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청년과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현장서 목소리 내서 현실 알려야"

"많은 곳에서 대학원생이 연구를 주도한다. 실험전문가를 뒷받침해주는 기관 자체가 아예 없다. 연구를 전문가가 아닌 초보자가 하니 잘 해낼 수가 없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수 없으니 독학해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애로사항 의견 제시 사례)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건의사항 의견 제시 사례)

"박사학위를 따더라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두렵다. 현실에 부딪혀 결국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민거리 의견 제시 사례)

한국연구재단이 청년과학자를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연구나 학업 수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생활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행정업무 과다, 불합리한 연구비 처리, 생활비 조달 문제, 교수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서열위주 연구실 문화, 전공 관련 일자리 부족, 빠른 미래환경 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연구실 문화와 관련해서 한 청년 과학자는 "교수의 갑질과 협박에도 고개 숙여야 하고 빚내서 등록금 내고 일하는 노예 같다"라는 의견을 적었다. 또 다른 과학자도 "학생임금 중 일부가 교수 개인 물품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과학자 애로사항 주요 의견.<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청년과학자 애로사항 주요 의견.<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청년과학자들이 연구나 학업을 수행하고 있는 이유로는 교수나 연구원이 되기 위함(34.2%)과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함(32.1%)이 가장 높았다. 과학기술연구가 좋음(24.1%)과 창업(5%)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을 선택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는 개인 꿈의 실현(28%), 고용안정(23.5%), 전공 관련성(14.6%)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사회적 명예(2.7%)와 직장 위치(1.2%) 등은 낮은 선택을 받았다.

청년 과학자 상당수는 연간 소득 규모가 1000~2000만원(39.2%)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학비나 생활비 조달은 본인이 부담(58.7%)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준회 박사후연구원은 "연구에 집중하고 창업도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면서 "우리 사회가 이제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달 24일 연구재단에서 개최한 '2018 청년과학자 미래 포럼'에 앞서 지난 달 10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이공계 석박사생, 포스닥생 등 2329명의 청년과학자들이 참여했다.

부분별 주요 의견.<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부분별 주요 의견.<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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