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종진 IT칼럼니스트

지구에 중력이 있는 건 이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반대로 지구상 만물은 모두 중력이라는 감옥에 사로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구 중력에서 탈출하려면 많은 연료를 써서 화염을 분사하는 우주 로켓이 필요하다. 지구에는 왜 중력이 존재하고 로켓은 어떻게 중력을 이겨낼까.

앞서 밝혔듯 지구에 산다는 건 모두 감옥에 사로잡힌 포로라고 비유할 수도 있다. 인류는 긴 세월에 걸쳐 살고 있는 이 감옥을 언젠가는 탈출해야 한다. 지금부터 45억 년 전 지구는 우주에서 빛이 만들어낸 곳에서 시작된다.

지구는 에너지로 만들어진 감옥 같은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을 갖고 있는 건 서로 물건을 끌어 당기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게 바로 중력이다. 만일 거대한 질량을 가진 뭔가에 가까워지면 더 강력한 중력에 의해 몰리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걸 지구에 묶어두는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마음대로 이동하거나 속도를 올릴 수 있지 않다. 물체가 이동하려면 뭔가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십억 년 전 수많은 먼지가 태양 궤도에 잡혀 중력에 의해 무수한 티끌이 덩어리를 지으며 지구 같은 행성을 형성했다.

이렇게 행성이 형성되면 우주에서 거대한 물체 주위에 있는 중력장, 중력 우물(Gravity well)이 생긴다. 중력 우물이 깊을수록 중력은 더 강하다. 지구에서 탈출하려면 이런 에너지만큼을 반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물체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중력은 에너지를 이용해 먼지를 모아 지구를 형성했고 지구는 에너지를 빌린 상태, 중력이라는 감옥에 사로잡힌 셈이며 이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에너지를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로 진출하려면 이런 에너지를 교환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게 에너지 상환 시스템, 일반적으로는 로켓이라고 말한다. 로켓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모두 높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연료를 폭발시켜 제어, 우주로 발진한다.

화학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환하는 폭발로 발생한 에너지를 외부로 배출해 로켓을 지구에서 멀어지게 한다. 에너지를 방출하는 정도로 중력포텐셜(gravitational potential)이 증가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중력 에너지를 상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궤도에 들어가기 전에 열 배출과 저항 등으로 대량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새로운 연료가 필요하다. 지구에서 탈출하는 데 필요한 만큼 에너지를 갖는 연료에 사람도 타려면 로켓이 상당히 무거워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로켓이 무거워질수록 또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물체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이는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연료 질량이 가해지면 새로운 에너지를 또 필요로 한다. 큰 로켓이 이동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료 탱크도 커지는 등 까다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반복된 끝에 지구를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로켓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로켓은 예를 들어 유럽우주국 ESA의 최신 로켓인 아리안6을 예로 들면 총 무게는 800톤에 달하지만 화물 적재량은 20톤에 불과하다.

로켓의 최대 무게에는 한계가 있고 거대한 연료 탱크를 달면 반대로 충분한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 문제는 로켓 개발에 어려운 과제이며 현대 과학으로도 우주 여행이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우주에 머무는 것도 쉽지 않다. 우주에서 안정적 위치를 확보하려면 국제우주정거장이 돌고 있는 저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이런 저궤도에 돌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운동 에너지가 필요하다. 고도 100km에서 로켓은 초속 8km라는 속도에 도달한다. 초속 8km라고 하면 지구를 9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속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켓은 똑바로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옆으로 비행하는 전략을 취한다. 지구는 구형이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이 방식을 이용해 지구 궤도를 27,600km/h라는 안정적인 속도로 돌고 있다.

달 궤도보다 훨씬 가까운 저궤도에 돌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다른 행성까지 가려면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화성까지 로켓으로 가려면 일단 지구 궤도 진입까지 로켓 연료 절반을 소비하고 나머지 절반으로 화성까지 5,500만km 여정을 가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이를 극복해가는 게 바로 로켓 과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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