안의 파행을 언급하며 뼈를 깎는 자성과 성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 모두 의연하게 잘 가고 있다. 내부 조직 등은 안정된 모습이 보이지만 연구 성과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학 성적이 서서히 오르듯이 꾸준히 하다보면 점프하듯 성장한다. 함께 잘 해보자"고 당부했다.

◆전체 간담회, 격의없이 의견 제시하고 답변 이뤄져

수리연 구성원들이 전체 간담회에 참석해 운영진을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제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사진=길애경 기자>
수리연 구성원들이 전체 간담회에 참석해 운영진을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제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사진=길애경 기자>
"기관 고유 사업 참여율이 30%다. 수탁사업보다 자체연구소 일을 많이 해야한다는 논리 같은데 우리가 연구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연구자 질문)

"일부 소액인데 외부과제를 많이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랬던거 같은데 외부수탁과제라도 기관의 미션에 맞는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외부 과제가 끝나면 인건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인원이 적어 생기는 문제로 고민 중이다."(정 소장과 경영실장 답변)

"기관의 경영자가 생각하는 산업 수학은 무엇인가?"(연구자 질문)

"산업수학은 첫번째 산업체에 직접 기여하는 행위, 둘째 과학기술 공공영역에 기여, 그리고 국민에게 산업수학 개념과 문화 인식 확산 등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산업수학은 수학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다. 수학적 방법론으로 활용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정 소장 답변)

수리연 내부 구성원간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그동안 적체된 인사문제, 청사 건립에 대한 기대감, 연가저축, 여름철 시원한 근무 복장 등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정 소장과 운영진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래 수리연을 위한 당부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연구자는 이상실현의 목표를 바탕으로 직장과 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기대한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올인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연구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정 소장은 "지금 경영 정상화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동력을 모아가는 과정으로 궁극에는 성과로 이야기 해야 한다"면서 "연구소를 대표하는 사업을 키우기 위해 TF팀을 구성해 작업을 하다가 예산이 삭감되면서 중단됐지만 생각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순영 소장 "전체 구성원과 소통하며 내부 안정화 해결"

"부임 이후 소통에 방점을 두고 노사 간 신뢰 회복과 연구소 정상화에 집중했다. 부서장 회의에 노동조합 대표를 참여시키고 정기 간담회 운영을 통해 전직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갖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인사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제도 개편을 통해 잡음없이 마무리됐다."

정 소장은 "지난 6개월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대화가 이뤄지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소회했다.

수리연은 그동안 노사 갈등이 수년간 지속돼 왔었다. 전임 기관장 중에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경우도 있다.

정 소장은 문제 해결에 앞서 소통 환경 마련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우선 내부 갈등 해소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연구실과 휴게공간 시설을 정비했다. 노동조합의 사무실 이전 요구도 수용, 말끔하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정 소장이 적극 구성원에게 대화를 시도하며 대화 물꼬가 열렸다.

4월에는 화합·소통의 밤 행사를 열어 노사 갈등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고 NIMS DAY, 체육대회 등 직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연구소 정상화'와 운영 계획 등 내부적 공감대를 다졌다.

정 소장은 "인생에서 마지막 봉사하는 자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리연에 왔다. 부임하자마자 지금까지 내부 안정화에 집중하며 구성원들과 이야기 하다보니 수년간 지속된 법정 분쟁도 직원 스스로 취하하며 해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성원 간 연구소 정상화를 위한 공감대가 단단해지면서 성과 창출로 연구소 미션을 다하자는 목소리가 모아졌다"면서 "다양한 영역의 수학적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체계 정비도 마쳤다. 연구소의 산업수학 전문가 그룹 구성과 활용으로 산업수학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리연은 수학의 과학기술 적용과 산업적 활용으로 수학적 국가경쟁력을 향상한다는 미션으로 2005년 출범했다. 구성원은 70여명, 예산은 90억원 규모다.

이날은 NIMS DAY 자리도 마련(원래 매주 수요일) 서로 음식을 들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사진=길애경 기자>
이날은 NIMS DAY 자리도 마련(원래 매주 수요일) 서로 음식을 들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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