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원자력안전해석 심포지엄, 원자력 안전과 국민소통 주제로 토론
사실과 인식의 차이 인정···국민 눈높이에 맞는 소통과 홍보 재고 통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 국민 인식을 경험한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소 박사 <사진=윤병철 기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 국민 인식을 경험한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소 박사 <사진=윤병철 기자>
 
"우리가 추구한 지식과 진리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굉장한 차이가 있었다. 결국 모든 의사결정은 사람들의 인식에 달렸다는 걸 알게 됐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현장에 참여했던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공론화 초기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밝히며 발표를 시작했다. 다른 발표 주제의 패널들도 결국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 인식의 '인정과 극복'이란 화두로 4시간을 보냈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달 28일 대천 한화리조트 파로스에서 '2018 원자력안전해석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원자력안전해석 심포지엄은 KINS가 2003년부터 원자력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안전해석 분야 활동과 기술을 발표하고, 미래 기술 수요를 마련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학술행사다. 올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등 원전에 대한 제동이 본격 시행된 해로 '원자력 안전과 국민 소통' 주제가 지정됐다.

임채영 원자력연 박사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경험과 교훈을 발표했다. 국내 원전 역사상 처음 벌어진 원전 공론화에서 그는 "사실과 인식이 서로 다른 현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찬성이 늘어났고, 건설 후 안전기준 강화 요구가 가장 우선됐다. 탈원전은 마지막 순위다. <자료=임채영 박사 제공>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찬성이 늘어났고, 건설 후 안전기준 강화 요구가 가장 우선됐다. 탈원전은 마지막 순위다. <자료=임채영 박사 제공>
그가 공론화 조사에서 발견한 '원전에 대한 국민 인식도'에 따르면 원전 불신을 보인 가장 큰 그룹은 '서울·경기지역에서 사는 2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고리 원전 지역과 무관하지만 미디어에 민감한 그룹으로, 전국적인 인식이 원전에 불리하게 퍼져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단계적 공론화 과정의 최종단계인 종합토론회는 주최측 예상보다 많은 471명의 국민위원들이 참가했다. 위원들은 처음에 건설 반대와 판단유보 비율이 건설재개 비율보다 많았지만, 결국 59.5%로 신고리 건설재개의 손을 들어줬다. 인식 변화폭이 가장 큰 계층은 청년층이었다.
 
공론화위원회는 추가 조사도 단행했다. '신고리 재개 후 조치'를 최종 국민위원단에게 물었는데 '안전기준 강화-신재생에너지 확대-핵연료 해결-탈원전' 순으로 답했다. 이 질문은 의도성 논란을 일으켰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우선은 '안전이지 탈원전이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임 박사는 설명했다.

원자력안전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원전 안전대응 성과와 정보를 공유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원자력안전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원전 안전대응 성과와 정보를 공유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KINS 이사장인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민 소통과 리스크 정보이용의 전망' 주제로 강연했다. 제 교수는 최근 대진침대의 안전 기준과 국민 불안감을 예로 들고 "리스크를 정의하는 기준에 따라 안정성을 받아들이는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통계적 범위의 혼란성을 지적했다.
 
그는 원전 규제시스템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지진으로 원전 주변시설 화재 가능성 대비 ▲조직문화(지식·자세·리더십·소통·규제수용성) 정량화 ▲리스크 정보 이용한 의사결정 체계 도입 등 세 가지 제언을 했다.

KINS 스트레스테스트 PM인 이현우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 후 국내 안전 검증의 변화를 발표했다. 2011년 일어난 후쿠시마 사고 후 KINS는 지자체와 NGO, 환경단체, 지역대표로 구성된 민간검증단으로부터 원전 안전에 대한 공감을 더 하고 의견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70회의 설명회를 치르며 검증 활동을 같이 했다.
 
이 박사는 "결과적으로 민·관에서 두 개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혼란이 더해졌으며, 적시적인 대응능력도 떨어졌다. 여론이 기술적 판단보다 영향력이 더 컸다"며 "민간은 법적 근거도, 책임도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고 의견도 담는다. 2016년 경주 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설계기준 이상의 지진까지 대비해보자는 계획으로 원전 가동을 멈추고 재점검에 돌입했다. KINS 자체도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IAEA로부터 검증을 받으며 조직을 재정비했다.
 
나장환 한국수력원자력 안전기술센터장은 한수원이 가동 원전을 신형 원전 수준까지 안정성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수기 원전연구 전문가인 김만철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리스크에 대한 균형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민은 원전에 제로 리스크를 원하지만, 그것은 어떤 환경이든 불가능하며 위험요소는 항상 있다는 사실을 국민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덕분에 평소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안전하게 쓰는 혜택은 약간의 위험요소에 너무 쉽게 가려진다.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사실 이전의 인식"이라며 "진실한 자세로 안전성을 강화해 가자"고 의견을 정리했다.
 

(왼쪽부터) 성풍현 KAIST 교수, 이현우 KINS 박사, 나장환 한수원 센터장, 김만철 중앙대 교수, 임채영 원자력연 박사 <사진=윤병철 기자>
(왼쪽부터) 성풍현 KAIST 교수, 이현우 KINS 박사, 나장환 한수원 센터장, 김만철 중앙대 교수, 임채영 원자력연 박사 <사진=윤병철 기자>
주제발표 후 패널들은 토론을 이어갔다. 다음은 추가 질문에 대한 패널의 답.
 
Q.1: 가족, 이웃이 원전 안전을 물어본다면.
  
성풍현: 원전이야말로 실제로 가장 인명 피해가 낮은 전력원이다. 미국의 저명한 포브스지 2012년 발표에 의하면, 1조 kWh 전력생산 시 사망자가 석탄 발전은 10만명, LNG는 4000명, 원전은 90명이다. 원전은 이마저도 체르노빌 사고를 제외하면 0.1명으로 집계됐다. 이만큼 원전은 안전하다.
 
Q.2: 원자력계가 국민 소통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현우: 불안 정보가 유통되는 체계를 사용해 안심될 정보를 실어주자.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파할 스타 전문가도 필요하다. 진지한 토론부터 아이들을 만나는 행사까지 소통의 레벨을 다양화해 이슈에 대응하자.
 
나장환: 그동안의 일방통행식 기관 문화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도 본다. 사회가 점차 유연해질수록 소통의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핀란드의 원전은 국민 신뢰가 높다.
 
김만철: 원전은 경제성보다 더 큰 과학기술 발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집에서부터 자녀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학교에서 보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을 가진 1학년생이 졸업할 때는 원전의 필요성을 알고 졸업한다.
 
임채영: 원자력 추진으로 항성 간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같은 미래지향적인 콘텐츠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원자력 키워드를 분석하면, 부정보다 무관심이 더 많다.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야 한다.
 
성풍현: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다. 국민들에게 계속 지식을 알려야 한다. 공론화에서 정보를 접하며 반대에서 건설재개로 돌아선 청년들을 보라. 희망은 있다.
 
Q.3: 북한 원전 협력 가능성은.
 
임채영: 북한의 전력계통은 우리의 1/20 수준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에너지가 가장 필요할 것이고 원전 도움도 가능하다. 다만 KEDO 경수로 실패 후유증으로 우리가 먼저 나서긴 힘들다. 그러나 북한이 먼저 제의한다면 응할 수 있다. 사실 원전은 김일성의 유훈이기도 하다. 핵사찰 검증이 들어갈 경우 원자력계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저력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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