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공동관리부지와 매봉산에 아파트는 안된다

대덕단지 절대 부족한 공용 및 미래 대비 공간으로 거듭나야
민간 자본 및 구성원들 자금 유치 등 제3의 방안 중지 모아야
세계 최고 혁신 도시로 자리매김 위해 교류 활성화 촉매 역할 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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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봉 기자 - 2018.03.18

대덕연구단지 출범 이래 45년간 겨우겨우 지켜져 온 연구 환경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도룡동에 있는 유일한 공용용지인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와 연구단지의 허파인 매봉산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는 더 이상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는 만큼 땅을 팔아 아파트를 짓고 그 개발이익으로 게스트 하우스 등을 짓겠다는 논리이다. 인접한 매봉산은 2020년 7월에 공원규제에서 풀리는 만큼 소유주들의 난개발이 염려되니 그 전에 공공 수용을 통해 개발하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대덕단지 구성원들은 반대 의향을 밝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파트 건설 반대 서명에 이어 최근에는 연구단지 출연연을 중심으로 땅 1평 사기 약정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45년 역사에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서명 운동을 벌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 그 정도로 지역 문제는 구성원들이 주체가 돼 주도적으로 풀겠다는 의사의 반영으로 해석된다.(1평 사기 온라인 서명)

대덕단지는 5년 뒤면 50년이 된다. 50주년이 국민의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하고, 더 나아가 100주년이 될 때의 모습도 50주년 때에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1973년 설립 당시의 취지를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대덕단지의 기초자는 세 사람이다. 당시 과기처 장관이었던 최형섭 장관, 구체적 설계자였던 오원철 청와대 경제 2수석, 총지휘자였던 박정희 대통령 등이다. 그 가운데 최 장관이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란 회고록에 대덕단지에 대한 구상과 기대를 남겼다. 이를 옮겨본다.

"대덕단지는 연구소와 대학이 공존하는 지적 공동체를 형성하여 시설과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는 연구단지의 본질적인 이념이 구현되도록 종합적으로 계획되었다. 그 특성으로는 첫째 두뇌 도시로서 연구와 교육이 도시의 핵심 기능을 이루고 여러 전문분야의 과학자, 기술자가 두뇌집단을 형성하여 협동 연구가 가능하도록 도시 공간이 구성 배치되었다. 둘째 이러한 두뇌 업무가 주축이 되기 때문에 자연히 생산 녹지와 자연경관을 최대한으로 보존하고 건물과 구조물은 이에 조화되도록 설계함으로써 사색하는 환경을 가진 공원 도시로 계획되었다..."

"국내 최대규모의 연구단지인 대덕에 새롭게 기대를 걸며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본다. 먼저 멋진 건물이나 값비싼 시설을 생각하기에 앞서 우수한 인력의 확보와 올바로 연구하는 기풍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허름한 건물이나 시설에서도 열의와 성의를 다하는 연구원들이 있으므로 해서 뛰어난 업적들이 쌓이는 외국의 사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어떤 곳이건 미련할 정도로 밤낮없이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자세가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연구단지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자율적인 협동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인력의 효율적인 이용과 연구소 간의 다양한 교류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본래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연구소가 가진 능력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체제 확립이 필요하다. 형식상의 교류가 아니라 내용적으로 연관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체제는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대덕단지의 현 모습은 초기 취지에 비교해 어떠할까? 공간 구성과 같은 하드웨어는 취지대로 되었으나 두뇌 집단의 역할이란 소프트웨어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그나마 지켜져 온 녹지와 자연경관도 사유지란 이름으로 난개발이 이뤄졌다.

특히 대덕단지의 중심 거주지인 도룡동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3층이 최고층이었던 곳에 10층이 넘는 건물들이 잇달아 들어섰다. 저층 아파트들은 앞다퉈 고층으로 재건축을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엑스포 과학공원 부지에 신세계 등이 입주할 예정이 되며 주변 부동산이 들썩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덕단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며 드디어 일부에서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대덕단지는 일본 쓰쿠바와 미국 리서치 트라이앵글, 러시아 아카템 고로독, 독일의 각 연구소 소재 지역 등등과 비교했을 때 이들 지역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뒤지지 않는 환경이다.

빼어난 녹지에 각종 연구기관이 집적돼 있는 점이 특히 장점이다. 어느 지역도 이렇게 밀집된 환경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연구소 간의 교류와 협업이란 숙제가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으로 볼 때 이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가운데 녹지가 훼손되고 주거지역 등이 점점 연구단지 안으로 밀고 들어올 경우 그 생태계 파괴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 때문에 눈앞만 보지 말고 100년, 200년 뒤를 내다보며 판단을 내려야 한다.

