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①]베를린 장벽 무너질 때 '에든버러 과학축제' 탄생
30주년 맞아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주제···270개 과학이벤트 펼쳐져

에든버러 언덕 칼튼 힐에서는 에든버러 성과 도심이 한 눈에 펼쳐진다. 낡았지만 아름다운 전통 건축물들이 즐비하다.<사진=김요셉 기자>
에든버러 언덕 칼튼 힐에서는 에든버러 성과 도심이 한 눈에 펼쳐진다. 낡았지만 아름다운 전통 건축물들이 즐비하다.<사진=김요셉 기자>
  에든버러 국제과학축제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5일까지 16일간 과학체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1989년 축제가 탄생한 이후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주제로 270여개의 과학이벤트가 펼쳐졌다. 

유럽 최대 규모 과학축제로 성장한 에든버러 국제 과학축제 현장을 취재했다.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한국 과학문화의 방향타가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과학이 사회, 문화, 예술과 함께 어우러져 삶의 중요한 한 축임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에든버러 과학축제 현장르포(1편)에 이어 이색 과학이벤트 현장체험(2편), 축제 총책임자 인터뷰(3편) 순으로 연재한다.[편집자의 편지]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런던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걸려 착륙한 이 곳 에든버러는 중세와 근대를 넘나드는 전통적 건축물이 가득하다. 수백년 넘은 성과 탑, 건물 등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원형 그대로 삐죽삐죽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낸다. 도심 중심부 133m 높이 화산 꼭대기에 세워진 에든버러 성의 웅장한 자태도 인상깊다. 도시 곳곳 명소들은 웬만하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작은 도시다. 매년 4월이면 이 곳은 과학이 소소한 일상으로 파고든다. 

에든버러 국제과학축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해부터 시작됐다. 올해가 30주년이다. 1989년 당시 최초의 인터넷 상용 접속이 이뤄졌고, 인간의 유전자 변형이 처음 시도됐다.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 고스트 버스터스(Ghostbusters), 인디아나 존스(Indianan Jones) 같은 영화가 흥행하기도 했다.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흥미로운 과학 소통과 아이디어 혁신 중심지로 성장해 오면서 매년 1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과학축제 중 하나가 됐다. 제인 구달(Jane Goodall), 브라이언 콕스(Brian Cox), 피터 힉스 경(Sir Peter Higgs) 등 수없이 많은 유명 과학자들이 이 축제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참여했다. 

◆ 랜드마크 명소 곳곳에서 '과학 파티'‧‧‧"과학축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 도울 것"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은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본거지다. 박물관 중심 그랜드 갤러리에 2만6000개 풍선이 거대한 조형물로 만들어져 장관을 이룬다. '지평선(Horizon)'이라는 과학축제의 과학예술융합 메인 이벤트다. 검은색, 빨간색, 흰색의 기다란 풍선을 설계된대로 하나씩 끼워 맞춰지며 하나의 큰 구조물이 되어가는 모습에 수많은 관람객들은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미국의 풍선 팝아티스트 제이슨 하켄워드(Jason Hackenwerth)의 작품이다. 

구조물 내부를 들여다 보면 우주에 있는듯 '황홀~'<사진=김요셉 기자>
구조물 내부를 들여다 보면 우주에 있는듯 '황홀~'<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축제의 과학예술융합 메인 이벤트 '지평선(Horizon)'<사진=김요셉 기자>
과학축제의 과학예술융합 메인 이벤트 '지평선(Horizon)'<사진=김요셉 기자>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거대한 풍선 조각들의 소용돌이에 갇힌 채 잠시 멈춰 우주의 경이로움을 떠올릴 수 있다. 블랙홀을 상징한 이 조형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움과 희망, 새로운 영감을 준다. 작품을 즐기는데 현대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느끼면 된다. 

작가는 "블랙홀과 관련된 이번 이벤트는 물리 법칙이 붕괴되는 블랙홀의 중심에 무한한 밀도가 있는 지점인 '특이점'의 개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연계돼 있다"고 말한다. 

