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T 공동마케팅사무국, 기술부터 사업화까지 '원스톱' 지원···ETRI, 생명연 TLO 등 성과 주목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기술사업화를 이끄는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TLO는 출연연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시켜 제품화 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로 인해 출연연이 개발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연구기술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중소기업은 이전받은 기술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과학기술계 TLO는 출연연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연구원 TLO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공동마케팅사무국가 대표적이다. 

◆ 강견기업 육성 위한 지원책 마련···7개 분야 집중 

ETRI 기술사업화플랫폼. <자료=ETRI TLO 제공>
ETRI 기술사업화플랫폼. <자료=ETRI TLO 제공>
ETRI TLO는 출연연 TLO 중 '맏형'과 같다. 일찍부터 활성화 된 ETRI TLO는 연구원이 개발한 ICT 기술이 중소기업 발전에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ETRI TLO가 연구기술 사업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프로그램은 ▲R&D 협력 ▲기술이전·특허라이센싱 ▲기술사업화 지원 ▲기술·특허 지원 ▲연구인력 지원 ▲연구시설·장비지원 ▲창업·연구소기업설립·성장지원) 등 7개 분야로, 세부 프로그램도 25개에 이른다. 

손민호 사업화협력실장은 "기술사업화는 기술만 이전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출연연 기술이 기업에 가서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져야 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사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LO는 출연연과 기업을 이어주는 정거장으로 생각하면 된다. 인력, 기술, 장비 등 관련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술사업화 플랫폼 구축 및 실행이 필요하다"며 "2000년도 초반부터 본격화 된 ETRI TLO는 전문 인력 80여명이 투입돼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ETRI TLO는 지난해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수백 개의 기술 중 60개의 사업화유망기술을 선정, 그 중 15개 핵심 기술을 'ETRI 개발기술을 활용한 사업화 유망 비즈니스 모델 소개집'에 담았다. 핵심 기술 소개에는 기술 경쟁력, 진입시장, 시장동향, 비즈니스 아이디어 등을 소개했다. 

그 중 '딥러닝 기반 얼굴 검출·인식기술'은 사람의 얼굴을 파악하고 분석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딥러닝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이 기술은 다양한 환경 변화에도 여러 명의 얼굴 인식이 가능하며, 일반 CCTV 카메라나 저가의 USB 카메라와 같은 저 사양의 컴퓨팅 환경에서도 실시간 인식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현재까지 8개 중소기업에 기술이전 후 사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 다국어 음성인식 및 대화체 자동번역 기술도 기업에게 인기다. 이 기술은 여행, 일상 문장에 대한 자연스런 통역·번역이 가능하여, 다국어 음성인식 기반 동시 통·번역과 대화체 연속어 음성인식 등의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있다.  

손 실장은 "ETRI는 TLO, 연구자, 외부 전문가 추천 등 3개 트랙을 통해 기업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사업화유망기술을 선정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활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기술지원부터 사후관리까지 체계화 운영

KRIBB IP BIZ-Process 체계. <자료=생명연 TLO 제공>
KRIBB IP BIZ-Process 체계. <자료=생명연 TLO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기술사업화를 위해 독립적인 전담조직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부원장 직속으로 '바이오혁신사업부'를 두고, 내부에 생명연 TLO인 '기술사업화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TLO를 통해 확보된 기술이 1575건에 이르며, 기술이전 건수와 기술이전료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생명연 TLO는 ▲기술이전·기술마케팅 프로그램(KRIBB IP BIZ-Process) ▲기술가치평가 ▲연구소기업 설립·운영지원 등을 중심으로 기술사업화를 지원한다. 

KRIBB IP BIZ-Process은 기술선정→마케팅 KIT→기술마케팅→성과창출→사후관리 등의 시스템으로 프로세스를 체계화 해 연구원 기술이 기업에 기술이전 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마케팅은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기술설명회를 제공하고, BIO-USA 등 해외 기술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사후관리를 통해 기술료 징수, 계약이행여부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한 기술이전 사후관리 시스템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홍원 기술사업화지원센터장은 "과거에는 연구원에서 개발된 연구기술을 기업에 기술이전만 했다면 지금은 사업화하는 업무까지 지원한다"며 "유망 IP 발굴을 위해 직무발명 사전심의제도를 개선 및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외 특허 출원 심의제도 고도화, 외부 특허사무소 IP 연계관리 시스템 등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기술가치평가를 위해서는 출연연 5개 기관과 함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연구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진행해 산업화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생명연 TLO는 최근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생명연 노화제어연구단 권기선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병원이 공동 연구해 개발한 기술을 신약 개발 기업인 비티씨에 정액기술료 12억원(경상실시료 총매출액 3%)을 받고 기술이전 했다. 

연구팀은 근육 개선 효과가 뛰어난 세틸피리디늄(CPC)을 발굴, 근력약화 관련 질환치료에 적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또 관련 기술을 국내 및 미국, 중국, 일본, EU에 특허 출원했다. 

◆ "기술사업화 생태계 중요"···해외기술이전 등 지원 필요  

김호민 선임연구원(좌)과 손민호 사업화협력실장이 ETRI TLO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TRI는 오는 24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국반도체산업혁회 9층 세미나실에서 ICT 소재부품연구소와 함께 제1회 ETRI 판교 사업화유망기술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호민 선임연구원(좌)과 손민호 사업화협력실장이 ETRI TLO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TRI는 오는 24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국반도체산업혁회 9층 세미나실에서 ICT 소재부품연구소와 함께 제1회 ETRI 판교 사업화유망기술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TLO 담당자들은 기술사업화 성공 키워드로 출연연과 기업과의 긴밀한 교류를 강조했다. 

손민호 실장은 "출연연과 기업은 같은 곳을 바라 봐야 한다. 출연연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기업은 출연연의 어떤 기술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 개방적 협력을 해야 사업화에 꽃을 맺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논문도 가치가 있지만 공공기술이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된다면 인류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홍원 센터장은 생태계 조성에 주목했다. 그는 "기업의 공공기술 활용을 활성화 시키려면 기업의 기술이전 초기비용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적극 지원 해 주고 이를 통해 이전된 공공기술이 상용화되어 창출된 수익이 다시 공공기술에 재투자 하게 되는 순환구조가 필요하다"며 "공공기술 사업화가 잘 되려면 제대로 된 생태계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TLO와 공동마케팅사무국 간의 협력도 중요시 했다. 김호민 ETRI 선임연구원은 "공동마케팅사무국이 인력, 홍보 등 기술마케팅 지원을 해 주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개별 TLO 간에도 협력하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 기술사업화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김형철 생명연 기술사업화지원센터 연구원은 "ETRI, 생명연 등은 TLO가 일찍 구성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출연연도 적지 않다. 후발 출연연 TLO에 대해서는 공동마케팅사무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해외 기술이전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 TLO의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홍원 기술사업화지원센터장 주재로 생명연 TLO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홍원 기술사업화지원센터장 주재로 생명연 TLO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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