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국내 해양 과학기술 현주소는?···해양 개척 도전장 던진 연구팀들
지질연·해양플랜트연·극지연·해양과기원···해양 R&D '톡톡'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을 맞이해 국내 해양 과학기술 성과들을 짚었다. 해양건설로봇부터 극지 연구까지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사진=대덕넷 DB>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을 맞이해 국내 해양 과학기술 성과들을 짚었다. 해양건설로봇부터 극지 연구까지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사진=대덕넷 DB>
인류는 지구를 넘어 우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다. 바로 '바다'다.

미지의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 돛'을 높게 펼치고 수년간 묵묵하게 해양을 개척하고 있는 연구팀들이 있다. 인간이 가보지 못한 심해의 생태계 연구부터 한 발짝 디디기 어려운 극지까지. 국내 연구팀들의 다양한 과학기술 성과가 미지의 세계 비밀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이해 국내 해양 과학기술의 현재를 짚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부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극지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까지 다양한 연구팀들이 해양연구에 도전장을 던지며 해양영토를 굳건히 하고 있다.

◆ "바다에서 國富 찾는 '탐해 3호' 뜬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은 다음 달부터 '탐해 3호' 건조 작업에 들어간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지질연은 다음 달부터 '탐해 3호' 건조 작업에 들어간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세계의 바다를 탐사하며 해저 자원을 개발하는 꿈이 무르익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대행 기원서)이 보유한 '탐해 2호'를 뒤이어 2022년을 목표로 건조되는 '탐해 3호'가 해저 탐사 임무를 물려받는다. 탐해 2호는 국내 최초 물리탐사연구선으로 지난 1996년 건조됐다. 20년이 넘도록 해저 자원 조사와 해양 단층 탐사 등 다양한 해양 연구에 톡톡히 활약해 왔다.

바다에서 국부를 찾는다는 기대를 안고 탐해 3호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들어간다. 탐해 3호는 5000톤급 최첨단 3D·4D 물리탐사연구선이다. 세계 모든 해역을 누비며 해저 에너지자원을 탐사할 수 있다.

4D 모니터링 탐사기술의 조감도.<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4D 모니터링 탐사기술의 조감도.<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탐해 3호에 탑재될 '3D 탄성파 탐사기술'은 조사지역의 정밀한 3D 지층영상을 제공한다.

지층 단면만 파악하는 기존 2D 탐사에 비해 시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석유가스 자원탐사의 핵심기술이다.

또 '4D 모니터링 탐사기술'로 동일지역에서 3D 탐사를 반복 수행해 시간에 따른 지층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탐해 3호는 국내 대륙붕 석유가스자원에 대한 3D 정밀탐사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러시아, 극지, 심해, 북한해역 등 모든 해역에서 석유가스·광물자원 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건조될 예정이다.

또 퇴적분지 심부구조 연구와 이산화탄소 해저지중저장 저장소 탐사, 4D 모니터링 등 지구에 대한 이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탐사·연구 활동도 수행하게 된다.

탐해 3호 건조는 총사업비 1725억에 이르는 대규모 R&D 기반구축사업이다. 총괄기관인 지질연에서 2022년까지 5년간 기본설계, 실시설계, 건조·감리, 연구장비 탑재, 시범운영 단계를 거친다.

◆ "친환경 '화물 운반선' 시대를 리드한다"···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LNG 벙커링' 바지의 주요 구성과 벙커링 개념.<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LNG 벙커링' 바지의 주요 구성과 벙커링 개념.<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박도 친환경 시대로 돌입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성분 함유량을 3.5%에서 0.5%로 제한하는 규정을 발효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추진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바다 위에서도 LNG 연료를 공급하는 'LNG 벙커링' 기술개발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벙커링이란 선박에 연료를 주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 세계 LNG 추진선박이 2016년 186척에 비해 2017년에는 228척 2018년에는 254척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LNG 벙커링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국내 연구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NG 벙커링' 기자재 시험 인증 설비.<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LNG 벙커링' 기자재 시험 인증 설비.<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LNG는 기존 선박 연료로 활용되던 벙커C유와는 달리 극저온인 -163℃의 상태를 유지하며 연료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시설과 기자재, 기술,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소장대행 이동곤)를 비롯해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이 참여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LNG 벙커링 핵심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올해에는 3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먼저 '연안선박 맞춤형' LNG 벙커링 시스템이 개발된다. 국내 연안 LNG 벙커링 수요에 맞춰 해상 LNG 벙커링 설비가 들어선다. 바지(barge) 형태의 해상 LNG 벙커링 설비가 개발·실증될 예정이다.

