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과학-예술' 융복합 필요성 강조
'대전비엔날레' 개막 앞둬···국내외 작가 작품 48점 선보여

프란시스 고드윈의 소설 '달에 간 남자'를 읽은 독일의 예술가 아그네스 마이어 브란디스. 소설 속 주인공인 달 거위들이 이끄는 바구니를 타고 달에 가는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그는 철새 양성소를 만들고 달 거위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낸다. 광물학과 조각을 공부한 작가는 작품을 시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읽어낸다.

예술가의 엉뚱한 생각들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원동력이자 과학적 소재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과 국내 작가들이 과학과 예술을 융복합해 표현한 작품들을 대덕 특구 곳곳에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100일간 열린다.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대전비엔날레 2018 바이오 展'을 오는 17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지난 2012년부터 격년제로 진행되며 에너지, 브레인, 코스모스 등을 주제로 열린 '프로젝트대전'을 계승해 행사가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대전비엔날레'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마련됐다. 바뀐 명칭에는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살려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통해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올해는 '바이오'를 주제로 생명공학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이 전시된다. 수잔 앵커 뉴욕시각예술학교 교수, 페이잉 린 대만 바이오아트 커뮤니티 설립자, 필립 비즐리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스텔락 호주 커틴대 교수 등 총 10개국 23여 작가(팀)가 제작한 48여점 내외의 전시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프로젝트대전 등을 이끌어 온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필요성과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사진=강민구 기자, 박옥경 디자이너>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사진=강민구 기자, 박옥경 디자이너>
◆과학-예술 융복합 축제 필요···지속성 확보해 세계적 축제 꿈꿔

"그동안 과학도시 대전을 일반 시민들이 인식할 만한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대전의 특수성을 담은 예술축제 '대전비엔날레'를 통해 과학과 예술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세계적인 행사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상봉 관장은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과학과 예술은 역사적으로 공존해 왔다"라면서 "과학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구현하고 영감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비엔날레의 전신인 '프로젝트대전'은 이러한 측면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전시를 선보이며, 이에 대한 가치를 대중에게 알려왔다. 

올해 '대전비엔날레' 행사는 이를 확장해서 대전시립미술관뿐만 아니라 IBS 과학문화센터 전시관, KAIST 비전관,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 플라자 SPACE C# 등에서 전시가 이뤄진다. 또 과학자, 예술가가 교류하고 담론을 나누는 학술 심포지엄도 마련된다. 

주제로 선정된 바이오 아트는 생명체나 생명을 대상으로 작업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생명 기술 제시와 함께 예술의 범위에 대한 미학적 질문, 디지털기술과 생명기술 발달로 인한 유전자 환원론 등과 같은 윤리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관장은 이번 행사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격년제로 진행되는 행사 특성상 작년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이뤄졌으며, 준비 과정에서 난관도 적지 않았다.

이 관장은 "학예사들과 함께 바이오 주제에 대한 학습을 위해 자료 조사와 논의도 진행했다"라면서 "해외 작가가 갑작스러운 질병 치료로 인해 도중 하차하는 등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결합되고, 대중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품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며 행사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대덕특구 곳곳서 전시 즐기는 재미···설치, 영상 조각 작품 등 선보여

이번 전시회를 즐기는 팁은 무엇일까. 이 관장은 무엇보다 호기심을 갖고 각 전시장마다 특색을 살펴보기를 권했다. 전시회에 다양한 설치·영상 조각 작품이 설치된 만큼 전시공간들을 둘러보며 바이오 주제를 연결해보는 재미도 찾으라고 조언했다.

이 관장은 "일반시민과 어린이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설치작품과 영상작품 등을 마련했다"라면서 "인간의 윤리적인 면모까지 콘텐츠로 활용한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대전비엔날레를 과학도시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인 과학예술융복합 축제로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전 도시 곳곳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성과가 전시되어 대전을 알리고, 이 성과들이 예술적인 특성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예술가들은 융·복합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연구자도 조금씩 시간을 내주고, 연구원도 개방해서 함께 특색있는 콘텐츠를 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번 행사에도 많은 시민과 과학자분들이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융·복합 전시를 즐기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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