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KAIST 교수팀 연구···F1 경기 자료 활용 분석

살인, 폭력 등 특정 상대를 향한 증오 등은 비합리적이고 우발적인 감정이 기반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관계 갈등도 지위나 경제적 능력 등이 차이가 있는 집단 간에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갈등을 분석한 결과, 각 원인에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규칙이 있으며,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이 비슷할수록 폭력적이고 심한 갈등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갈등은 나이가 비슷하고 실력이 우수할수록, 그리고 날씨가 좋을수록 더 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이원재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사회적 지위나 정체성이 비슷할수록 폭력,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9일 밝혔다.

기존 연구들은 제한된 인간 집단이나 동물 실험을 대상으로 한 뇌 과학이나 생화학적 지표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따라서 인간관계와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영향력에 대해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45년간 이뤄진 F1 경기에 출전했던 355명 사이에 발생한 506회의 충돌 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 유사도를 수치화했다.

연구팀은 순위와 같은 객관적 성과 지표를 통제한 뒤 선수끼리의 우열, 천적 관계 등에 대한 개별적 우열 관계를 토대로 선수별, 시즌별 등으로 프로파일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선수 간 프로파일이 비슷할수록 서로 충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경쟁이 일상화된 시장이나 조직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조직 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조건을 밝혀냄으로써 갈등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나 체계 설계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재 교수는 "사회학은 보통 성공이나 협력 등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한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살인이나 폭력과 같은 파괴적인 행위에도 조직적이고 사회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에는 독일 ESMT의 Matthew Bothner 교수, 프랑스 INSEAD의 Henning Piezunka 교수, Richard Haynes 미국 재무부 박사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달 26일자에 게재됐다.

F1 선수들의 평균적 경쟁 관계를 시각화한 자료.<자료=KAIST 제공>
F1 선수들의 평균적 경쟁 관계를 시각화한 자료.<자료=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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