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기계 참석 베트남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서 22일 착공식
KIST의 연구와 운영까지 그대로 베 정부 초대 수장으로 금동화 원장

VKIST 착공식이 22일 베트남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에서 열렸다. 베트남은 한국의 KIST의 연구와 운영을 모델로 자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사진=청와대>
VKIST 착공식이 22일 베트남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에서 열렸다. 베트남은 한국의 KIST의 연구와 운영을 모델로 자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사진=청와대>
1965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월남 파병 대가로 미국 존슨 대통령은 한국에 공과대학 건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공과대학이 아닌 '종합연구소'를 지어 주길 조심스럽게 요청한다. 한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종합연구소가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닉슨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하며 '과학기술 입국' 한국의 씨앗이 됐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설립되고 초대 수장에 임명된 최형섭 소장은 우수 연구 인력 유치에 나섰다. 해외에 있는 한인 연구자를 찾아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연구 인력이 꼭 필요하다며 설득했다. 연구자들은 해외보다 근무여건도 정주환경도 뒤떨어졌지만 한국의 산업발전과 미래를 위해 연구인력이 필요하다는 최 소장의 간곡한 요청에 귀국길에 올랐다.

대통령은 국정으로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두번은 KIST를 찾았다. 경제기획원에 KIST의 예산은 자르지 말라, 감사도 관여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KIST 연구자들의 급여는 대통령보다 많았고 대학교수보다 3배나 높았다. 연구자에게는 국내에 없던 의료보험까지 미국 보험협회와 계약해 가입해줬다.

연구는 응용연구 중심이었다. 당장 산업발전을 위한 기업에 필요한 연구개발이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저마다의 소명의식으로 연구에 집중했다. 최형섭 초대 소장이 그의 회고록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라고 할 정도로 연구자의 열정도 뜨거웠다.

초기에는 KIST의 연구성과를 인정하지 않던 국내 기업들이 일본 도요타 윤활유 담당 과장이 연구결과보고서를 보고 감탄하자 그제야 KIST를 찾아왔다. 1968년 이름있는 기업들이 연구비를 KIST에 기탁했다. 1970년대 말 KIST의 연구 계약고는 산업계 비중이 68%로 늘었다.

KIST의 활약으로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알려지며 국내 기업들도 하나둘 자체 연구소를 세웠다. 정부출연연구기관도 분야별로 분가해 나가며 오늘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0여개의 연구소가 출범했다.

50여년의 시간이 흐르며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되는 가장 못사는 나라 한국은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앞두고 있다. 가장 빠른 시간안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나라로 모두에게 기적으로 불렸다. 과학기술 강국, 산업 강국 반열에 올랐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개발도상국들의 모델이 됐다. 많은 나라들이 배우겠다며 한국을 찾았다.

베트남은 한국의 과학기술 시작점 KIST 모델을 그대로 배우고 싶다며 지원을 요청해 왔다. 한국의 과학기술 운영과 인프라를 그대로 베트남에 접목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22일 베트남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에서 한국의 대통령과 과학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VKIST(베트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착공식이 열렸다. KIST를 모델로 베트남의 과학 심장을 새롭게 하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에 따라 연구소 이름도 VKIST로 정했다.

◆한국 과학기술발전 모델 그대로 'VKIST'

베트남에 들어설 VKIST 조감도.<사진=KIST>
베트남에 들어설 VKIST 조감도.<사진=KIST>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는 베트남의 미래 과학수도로 건설 중이다. 991만7355m²(300만평) 규모의 부지에 응용연구를 위한 연구소와 대학들이 들어 서게 된다.

VKIST는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 내 부지 23만1404m²(7만평)에 들어선다. 이 사업은 KIST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추진하고 있다. KOICA ODA(공적개발원조) 자금 392억원이 투입되며 KIST는 연구장비와 전산시스템, 역량강화와 공동연구, 컨설팅과 행사 개최 등 연구를 위한 인프라와 운영 전반을 지원하게 된다.

베트남 정부는 응용연구를 위한 연구소 모델로 한국의 KIST의 연구와 운영까지 그대로 배우겠다며 초대 소장으로 금동화 전 KIST 원장을 임명했다.

VKIST 이사회는 이사 전원의 동의로 금 원장을 초대 원장을 지명했고 장관이 승인했다. 금 원장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베트남에 왔다"면서 "KIST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VKIST의 연구성과를 통해 베트남의 산업발전과 미래 성장을 돕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베트남은 그동안 기초연구는 투자(규모는 작은편)했지만 응용연구는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는 산업 발전을 위해 응용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 적극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VKIST는 2019년 6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해외 유능 인력을 VKIST로 유치하기 위해 2배이상 높은 급여 등 파격적 대우를 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에 기반한 자국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VKIST와 연계된 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사업도 신설했다. VKIST가 과학기술 교류와 인력양성의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합의했다. 8차 장관회의를 통해 양국은 협력 확대 의제로 기후기술, 바이오분야, 양국 연구기관 협력 활성화를 선정하고 방안을 구체화 했다.

정부는 신남방 정책 비전에 부응해 아세안 국가와 과학기술 협력관계를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근 국가로 과학기술 외교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을 갖고 베트남 기술혁신 역량 제고, 교통 인프라 공동 사업 발굴과 교류 강화, 5G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에 협력키로 협약을 맺었다.

유영민 장관은 "양국 장관이 과학기술이 경제, 사회 발전의 주요 요인이라는데 공감하고 양국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협력을 확대,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병권 KIST 원장은 "베트남에서는 VKIST를 통해 대한민국의 성공스토리를 구현해 보고 싶다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면서 "서로 여건이 다르지만 KIST의 축적된 연구역량과 노하우가 VKIST에 잘 접목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금동화 원장께서 경험을 살려 잘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고 역설했다.

원광연 연구회 이사장은  "66년 KIST는 원조로 시작했고 우리같은 연구자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면서 "VKIST는 우리의 과기 발전이 베트남에 전달되는 것으로 감개무량하다. 연구는 하드웨어, 조직이외도 연구문화가 중요한데 초대 원장으로 임명된 금 원장님의 열정이 넘쳐 기대가 된다. 베트남 정부도 금 원장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VKIST는 베트남 산업발전을 위해 실용연구에 집중할 것으로 안다. 우리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서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