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 산·학·연·관 오피니언 리더들, 허심탄회 대화
'혁신은 네트워크다' 구성 주체들 의지 모아
"5년 뒤 대덕 50주년···과거 50년 성찰, 미래 100년 비전 설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지난 5일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대덕특구 미래 100년을 위한 혁신 의견들을 수렴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지난 5일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대덕특구 미래 100년을 위한 혁신 의견들을 수렴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대덕의 구성원들은 중앙정부라는 안전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지대에 있어 위기를 위기인줄 모른다. 지역 혁신 주체들의 의지를 모은 자생적 독립이 필요하다."

"대덕은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동안 연구자들이 몰려온 이유다. 최근 대덕에 강력한 외부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마곡단지에 R&D 인력 2500명을 뽑는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이 평생직장으로 변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굳이 대덕으로 올지 의문이다."

멘트 한마디마다 긴장감이 묻어난다. 대덕특구가 위기라는 직언들이 어어진다. '현장을 아는 구성원들'이 주도권을 갖고 위기를 딛어내야 한다는 의지가 모여진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 무렵. 한 회의장에 대덕특구 오피니언 리더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대덕특구 산·학·연·관의 대표들이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격 없이 대화를 나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양성광)은 '연구개발특구 혁신 네트워크' 출범에 앞서 지난 5일 특구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혁신 의지를 모으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수렴하는 네트워킹 모임을 마련했다. 스텐딩 파티 이후 식사 후 포럼 참여까지 이어졌다.

◆ "대덕특구 혁신의 기본은 '네트워킹'···지역의 주체들이 주도권 잡자"

양성광 이사장이 미국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양성광 이사장이 미국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양성광 이사장이 미국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esearch Triangle Park) 방문 사례를 소개했다.
 
대덕의 정부출연기관들은 중앙정부가 만들고 관리하는 형태로 움직여 왔다. 하지만 리서치파크는 대학·기업·연구소들이 뜻을 모아 지역을 이끌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다. 자발적으로 이사회를 만들고 구성원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가 핵심적 역할이다. 지역 경제까지 파급되는 유익한 환류 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양성광 이사장은 "이제는 중앙정부에 기대지 말고 지역의 주체들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구성원들의 자발적 네트워킹이 혁신이 핵심이다. 대덕의 현장을 아는 우리들이 주도권을 잡아가자"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킹은 사람의 뇌와 같다. 수많은 시냅스가 모여 뉴런을 구성한다. 뉴런이 연결되면 뇌를 활발하게 자극한다"라며 "뉴런은 각각의 출연연·대학과 같다. 시냅스는 그 구성원들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뇌가 활발해지려면 시냅스를 활성화시키고 뉴런이 연결돼야 한다. 우리는 지금 뉴런을 연결하는 과정이다"라며 "화학반응이 일어나려면 충돌 빈도수가 많아야 한다. 만남의 장이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두철 IBS 원장도 대덕특구 구성원들의 네트워킹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트워크에는 주체들이 있고 주체들 사이에 상호작용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체들이 서로 연결되면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어떠한 자연현상이 생긴다. 바로 창발효과"라며 "무언가가 생길지 모르는 무언가가 생겨난다. 네트워크 연결 빈도와 강도가 중요하다. 자주, 밀접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덕에 외부 위협 '마곡단지'···각자 잘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날 행사에서 스텐딩 파티 이후 식사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다.<사진=박성민 기자>
이날 행사에서 스텐딩 파티 이후 식사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다.<사진=박성민 기자>

문길주 UST 총장이 대덕에 찾아온 외부 위협을 언급했다. 그는 "마곡단지에 R&D 인력 2500명을 뽑는다"라며 "대덕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해 연구자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모든 직장이 평생직장이 됐다. 연구자들이 굳이 대덕에 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덕은 민간 재단이 없는 지역이다. 중앙정부에서 연구비를 받는 연구자들과 기관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안전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지대에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문 총장은 "대전의 일부 기관·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 존폐의 위기에 있다. 하지만 위기의 기관·대학들은 인지를 못하고 있다. 각자 경쟁하기 때문"이라며 "각자 바쁘니까 각자 살아가려고 한다. 각자가 잘하려는 시대는 지났다"고 피력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잘돼야 각자가 잘산다. 특구의 헤드쿼터는 대덕이다. 대덕이 살아야 전국 특구가 산다"라며 "에베레스트산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히말라야가 있기 때문에 에베레스트산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철 KAIST 총장도 대덕의 주체들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성공의 대표 이유는 민간주도다. 실리콘밸리 초기에는 국방산업으로 정부가 관여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민간주도가 됐다.

