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진흥재단, 과학벨트 SB플라자 협업 공간 활용 배우러 서울행
위워크·블록큐브센터·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돌며 '협업 비결' 확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양성광·이하 특구진흥재단) 구성원과 세종시 공무원이 23일 서울과 판교를 찾았다. 활성화에 성공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행은 왜 청년 창업가들이 몰리고, 어떻게 스타트업이 탄생하는지 보고 들었다. 얻은 것은 '분야 전문 민간 선수들이 나서야 잘 된다'는 결론이다.
 
세종시에 SB(사이언스 비즈)플라자가 8월 개관한다. 과학벨트와 중이온가속기의 연구성과를 기업과 창업에 접목하고, 상용화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특구진흥재단은 SB플라자를 세종시로부터 위탁 운영관리하고, 플라자 2층 비즈센터는 직접 운영한다.
 
양성광 이사장은 부임 전 국립중앙과학관장을 역임했다. 콘텐츠가 없는 공간은 사람이 몰리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새로 문을 열 SB플라자 뿐만 아니라 대덕특구의 기존 커뮤니티용 공간이 사람들로 북적일 방안을 찾기 위해 하루 날을 잡았다.
 
특구진흥재단 임직원과 세종시 경제정책과 직원들 등 10여 명은 한 차를 타고 서울 을지로에 있는 위워크와 여의도에 자리한 블록큐브센터, 그리고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방문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은 창업가를 도와주는 일, 그것이 커뮤니티 매니저예요"
 
다국적 코워킹 스페이스 위워크(wework) 을지로점은 오픈 라운지형 창업 공간이다. 명동성당 뒤편에 위치한 대신증권 빌딩 7층부터 16층을 쓴다. 동시 3000명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24시간 운영한다.
 
매 층이 커다란 카페와 같다. 가운데 식음 제공 칸이 있고, 그 주변으로 다양한 책걸상과 소파가 놓였다. 칸막이가 있는 독립 사무공간은 외곽에 자리한다.
 
세련된 외양의 청년들은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을 만지고, 대화를 나눈다. 월 35만원 이상을 내는 멤버십 회원들이다. 통신과 사무기기는 물론 커피와 맥주가 무제한이고, 도시락이 판매되며, 게임룸과 샤워실, 휴식공간 등도 있다. 나갈 일이 없다면 평생 이 안에 있어도 무방하다.
 
위워크의 성장은 무섭다. 한국에 발 들인 지 3년 만에 서울에만 9호점 째다. 풍족한 서비스와 자유분방한 환경에 더해 커뮤니티 매니저가 급성장 비결의 핵심이다. 매니저는 창업가를 돌보고 창업가들 사이를 잇는 일이 주 역할이다. 음료를 채우고, 전구를 갈아 끼우는 공간 운영은 창업가를 돕는 맥락 차원의 일이다.
 
14층 커뮤니티 매니저는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서라면 네가 내키는 일을 해, 'Do You Love It'. 이것이 위워크에서 지정한 매니저 본연의 일"로 소개했다. 매니저가 알아서 입주한 창업가를 챙기고, 이어준다. 그래서 이곳엔 다양한 이벤트와 포럼이 수시로 열린다. 

또한, 동료를 모으는 '팀 빌딩'은 스타트업에서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지는데 "위워크를 사무실로 쓰면 구인도 쉽고, 전 세계 위워크 주둔 창업가들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매니저는 덧붙였다.
 
스타벅스가 경쟁자··· "음악이 시끄러우면 나가세요. 여기는 떠드는 곳입니다"
 

여의도 분위기를 반영한 세련된 분위기의 르호봇 블록규브센터. 그러나 크게 울리는 음악은 이곳이 떠들만한 곳임을 알린다. <사진=윤병철 기자>
여의도 분위기를 반영한 세련된 분위기의 르호봇 블록규브센터. 그러나 크게 울리는 음악은 이곳이 떠들만한 곳임을 알린다. <사진=윤병철 기자>
여의도에 위치한 블록큐브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는 곳이다. 20년 전부터 공유공간 서비스를 이어온 르호봇에서 주관한다. 창업 공간은 물론 인큐베이팅과 전문가 코칭을 제공한다.
 
