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브루노 마티노 에콜 폴리테크니크 기술벤처석사프로그램 교수 겸 디렉터
기업가정신, 협업 필요성 강조···"마음가짐 바꿔야"

"프랑스에 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교육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문 기술을 갖고 있는 과학·공학자들이 마음가짐(Mindset)을 바꿔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이들이 실험실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을 갖고 세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브루노 마티노 에콜 폴리테크니크 기술벤처석사프로그램 교수 겸 디렉터)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유럽의 글로벌 창업 전진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폭적인 창업 정책을 추진하고, 인재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유인책이 더해지며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젊은이들이 파리로 몰리고 있다.

최근 KAIST 창업원을 찾은 브루노 마티노(Bruno Martinaud) 에콜 폴리테크니크 교수. 브루노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자국 내 창업열기를 설명하며 과학·공학자들의 기업가정신과 마음가짐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브루노 교수는 창업·벤처·IT 전문가다. 그는 15년 이상 IT 관련 기업을 경영하며 기업 가치를 0원에서 110억원(100M$)으로 키워냈다. 또 사업개발, 전략 기획, 자금 조달 관련 전문 컨설턴트이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기업가정신과 혁신 관련 과목을 지도하고 있으며, 대표 서적으로 '혁신 벤처를 만들기 위한 지침서' 등이 있다.

브루노 마티노 에콜 폴리테크니크 기술벤처석사프로그램 교수 겸 디렉터.<사진=대덕넷>
브루노 마티노 에콜 폴리테크니크 기술벤처석사프로그램 교수 겸 디렉터.<사진=대덕넷>


◆이공계 협업···기업가 정신 기반 '마음가짐' 바꾸는 것 중요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수학, 응용물리, 생물, 화학 등 각 연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들은 결코 혼자 일하지 않습니다."

브루노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프랑스 국가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Grandes ecoles)에 속해 있는 세계적 수준의 공대다. 브루노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기술벤처석사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내 창업을 이끌고 있다.   

브루노 교수에 의하면 프랑스와 한국의 이공계 학생, 연구자 등의 특성은 유사하다. 그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도 KAIST 학생들처럼 지도 교수나 선생님의 말을 따르고, 어떠한 문제에 대해 집중,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브루노 마티노 교수는 학생, 연구자에게도 '마음가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대덕넷>
브루노 마티노 교수는 학생, 연구자에게도 '마음가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대덕넷>
연구와 달리 기술사업화, 벤처 등에서 이러한 특성은 도전정신에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브루노 교수는 "벤처정신은 탐험과 호기심에서 출발하는데 프랑스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호기심과 창의력이 사라지는 상충관계(Trade-off)가 발생한다"면서 "사회에 어두운 영역이 어디에 있고, 이와 관련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며 호기심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기업가정신'이다. 브루노 교수는 공학자, 연구자들의 마음가짐(mindset)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기업가처럼 사고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 에콜 폴리테크니크가 도입한 기술벤처 프로그램은 연구 논문 등을 기반으로 시제품을 만드는 등의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수업 방식도 온라인 강연과 네트워킹 형태의 오프라인 모임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서로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동료 평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상대방의 성과를 관측하고 피드백을 통해 학습한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생명과학,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뇌파를 이용해 숙면을 돕는 헤드셋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연구 논문의 기술을 활용해 뇌파 탐지, 분석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그는 "현실적으로 실험실에서 연구하다보면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기 쉽지 않다"면서 "각 실험실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를 시제품 등으로 만들어 보고, 창업으로도 연결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은 UC 버클리 교환학생으로 파견돼 실리콘밸리의 열정, DNA, 문화 등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도 갖는다.   

브루노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공학자, 학생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세상의 변화에 대응한다"면서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블록체인, 에너지,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네트워킹 등을 직접 경험하며 기존 사고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브루노 교수는 이를 위해 중요한 것으로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 선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창립자와 같은 성공적인 기업가를 통해 학생, 연구자 스스로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브루노 교수는 "실제 창업한 88% 이상의 스타트업이 4년 이내 망할 정도로 창업은 어려운 길"이라면서도 "가능한 많은 벤처가 어려움을 딛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승자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루노 마티노 교수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탐험과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사진=브루노 마티노 교수 제공>
브루노 마티노 교수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탐험과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사진=브루노 마티노 교수 제공>
◆지금 프랑스에서는?···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구축 등 창업열기 확산 

현재 프랑스의 창업 열기 확산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코딩전문대학 '에콜 42'와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F'이다. 

브루노 교수는 "한 사람(프랑스 통신 부호 자비에르 니엘)이 청년 창업가 육성에 거대 자금을 투자한 것이 정치권 등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면서 "기업가정신은 희망, 꿈,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치권에서도 이를 보며 각종 관심과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기업가들을 지원하고, 기업가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부는 재능있는 기업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프렌치 테크 티켓(French Tech Ticket)' 제도를 통해 해외 유수 창업가를 유치하고 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EU(유럽연합) 차원의 창업에 대한 공공기금이 확대되고 있다. 현지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교육 과목 개설을 늘리고, 전문가들과 쉽게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확충되고 있다.  

브루노 교수는 향후 KAIST 창업원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에도 연구자,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기업가정신이 확산되고 함께 협력할 기회가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쉽지 않고 결코 끝나지 않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학생, 연구자들이 기술을 갖고 실험실 밖을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전체 구성원 중 7~10%만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도 각자의 재능을 살리고,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협업하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의 모습.<자료=에콜 폴리테크니크 홈페이지>
함께 고민하고 협업하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의 모습.<자료=에콜 폴리테크니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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