또 다른 성공 스토리는 구성원들의 비공식적인 만남이다. 가볍게 술 한잔 마시는 편한 자리에서 중요한 정보들이 모두 나온다. 눈치 보이는 공식적인 자리를 탈피하고 혁신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성공 스토리 주인공은 지역의 구성원들이라는 것.

그는 "지금까지 대덕의 기관들은 개별적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덕 혁신을 위한 불씨가 지펴졌다"라며 "모두가 동참해야 시너지가 나온다. 불씨를 어떻게 키워갈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조황희 STEPI 원장도 실리콘밸리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는 위기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역을 떠나가고 남아있는 지역민들이 조직화했다"라며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사단법인을 만들고 회장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어떻게 실리콘밸리에 인재를 머물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첫 번째로 모든 초등학교에 컴퓨터 보급이 전략이었다"며 "이러한 전략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규제는 풀리고 활성화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 오피니언 리더들 '간절함' 나누는 신선한 자리

일부 참가자들은 이날 오피니언 리더의 네트워킹 모임이 '간절함'을 나누는 신선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송하영 한밭대학교 총장은 "그동안 기관장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간절함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라며 "특구진흥재단을 중심으로 기관들이 마음을 터놓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장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문희 충남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은 "30년 가까이 대덕을 지켜봐 왔다. 기관장들이 선임되면 공무원스러워진다"라며 "회의도 딱딱한 분위기의 연속이다. 수십 년간 반복돼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전시에서도 출연연을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았고 출연연도 대전시를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 모임은 딱딱한 틀을 벗어던진 신선한 모임이다. 재미가 우선"이라며 "특구 혁신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재미있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문제가 해결된다. 자연스럽게 만나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떨어야 한다"라며 "문화예술의 거리, 과학의 거리 등 모두 만남을 위한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석 ETRI 박사는 "연구단지 수장들이 연구단지 문화를 어떻게 뿌리 내릴까 깊이 있게 대화해 나가자"라며 "연구단지에서 타 기관이랑 교류 가장 많이 하는 직위는 원장이다. 수장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젊은 사람이 주도하는 '대덕'···특구 미래 100년 비전 설계"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특구 미래 100년을 위해 젊은층의 주도를 꼽았다. 그는 "대덕이 민간 중심으로 가려면 젊은층과 융화돼야 한다"라며 "오피니언 리더들이 기본적인 뼈대를 만들어주고 젊은 사람들이 주도하는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덕의 재료(인프라)는 너무 좋다. 대덕 기술을 글로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라며 "하지만 기술이 산업계로 넘어가는 순간 효율이 낮아진다. 4~5년 열심히 하면 대덕특구 50주년에는 멋진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 원장은 "대덕특구 혁신에 기관장이 중심되면 안된다. 기관장은 일정한 임기가 있기 때문"이라며 "기관장이 혁신의 절실한 필요성을 구성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기관장 간의 친목이 구성원들 간에도 이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찬구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회장은 "우리는 후손을 위해 남겨놓은 것이 없다. 자기만 잘살아서 성공했다는 카테고리가 지속돼왔다"라며 "대덕은 우리나라를 짊어져야 한다. 한 단계 높은 꿈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이제는 모여서 인생이야기부터 나눠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특구진흥재단은 이날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견을 바탕으로 특구 혁신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나갈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자는 ▲김두철 IBS ▲이순석 ETRI ▲문길주 UST ▲박찬구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송하영 한밭대학교 ▲신성철 KAIST ▲양성광 특구진흥재단 ▲이광식 기초지원연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 ▲정용래 유성구청 ▲조황희 STEPI ▲주성진 ADD ▲최희윤 KISTI ▲한문희 충남대학교 등이다.(이름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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