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 국방부 '제1회 국방 ABC 융합포럼' 개최
전문가들 관·군·산·학·연 협업 체계 구축 필요성 공감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BC' 기술 기반의 무기 첨단화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관·군·산·학·연 협업 체계를 보다 강화하고 관련된 융합기술을 활용해 국방개혁에 나서야 합니다."(서주석 국방부 차관)

"'ABC' 기술을 국방 전반에 조속히 내재화해서 기존의 전쟁수행 개념과 국방작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박종헌 前 공군참모총장 겸 국방 ABC 융합 포럼 회장)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기술이 일상을 넘어 국방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협력 문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DD(국방과학연구소·소장 남세규)는 국방부(장관 송영무)와 30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제1회 국방 ABC 융합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관·군·산·학·연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을 국방에 적용하고, 기술 융합을 통해 국방기술을 구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BC 기술 산업현장에 속속 적용 시작

인공지능기술은 산업 현장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추세다. 인공지능의 배경은 딥러닝 기술과 신경망기술 발전이 기반이다. 이 기술은 슈퍼컴퓨터에서 PC, 스마트폰으로 적용되면서 현재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최근 아마존 '알렉사' 등과 같이 지능형에이전트로 일상생활에도 활용 중이다. 챗봇 서비스,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홈 장치로 활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딥러닝을 도입해 기존 계산 방식의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인공지능 60여년 역사에서 한 때 개발이 침체기를 겪다가 다시 이 기술이 각광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머신러닝 기술과 신경망 기술의 발전이 기반이 되어 있다"라면서 "인공지능은 디지털세계에서 벗어나 산업현장, 일상생활에 파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지능력을 갖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면서도 "인공지능은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도입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데이터를 모아 인지, 지각, 예측할 수 있도록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래호 ETRI 센터장도 "ICT 기술이 인공지능과 결합해 초연결, 초지능 시대가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전투무기체계 지능화, 전투병 지능화 등을 위해 관련 기술을 적용하고, 함께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데이터를 활발하게 수집하고 이를 분석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컴퓨팅 기술과 서버기술 발전 등이 기반이 된다. 

모바일 기기, 스토리지 용량 등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용이해지고 있다. 나연묵 단국대 교수는 "빅데이터는 테라급 이상을 의미하는데 검색엔진, SNS, 정부, 통신사 등을 통해 정보가 수집되고 각종 센싱 기술이 발전하면서 거대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나 교수는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는 가운데 국방 분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도 저장해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빅데이터 처리 속도 높이기 위한 기술, 가상 클러스터를 활용한 분산 처리 기술 등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는 의료 시장에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가령 원격진료가 쉬워지고, 자동차 안에서 건강검진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센터장은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여겨졌던 의료에서 병원과 환자의 개념에 통신사업자, 데이터 분석자, 기기 개발자 등이 관계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MRI, NMR 장치 기록 등 의료 정보를 공공재로서 수집, 가공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이를 활용해 병원 밖 환자의 건강 정보 파악이 가능해지는 등 의료 패러다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저장, 수집, 가공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술도 필요하다. 윤정원 아마존웹서비스 코리아 사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술도 클라우드 기술이 기반이 돼야 한다"면서 "다만 민간과 정부기관의 기술적 격차, 시간상 제약 등으로 미국 민간기업, 정부기관에서도 클라우드를 민간에 맡겨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정원 사장은 "앞으로는 클라우드 사용유무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라면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연묵 단국대 교수는 "국방부서도 클라우드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DMZ 감시 CCTV 개선, 전투용 로봇기술 개발을 추진할 수 있으며, 국방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회 국방 ABC 융합 포럼' 진행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제1회 국방 ABC 융합 포럼' 진행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국방에도 변화 불가피···"ABC기술 적용, 제도·정책 마련 요구"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에 국방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용운 ADD 고등기술원장이 '국방 ABC 2.0 추진계획'에 대해 설명하며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빠른 시간 내 국방에 접목하기 위한 법규, 훈령, 보안, 표준화 및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용운 ADD 고등기술원장은 "ABC 기술 준비 안하면 미래는 없을 정도로 이 기술로 인한 영향력이 크다"라면서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와 정책 분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3차 상쇄전략을 통해 무인자율 국방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그 핵심은 로봇, 전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이 기술들은 우주, 항공, 지상, 해양, 사이버 전쟁 패러다임도 바꿀 예정이다. ADD도 데이터 플랫폼 구축, 로봇기술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미 연합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박 원장은 개발자-연구자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각종 첨단 기술을 접목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운용부대와 연구개발자가 유기적인 협업체계로 국방기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 개발과 함께 데이터 표준화. 법규, 훈령 만들어야 한다. 법과 제도 정비해야 한다"면서 "보안체계 확립, 평가체계 확립 등을 통해 국방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험난한 길이지만 함께 협력하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변화는 피해갈 수 없는 소명으로 국방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해야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한 참석자는 "나하고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라면서 "미래 방향이 'ABC'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면 국방무기체계도 이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국방 분야는 민간에서 높은 장벽이라고 느낀다"라면서 "민간에서 사용되는 기술이 국방에 접목되고, 국방 분야에서도 보다 정보를 많이 공개해서 국방 기술 융합과 미래 기술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권에서도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국방에 적용해 국방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기존에 상상하지도 못하는 이종 부분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방에서 이뤄진 성과를 민간에 적용하는 등 활발한 융합의 초석을 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환경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환경 변화를 앞서 준비하고 철저히 학습해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학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국방 수요로 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면서 "국방기술이 민간에 활용되고, 다시 국방기술에 활용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국방 관련 기술개발 체계 개발과 4차 산업혁명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융합에 힘써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기술 과감히 도입해 무기, 비무기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국방의 지능화, 정보화, 무인화 등이 요구되고,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면서 "관·군·산·학·연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국방기술이 민간에 보다 활발히 접목되어 국방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국방개혁 2.0은 ABC 융합기술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인공지능,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을 국방 전반에 적용해 전쟁 수행 개념과 국방 작전 환경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자 마련됐다.

국방 ABC 융합포럼은 국방 ABC 기술의 구현, 획득 및 운용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발굴하며, 관련 핵심기술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화하는 협력의 장으로 발전하고자 발족했다. 초대 회장으로는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이 추대됐다.

'제1회 국방 ABC 융합 포럼'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의 단체사진.<사진=강민구 기자>
'제1회 국방 ABC 융합 포럼'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의 단체사진.<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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