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 ⑬] 이선재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 박사 후 과정
"연구는 축복, 공부위해 사람들과 교류 즐겨···새로운 지식 얻기도"
"질병지도 프로젝트, 페이스북과도 공동연구 인류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 할 것"

연구는 축복 이라고 말하는 이선재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 박사 후 연구원. 한국에 잠시 방문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사진=길애경 기자>
연구는 축복 이라고 말하는 이선재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 박사 후 연구원. 한국에 잠시 방문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사진=길애경 기자>
미소 가득한 얼굴. 자신의 연구분야를 설명할때는 꿈꾸는 소년처럼 더욱 싱글벙글이다. 이선재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 박사 후 연구원. 젊은 과학에 대해 물으니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 지으며 '축복'이라고 적는다.

그는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KTH) 소속인 '삶을 위한 과학 연구소'에서 유전체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시스템 생물학이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가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란다. 또 유행에 상관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를 위해 컴퓨터 사이언스는 독학했다. 주변에 똑똑한(?) 친구를 많이 둔 덕분도 있지만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열정으로 독학마저도 즐거웠다고 고백한다.

그런 때문인지 이 박사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연구 철학도 거창하지 않지만 '인터렉션(interaction)' 기반을 강조한다. 한 분야에 치중하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나는지 모를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새로운 지식은 지금 하는 일과 동떨어진 사람들의 식견을 들을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서 "연구결과를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많이 설명하는 편인데 그들이 흥미를 느끼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자신이 든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과학고 재학 시기 생물 교사의 설명에 '시스템 생물학' 전공 선택

이 박사가 시스템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교부터다. 충남과학고 시기 생물 교사의 DNA 추출, 클로닝 등 최신 실험 기법 설명에 매료돼 분자 생물학에 빠졌다.

고교를 졸업할 무렵, 새로운 생물학인 시스템 생물학에 관심을 갖는다. 기존 생물학이 가설 기반의 검증 실험이라면 시스템 생물학은 생물학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

이 박사는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현 바이오및뇌공학과) 1기로 입학했다. KAIST는 유전체 분석이 본격화 되던 2002년 무렵, IBM으로부터 슈퍼컴퓨터를 제공받아 융합학과인 바이오시스템학과를 처음으로 발족했다. 학생도 교수진도 열정이 뜨거웠다.

그는 "운이 좋았던지 대학 진학 무렵 KAIST에 관련 학과가 생겼다. 또 대학원에서도 같은 분야를 연구했는데 이도헌 지도교수님, 이광형 교수님 등 연구 열정과 도전정신을 그대로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수님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며 미소를 짓었다.

하지만 바이오시스템학과 특성 상 생물학을 연구하면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두가지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의미. 이 박사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컴퓨터 사이언스는 독학했다.

컴퓨터 사이언스 학습을 위해 그가 선택한 공부 방법은 사람들과의 활발한 교류다.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잘 모르는 분야는 관련 분야 친구와 지인에게 묻고 설명들으며 익혔다. 과정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생물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동시에 할수 있는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를 갖게 됐다.

그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도전할 수 있는 일도 찾을 수 있었다. 인터렉션을 위해 당장 관련 없는 학회에 가서도 듣는다"면서 "그런 때문이지 디스플레이, 산업공학과까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박사 과정시 슈퍼 컴퓨팅과 병렬 컴퓨팅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을 연구했다. 하지만 그의 분석 기법이 처음부터 환영 받은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접목할 곳을 찾지 못해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스웨덴의 왕립 공과 대학과 샬머스 공과 대학에서 그의 연구와 같은 방식의 분석 기법을 적용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 특히 질병지도는 빅데이터 기반 연구기법의 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람들과 활발한 교류를 즐긴다. 사진은 학회에서 만난 연구자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선재 박사.<사진=이선재 박사>
그는 사람들과 활발한 교류를 즐긴다. 사진은 학회에서 만난 연구자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선재 박사.<사진=이선재 박사>
◆ 생물학과 컴퓨터 사이언스 동시에 해외에서도 '환영'

"대학원 박사시기 스웨덴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왕립 공과 대학에 비슷한 연구 분야가 있어 자료를 찾아 모았죠. 박사를 마치고 지원했어요. 생물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인지 무조건 오케이였어요.(웃음)"

이 박사는 인간세포와 질병지도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됐다. 그가 맡은 역할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세포의 각 요소 정보를 분석하고 암 유전체를 분석해 연관성과 생존 확률을 파악하는 것.

그는 "당시 데이터는 많은데 이를 분석할 적임자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하고 싶었던 연구분야인데 기회가 왔고 정말 열심히 하게 됐다. 특히 그들은 공동연구를 중시하는 분위기라 초기에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지만 잘 정착할 수 있었다"고 정착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인간세포와 질병지도 프로젝트는 페이스북 CEO도 관심이 많아 현재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대사 질환 연구도 활발한데 2017년 논문 2편이 사이언스지에 실리는 쾌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과 관련한 현상을 밝히며 셀 자매지인 'cell metabolism'에 게재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연구자로서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얀스닐슨(스웨덴 발음명) 교수 그룹에 1년 있었는데 교수님이 연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과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100여명의 그룹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아직도 느껴진다. 초기에는 소통이 안돼 어려움도 있었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그만의 장점에 같이 연구하자는 동료들이 많다. 최근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박사는 "장내 미생물 분포에 따른 질환 연결 관계를 연구 중이다. 영국의 대학과도 같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라면서 "한국과도 같이 연구하고 싶다. 김치 효과도 보다 심도있게 연구해 알리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싶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맞춤형 과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궁극에는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고 연구자로서 소망을 피력했다.

끝으로 그는 남들이 하지 않던 분야를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강조한다. 앞도 뒤도 재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열정을 심어준 지도 교수 등 연구자, 지인, 친구들과의 교류에 감사해 했다.

이 박사는 후배를 위한 조언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면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많이 대화할수록 자신만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새로운 시너지를 일으키는 연구에 도움이 된다"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강조했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에는 초창기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던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매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사진=이선재 박사>
그가 근무하고 있는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에는 초창기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던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매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사진=이선재 박사>
◆ 이선재 스웨덴 왕립 공과 대학 박사 후 연구원은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현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치고 스웨덴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 중이다. 그는 연구를 위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컴퓨터 사이언스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연구의 궁극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어 축복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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