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2021년까지 5년간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수행
탄소소재·부품 연구개발 및 장비 구축

최근 국내 자동차 제조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차량연비규제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약 이후 세계적으로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규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국산 신형차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단, 안전하고 충격에도 강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되는 금속을 대체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재료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이하 CFRP)'이 주목을 받는다.
 
CFRP는 플라스틱에 탄소섬유를 첨가해 강도와 탄성을 높인 소재다. 탄소섬유의 무게는 강철의 4분의 1 수준이며 강도는 약 10배 더 강하다. CFRP로 만든 부품은 강철로 만든 것에 비해 30~50% 가볍고 1.5~2배 정도 강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CFRP 부품을 적용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BMW사의 i3, i8, 7 시리즈 모델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CFRP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작년 10월, 연구원·기업·대학 등 48개 기관이 모여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출범했다. 사업단은 R&D 과제 11개와 인프라 과제 2개를 수행한다.
 
사업 총괄주관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 C-산업육성센터 전영표 센터장은 "이 사업단은 처음부터 사업화를 목적으로 출발했다"며 "2021년 12월까지 탄소섬유로 차량 부품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종료 후 3년 내에 부품을 실제 판매할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탄소섬유, 강철, 알루미늄을 조합해 만든 BMW 7시리즈. <사진=BMW Group 유튜브>
탄소섬유, 강철, 알루미늄을 조합해 만든 BMW 7시리즈. <사진=BMW Group 유튜브>
 
◆ 탄소섬유 개발부터 자동자 부품 제조까지
 
국내에서 처음으로 CFRP를 사용한 부품은 2014년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올뉴소렌토의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이다. 아직까지 비교적 쉬운 기술로 작은 부분에 CFRP를 활용하는 수준이다.
 
사업단은 CFRP로 만든 부품을 자동차 사이드바디, 트렁크 뚜껑, 서스펜션 모듈, 뒤틀림·진동 방지 부품까지 넓힐 계획이다. 내진이 안 된 오래된 건물 외벽에 붙이는 건축보강용 CFRP 기술도 사업단의 연구 대상이다.
 
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과제도 진행된다. 부품의 원료가 되는 PAN계 탄소섬유와 피치계 흑연섬유 기술 개발, CFRP와 다른 소재를 접합하는 기술, 섬유 재활용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용량 전자기기나 전기차에 사용할 '인조흑연으로 만든 고용량 음극재' 제조 기술도 개발한다.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수송기기의 연비개선, 내구성·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한 탄소복합재 부품과 원가절감을 위한 재료·공정 등을 개발한다. <그림=사업단 제공>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수송기기의 연비개선, 내구성·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한 탄소복합재 부품과 원가절감을 위한 재료·공정 등을 개발한다. <그림=사업단 제공>
탄소섬유를 시제품으로 만들 때 사용하는 장비 인프라는 전라북도와 경상북도에 구축된다. 두 지역은 이전부터 융·복합 탄소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해왔다. 이번 사업은 전북의 '메가 탄소밸리 사업'과 경북의 '융복합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사업'을 합쳐 진행된다.

전북은 섬유에서 중간재를 만드는 장비 4종을, 경북은 중간재를 제품으로 성형하는 장비 7종을 구매할 예정이다. 이 장비들은 장비전문가가 작동·관리하며 R&D 과제를 수행하는 기관들이 자유롭게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R&D 세부과제는 1·2차 자동차 관련 판매업체와 대학 등 4~7개 기관이 팀을 이뤄 수행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수요기업체로서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일부 부품 디자인 설계부터 참여해 부품 완성도를 높이고 이 부품을 실제 자동차 생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화학연 C-산업육성센터는 R&D와 인프라 과제를 수행하는 세부기관들이 과제를 잘 수행하는지 점검하고 제품을 사업화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수요기업체와 세부기관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 차량연비규제 강화···국내 자동차 변화 필요
 
차량연비규제는 공기오염의 주 원인인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 등을 줄이기 위해 외국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유럽 국가, 미국, 일본은 연비 규제를 지키지 못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규제는 단계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아직 규제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해외 규제가 국내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변화가 시급하다.
 
전 센터장은 "최근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수출량이 줄었다"며 "처음에는 CFRP 부품 구매에 적극적이지 않던 기업들이 이제는 스스로 CFRP 관련 기술을 개발할 정도로 상황이 다급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규제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지만 CFRP를 이용해 차량을 생산하려면 전체 설비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고 사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센터장은 CFRP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간 생산되는 수송기기의 1%만 CFRP로 바꿔도 시장 규모가 수백조 원"이라며 "사업에서 개발되는 CFRP 차량 부품을 단일 차종에 적용할 경우 전체 중량의 10% 가까이 경량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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