위워크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다. 시니어와 주니어가 함께하는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매칭사업을 하므로 사용 연령층이 약간 높기도 하고, 금융가인 여의도 분위기가 반영된 점도 있다. 그러나, 팝으로 된 실내 음악이 목소리를 약간 높여야 할 정도로 크게 울리고 있다.
 
김영록 총괄센터장은 "음악이 시끄럽다고 불평하시는 분에겐 나가시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사무 보는 공간 이전에 '사람이 쉽게 말을 붙이고 나누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는 "커피 맛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져, 커피 품질 유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며, "오죽하면 요즘 창업 공간이 스타벅스와 경쟁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웃었다.
 
민간에서 창업 사업을 하면서 기관 창업지원 경험도 많았다는 김 센터장은 "창업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 정부기관 운영식으로는 도저히 쫓아올 수 없다. 그런 이유로 관리에 매몰된 대학 창업공간들이 실패한 것"이라고도 평했다.
 
나만의 業을 함께 찾아주는 오즈의 창업사단··· 120개 스타트업 '북적'

업을 깨달아야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있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복도까지 입교생들의 치열한 논쟁이 들린다. <사진=윤병철 기자>
업을 깨달아야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있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복도까지 입교생들의 치열한 논쟁이 들린다. <사진=윤병철 기자>
월드컵 경기장만 한 유리 외벽 건물들이 도시를 이룬 판교 밸리. 그 한가운데 두 개 단과 대학을 합친 규모의 경기 스타트업 캠퍼스가 있다. K-ICT 센터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경기분원, 빅데이터센터 등 연구기관들이 한 곳에 모인 본부도 겸한다.
 
캠퍼스 교육은 사단법인 아르곤이란 민간단체에서 운영한다. 스타트업의 전 주기를 지원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데, 예비창업가들에게 강한 창업동기를 부여하는 데 집중한다.
 
창업희망생이 캠퍼스에 입교하면 본인만의 '업'을 찾는 교육으로 시작한다. 일생에 해보고 싶은 업을 찾으면 이를 창업으로 구체화 시켜 최종 실전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코스를 익히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은 '오즈의 마법사' 스토리로 표현된다. 그래서 창업 프로그램명이 '오즈 캠퍼스'다.
 
김경리 스타트업캠퍼스 운영본부장은 "이런 독특한 창업 교육방식이 이제는 큰 효과와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운영 초기엔 이런 방식에 이해가 없던 정부와 기관 설득에 많은 애를 썼다"고 밝혔다. 현재는 경기도 산학연 23개 기관과 협동하며, 120여개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선을 한번 보인다면··· 대덕특구, 기술창업 천국 될 수 있어
 
견학을 마친 양 이사장은 "오늘 돌아본 창업 공간과 콘텐츠들은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적합한 실력과 경험을 갖춘 민간 주도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대전은 기술창업 천국이 될 수 있는 자원이 강하지만, 이를 엮는 힘이 부족해 기술 제공자와 창업 수요자 사이 불균형을 겪어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공간과 커뮤니티에 특화된 최고의 민간 선수들을 대덕에 불러와 하나의 선례를 남긴다면, 대덕도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창업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며 "그들에게 대덕이 어떤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할 일"이라고 밝혔다.
 
동행한 강병권 세종시 경제산업국 사무관은 "SB플라자에 들어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를 위해 전국의 창업 공간을 다녔는데, 다닐수록 공간을 단순하고 유연하게 구성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쌓인다"며 "많은 재가와 협의 과정이 있겠지만, 성공 사례로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수도권 창업공간 투어에 나선 특구재단 임직원과 세종시 경제과 직원들. 밤 8시가 되서야 코스를 마쳤다. <사진=윤병철 기자>
수도권 창업공간 투어에 나선 특구재단 임직원과 세종시 경제과 직원들. 밤 8시가 되서야 코스를 마쳤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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