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형 KIST 박사팀, 안경형 HMD 개발
무게 100g, 전면 돌출 3cm, 코만 닿는 형태에 시야각 유지
연구원이 보고 있는 가상현실은 우리가 VR 카페에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가 쓰고 있는 VR 장비, HMD(Head Mounted Display)다. 이 HMD는 시중에서 파는 잠수경처럼 생긴 HMD와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사용자는 HMD를 얼굴에 밀착하거나 뒤통수에 벨트로 고정할 필요도 없다. 안경 쓰듯이 귀에 걸치기만 하면 된다. 박지형 박사팀이 개발한 '안경형 HMD'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HMD는 점차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무게 550g에 눈에서 6cm 돌출된 커다란 HMD는 아직 가까이하기에 부담스러운 존재다. HMD 사용자들은 "VR 체험은 신세계였지만 HMD가 무겁고 얼굴을 꽉 조인다. 땀이 나는데 벗고 닦기가 어렵다"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연구팀은 HMD가 인기를 끌기 전인 2000년부터 HMD 소형화에 도전했다. 박 박사는 "HMD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느낄 위생적·물리적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 크기 작으면서 시야각·선명도 유지 비결 '광학기술'
HMD 내부에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보드 등이 압축돼 들어 있다. 무게는 100~150g으로 페이스북이 출시한 오큘러스 리프트의 4분의 1 정도다.
안경형 HMD가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영상 각도는 90도 이상으로 시중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 박 박사는 "크기가 작으면서 시야각이 넓고 선명도가 유지된 HMD를 만드는 핵심은 소형화된 광학기술과 컴팩트하게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원하는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렌즈 크기와 두께 등을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복합렌즈'라고 귀띔했다.
연구팀은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과 함께 매년 업그레이드 된 안경형 HMD를 개발해왔다. 지금까지 만든 모델만 8개가 넘는다. 최근 안경형 HMD는 무선 타입과 비디오 시스루(Video-See-Through, VST)로 진화 중이다.
무선 HMD는 노트북 등 디스플레이 장치와 선으로 연결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HMD를 무선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박 박사는 "올해 말까지 무선 HMD에 배터리를 장착한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디오 시스루 HMD에는 카메라 한 쌍이 전면에 붙어 있다. 연구팀은 사용자가 디지털 세계에 있다가 안경 오른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카메라를 통해 현실을 볼 수 있는 HMD를 연구 중이다. 박 박사는 "국내 카메라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우리 팀이 개발한 VST도 동시에 해상도가 높아지는 등 성능이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1차 타깃 '원격 교육'···소비자 끌어들일 조건 갖춰야 시장 확장
HMD는 아직 게임 시장에 집중돼 있지만, 콘텐츠에 따라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그중 '원격교육'을 안경형 HMD의 1차 타깃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교육 혜택을 받기 어려운 곳에 사는 학생들이 안경형 HMD를 끼고 가상현실에 모여 교사와 함께 과학실험을 하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분자구조 등을 만져볼 수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수술 훈련을 할 때 HMD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박 박사는 "머지않은 시간 내에 HMD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 같다"며 "HMD 형태는 스마트폰 진화와 함께 변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긴 시간 연구를 해왔지만 숙제는 많다. 앞으로는 기존과 전혀 다른 광학기술이 나와야 한다"며 "사람들이 선글라스 끼듯이 필요에 의해 HMD를 끼는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콘텐츠, 서비스 투자 가치, 가격 등 조건이 발맞춰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또 "올해 비디오 시스루 HMD와 무선 HMD를 완성한 후 기술이전과 상품화 등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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