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특별 처방···명상에 몸 맡겨라"

[인터뷰] 강형원 원광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호흡과 신체 감각 집중 '마음챙김 명상'으로 불면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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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정 기자 - 2018.04.19

"온 몸에 힘을 빼고 내 몸에 느껴지는 감각을 느껴봅니다. 들이마시는 숨과 내쉬는 숨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의식을 집중합니다. 이것은 내 숨길입니다. 이것은 내 호흡입니다.
살면서 이렇게 내 호흡을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 호흡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나의 호흡입니다···"

 
강형원 원광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가 불면증 환자와 책상에 마주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명상을 유도한다. 10분간 명상이 진행되는 사이, 몇 달간 잠을 이루지 못하던 환자는 앉은 채로 편안하게 안정을 취한다. (잠이 드는 환자도 있다.)

강 교수가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그는 잠 못 드는 이들에게 특별한 처방을 내린다. 수면제나 신경안정제가 아닌 '10분 명상'이다. 강 교수는 1999년부터 불면증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약물로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10분 명상···호흡, 목, 어깨, 척추 감각에 집중하다
 
"의과와 한의과의 불면증 치료 중 가장 큰 차이점은 '수면제' 등 약물 투여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죠. 한의과에서는 음양오장육부의 조화에 초점을 두고 치료합니다. 한약물 치료는 수면제처럼 즉시 수면을 유도하기보다 환자가 스스로 몸의 안정 상태를 조절해 수면 리듬을 찾아가게 돕습니다."
 
불면증 치료법은 크게 명상, 한약, 침, 약침이다. 그 중 강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마음챙김 명상'.
 
이 명상은 환자의 머릿속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몸의 감각으로 옮겨주는 치료법이다. 그는 "마음챙김 상태는 현재의 신체감각, 감정, 생각, 기억,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상태"라고 소개했다.
 
명상은 강 교수가 들려주는 '수면가이드 멘트'에 따라 호흡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뒤 목, 어깨, 근육, 척추 등 신체 곳곳에 집중하는 '신체감각 마음챙김 명상'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호흡으로 마무리된다. 

환자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녹음해둔 수면가이드 멘트를 들으며 명상을 훈련한다. 강 교수는 "누구나 이 멘트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명상 관련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 명상·침치료 뇌에 미치는 영향 연구
 
강 교수는 그동안 지켜본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도 증명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연구하는  '심주신지(心主神志) 이론 과학화를 위한 심장 평가시스템 개발'이다.
 
심주신지는 '심장이 정신을 주관한다'는 뜻으로 이 연구는 긍정적인 명상과 스트레스 회상을 할 때 나타나는 뇌와 심장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것이다. 연구팀은 임상연구에서 뇌파와 심장 전도를 24시간 측정한다.
 
그 외에도 강 교수는 2015년 '불면증 환자의 정량화뇌파' 연구를 통해 침치료가 불면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임상에 참여한 불면증 환자에게 주 3회 2주간 침치료를 한 후 자가보고설문지(ISI, PSQI)를 작성하게 했으며 동시에 환자들의 뇌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침치료 후 임상 참여자들의 뇌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알파파가 증가하고 뇌 후두부에서 신경 연결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침치료가 불면증 환자의 신경과 신체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 과거·미래 걱정이 잠 방해···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강 교수를 찾아오는 환자 대부분은 불면증과 동시에 불안, 우울, 외상적 트라우마, 화병, 분노조절 문제, 기억력 저하, 주의력 결핍 등 여러 증상을 호소한다.
 
불면이 생긴 스트레스 요인은 가족사, 대인관계, 직장, 취업, 자녀, 경제 문제 등 다양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신체 리듬이 깨지는데 이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수면 리듬이다.
 
그는 "불면증은 정신분열증과 양극성 장애 등이 재발하거나 심각한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신체가 보내는 신호"라며 "방치하면 기존에 앓던 질환이 악화되거나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불면증 예방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수면환경 개선, 그리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기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우리의 잠을 방해합니다. 미래를 미리 단정 짓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보세요. 현재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늘 연습해야 합니다."



※정보※ 한의학에서 분류하는 체질별 불면증 증상
심신불교(心腎不交)형 : 평소 허약한 사람이 과로하거나 지나친 감정의 소모로 기운을 낭비해서
                              잠을 들지 못하는 경우로, 손발과 가슴이 뜨거우며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심담허겁(心膽虛怯)형 : 평소 심약한 사람이 크게 놀란 후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잘 잠들지 못합니다.
심비양허(心脾兩虛)형 : 근심 걱정으로 지나치게 사려한 경우에 잘 발생하며 이런 사람들은 대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자는 동안에도 잘 깹니다.
위중불화(胃中不和)형 : 주로 불규칙한 식사 생활로 인해 장의 가스로 인해 잠을 깊게 잠들지 못하는 경우로
                              특히 밤늦게 음식을 먹거나, 청소년들의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와 관련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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