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무 UNIST 교수-박능화 울산대병원 교수팀 공동 연구

국내 연구진이 간암 치료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UNIST(총장 정무영)는 권혁무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박능화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과 함께 '톤이비피(TonEBP)'라는 유전자가 간암의 발생과 재발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간암 환자의 92.6%에서 암세포가 주변 세포보다 톤이비피가 더 많이 발현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암이나 주변 조직의 톤이비피 발현 수치가 나중에 간암의 재발이나 전이, 사망률과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원인이 B형 바이러스나 C형 바이러스나, 술, 지방간 등으로 다양해도 간암 발생 원리는 동일하다는 게 밝혀졌다.
  
톤이비피는 권혁무 교수가 지난 1999년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처음 발견한 유전자다. 권 교수는 톤이비피가 신장에서 소변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때 염증을 유발해 감염을 퇴치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신장이 아닌 간에서 톤이비피 유전자의 영향을 밝혀졌다. 지난 2011년 UNIST에 부임한 권 교수는 본격적으로 톤이비피와 염증질환의 관계를 쫓기 시작했다. 2012년 2학기에 학부생 3학년이던 이준호 연구원이 '염증이 간암에 영향을 준다'는 자료를 찾아오면서 톤이비피와 간암의 관계도 살피게 됐다.

이번 논문의 1저자인 이준호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톤이비피 유전자가 간암과도 상관 있을까?'라는 질문에 9개월이 걸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톤이비피 발현 양을 다르게 하고, 간암을 일으킨 것. 2014년 정리된 결과에 따르면, 톤이비피 발현이 적을수록 암 숫자가 적고 암세포의 크기도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울산 바이오메디컬산업 관련 회의로 UNIST를 방문한 박능화 교수는 복도에 걸린 권 교수의 연구를 보고 함께 울산대병원의 환자 296명의 데이터로 검증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권 교수는 "박능화 교수가 수술하고 떼어낸 간암 시료 296개는 하나도 버릴 게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며 "발병 원인과 수술 후 재발, 전이, 사망까지 정리된 기막힌 자료였다"고 말했다.

이 협업을 통해 톤이비피가 세포 손상, 산화 스트레스, 염증 등 간암을 발생시키는 다양한 단계에 모두 관여한다는 게 밝혀졌다. 또 90% 이상의 환자들은 간암 발병원인인 B형 바이러스, C형 바이러스, 지방간 등에 관계없이 톤이비피 발현이 늘면 종양이 악화됐다. 간암 발병의 공통적인 경로가 확인됐다.

권혁무 교수는 "지금까지 간암은 발병원인이 사람마다 달라 치료제를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졌다"며 "이번 연구로 간암의 발병 경로가 동일하다는 게 밝혀지면서 간암 치료의 큰 줄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 톤이비피 유전자가 간암 재발과 항암제 저항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파악 중"이라며 "이 연구가 성공하면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학술지 '소화관(Gut)'에 발표됐다.

간암 발생 과정에서 톤이비피 유전자의 역할.<자료=UNIST 제공>
간암 발생 과정에서 톤이비피 유전자의 역할.<자료=UN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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