LNG 벙커링 운영기술도 개발된다. 안전성을 기반으로 LNG 벙커링 방식별 최적 운영절차와 긴급상황 대응절차, 작업자 안전훈련 시스템 등도 개발될 계획이다.

연구팀들은 LNG 벙커링 기술로 다양한 해양플랜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해외 해양산업 시장까지 진출하는데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 "끝없는 극지 '빙붕 붕괴 지역' 탐사 나섰다"···극지연구소

극지로 이동하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사진=극지연구소 제공>
극지로 이동하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사진=극지연구소 제공>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위험 요소로 지목된 남극의 '빙붕 붕괴 지역'. 끝없는 극지를 탐사하기 위해 국내 연구팀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극지연구소(소장 윤호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지난 3월 빙붕 붕괴지역 탐사를 위해 뉴질랜드 남섬의 항구도시 리틀턴에서 출발해 남극에서 4번째로 큰 '라센C(LarsenC) 빙붕' 지역으로 향했다.

'라센C(LarsenC) 빙붕' 지역.<사진=극지연구소 제공>
'라센C(LarsenC) 빙붕' 지역.<사진=극지연구소 제공>
빙붕은 남극대륙 위의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는 두께 약 200∼900m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다. 빙붕이 무너지거나 녹는 것은 해수면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빙붕으로 덮여 있던 바다의 독특한 환경과 생물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진행된 바 없다.

올해 2월 영국·독일 연구팀이 라센C 빙붕 붕괴지역을 탐사해 과거 빙하기 해양환경과 생태계 연구의 단서를 확보하려 했으나 두꺼운 해빙으로 접근에 실패했다.

극지연구소와 미국, 칠레 연구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빙붕에 가려져 있던 바닷속 해저지형을 탐사하고 퇴적물·해수·생물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남극의 얼음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체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세종과학기지 주변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빙하로 인해 발생하는 해양 생태계의 변화도 관찰한다.

지난해 10월 인천항을 떠난 아라온호는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의 로스해와 아문젠해에서 빙권변화 등 2차례의 연구를 수행했다. 라센C 빙붕을 비롯한 남극반도 해역의 탐사를 마치고 다음 달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다.

◆ '수중건설로봇' 등장 바닷속 경제활동이 이뤄진다···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 적용 개념도.<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 적용 개념도.<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전문가들은 미래에 해양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진다고 예측한다. 바닷속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수단으로 '수중건설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원장 김웅서) 수중건설로봇사업단에서 지난 2013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6년에 걸쳐 수중건설로봇 3종 개발에 한창이다. 수중건설로봇은 수심 500m~2500m에서 해양 구조물을 건설한다. 경작업용·중작업용·트랙기반 로봇으로 나뉜다.

실제 바다에서 테스트 중인 트랙기반 로봇.<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실제 바다에서 테스트 중인 트랙기반 로봇.<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경작업용 로봇은 수중건설 작업 주변의 유지보수와 시공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수중 환경조사와 맵핑, 수중 구조물 절단, 청소, 용접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작업에 투입된다.

중작업용 로봇은 지중 3m까지 팔 수 있다.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 매설 작업을 수행한다. 구조물의 유지보수 등에도 활용된다. 트랙기반 로봇은 굴착기처럼 무한궤도가 달려 있어 바닥을 이동하며 작업한다. 해저지반 조성과 같은 중작업에 사용된다.

해양과기원이 개발한 수중건설로봇 3종은 현재 시제품으로 제작됐고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과기원도 미래 해양시대를 준비하고 해양개발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수중로봇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 플랜트 분야 한 전문가는 "인간은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도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해양이라는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다"라며 "바다의 날을 통해 바다의 중요성과 가치를 되새기고 해양 과학기술 혁신의 공감대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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