에든버러 시티아트센터(City Art Center)는 평소 예술품이 진열되지만 과학축제 기간에는 감각적인 과학 운동장으로 변모한다. 뇌의 비밀을 밝히는 강연을 비롯해 로봇 만들기, 공룡화석 발굴, 가상현실 체험 등 올해 축제의 테마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들이 과학 가족들을 반긴다.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앞 거리에는 'Ecoville'이라는 친환경 마을이 조성됐다. 저탄소 친환경 미래를 향한 중요한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체험물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물과 천연자원을 보존하고, 쓰레기를 줄이면서 재활용을 강조한다. 큼지막한 태양광 패널은 Ecoville의 상징이자 이번 과학축제의 메인 포스터 주인공이다.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coVille'.<사진=김요셉 기자>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coVille'.<사진=김요셉 기자>
에든버러의 前 왕립수의과학교 서머홀(SummerHall)은 주로 과학토론과 강연, 상호작용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 활용된다. 에든버러 대학과 바로 이웃해 있는 서머홀에서는 빛 그리기 체험, 기괴한 과학실험 이야기, 로켓 연소 실험과 은하계 감상 등 과학 소통 프로그램이 왕성하다. 특히 마리 큐리 부인의 삶에 관한 뮤지컬 코메디가 인기를 끌었다. 

에든버러 왕립 식물원(Royal Botanic Garden)과 동물원도 과학축제 현장이다. 왕립 식물원에서 열리는 피아노증후군 '#Pianodrome' 이벤트는 참여형 피아노 공연으로 관심 대상이었다. 하나의 큰 지붕 아래 예술과 음악 뿐만 아니라 과학과 창의력을 돋궜다. 

라이브 뮤직 파티와 '음식의 본질' 이벤트도 관심을 모았다. 음식의 본질 이벤트는 음식이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식단이 우리의 건강과 자연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맛있는 과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이벤트는 스코틀랜드 환경‧식량 농업 연구기관(SEFARI)이 진행했다. 평소 보지 못하는 다채로운 식물과 동물들을 접하는 것은 덤이다. 

에든버러 지구과학 박물관 다이나믹 어스(Dynamic Earth)에서는 수십억년의 우주와 지구 역사 탐험을 위해 타임머신을 탄다. 4D 지구 체험관을 비롯해 빙하기 체험, 화산‧지진 체험 등 말 그대로 다이나믹한 지구의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다.

다이나믹 어스의 극지체험관. 실제 커다란 얼음에 손가락을 집어 넣으며 빙하를 간접체험할 수 있다.<사진=김요셉 기자>
다이나믹 어스의 극지체험관. 실제 커다란 얼음에 손가락을 집어 넣으며 빙하를 간접체험할 수 있다.<사진=김요셉 기자>
이 곳에서도 다양한 과학 이벤트가 펼쳐졌다. '종의 생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지구적으로 빠르게 번져가는 멸종 연구를 공유하는 가 하면, 극지 과학자들과 만남 이벤트도 전개됐다. 에든버러 대학들의 극지 연구자들은 대중들에게 극지의 아름다운 자연과 변화하는 환경, 극지 연구활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EDF 에너지 폴 윈클 스코틀랜드 비즈니스 이사 "과학축제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돕겠다"<사진=EDF Energy 제공>
EDF 에너지 폴 윈클 스코틀랜드 비즈니스 이사 "과학축제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돕겠다"<사진=EDF Energy 제공>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도시 곳곳이 축제 현장이다. 길거리나 여러 명소들에서 270여개의 크고 작은 과학 이벤트들이 펼쳐졌다. 아이들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성인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과학을 즐긴다. 과학이 특별하게 강조되지 않는다. 삶의 일부이자 일상으로 퍼져나간다. 오히려 예술이나 자연, 문화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과학이 스며든다. 

세계 최대 전력생산기업 중 하나인 EDF 에너지 폴 윈클(Paul Winkle) 스코틀랜드 비즈니스 이사는 "우리는 영국이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에서 겪고 있는 기술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공약의 일환으로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헤드라인 스폰서로 참가해 왔다"라며 "우리는 차세대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및 수학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과학축제 조직과 파트너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은퇴 근로자를 대체하기 위해 과학, 연구, 엔지니어링 및 기술 분야에서 5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향후 6년 동안 채워져야 하지만 최대 6만 명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EDF Energy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축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 갈 수 있도록 돕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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