◆ 상상력 천국으로 만들어 300년 뒤 후손에 큰 선물을

충남 태안에 가면 천리포 수목원이란 곳이 있다. 벽안의 귀화 한국인인 민병갈 박사가 50세 이후 평생의 사업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 분이 돌아가시며 유언을 남겼다. 천리포 수목원은 자기를 받아준 한국을 위해 300년 뒤를 내다보고 남긴 '선물'이라고.

왜 한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은 300년이란 긴 시간을 내다보고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후손들에게 선물도 남긴 것일까? 그에 비해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눈앞의 이득에 팔리고 후손들에게 선물은커녕 있는 것도 훼손시키려는 것일까?

원자력연 경우처럼 나중에 들어선 아파트 주민들이 주인 행세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자력원이 세워진 한참 다음에 세워진 테크노밸리의 관평동 주민들은 후쿠시마 사태로 방사능 문제가 이슈화되자 원자력연이 위험 시설이라며 나가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매봉산에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이런 님비 현상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녹지에 아파트가 세워지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건설업자들과 이해 관계자들은 또 다른 공간에 아파트를 지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야금야금 연구단지 자연환경이 훼손되면 연구단지의 특성은 사라지고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삭막한 도시가 등장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연구단지가 무너지면 후손들에게 선물은커녕 황량한 풍경만 남겨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최근 미국·유럽·일본 등 과학 선진국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나르는 자동차 혹은 자율비행기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이어 육상에서 공중으로 경쟁 무대가 바뀌고 있다. 이런 새로운 상상력은 과학자들이 모여서 놀기도 하고 농담도 하는 가운데 나온다.

의기투합해서 낯선 것을 시도하는 환경이 갖춰지며 미래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 대덕은 이럴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과기부나 대전시 등 행정 주체와 연구단지 의사결정권자들은 이곳에 아파트를 지느니 마느니 하고 눈앞의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설립자들이 말했듯이 최고의 두뇌 집단으로서 유기적으로 기능하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주력해야 한다.

◆ 세계적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도록 발상의 전환을

이 연장선상에서 아파트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하며 이곳을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공간으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간 매각을 통한 아파트 건설이 아니라 민간 투자 유치 및 연구원들의 투자 참여 등을 통한 공용공간으로의 재탄생 방안도 제기된다.

아파트가 아닌 커뮤니티 센터 및 코워킹 스페이스, 벤처 집적 시설 등으로 만들어 대덕에서 나온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글과 애플, 아마존, 소프트뱅크, 스페이스X 등 외국사는 물론이고 국내의 삼성이나 네이버 등도 이곳에 거점을 마련하고 대덕과 함께 발전하고자 할 것이란 구상이다.

세계적 혁신도시는 후손들에게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용관 대표는 구체적 안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있어야 한다. 현재는 과제에만 관심을 갖고 그러다 보니 샐러리맨이 돼가고 있다. 과학자는 지식인이다. 학위만 갖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에 역할을 다하는 존재가 진짜 지식인이다.

사람이 공동체를 키우고 그 공동체가 사람을 보호한다. 대덕단지는 1만5000여 명의 과학자들이 반경 10km 내에 존재하지만, 교류는 거의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출입증 하나로 연구원 및 식당 출입이 가능해져야 한다.

건물 출입은 허가를 받지만, 산책이나 식사를 다른 연구소에 가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공간과 다른 사람은 다른 생각의 출발점이다. 이런 환경을 만드는데 연구원들 스스로가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 만들어주면 하고, 만들어주지 않으면 체념하는 현재의 무관심은 더 이상 지속하면 안된다.

한국 사회에 새로운 차원의 사고를 외치는 최진석 건명원 원장은 '지식 생산'이 우리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외국의 이론을 기반으로 응용과 약간의 변용 등 지식 소비로는 중진국까지는 가능하지만, 선진국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이 지식 생산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덕의 과학자들이 중요하고, 대덕의 과학자들이 그동안 세계에 없는 생각을 해주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만나고 이야기하고 놀아야 한다.

공동관리 아파트 부지와 매봉산은 대덕의 과학자들이 스스로의 운명에 스스로가 주인임을 선언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샐러리맨 연구원을 벗어나 새로운 지식에 도전하는 과학자로서의 본 모습을 찾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왜 연구하고,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같은 과학자로서의 연대가 갖고 올 이득은 무엇인지,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교류를 통해 배우고, 선진국 사람들도 생각 못 한 것을 구상하고 현실화시켜 세계를 리드하는 것의 짜릿함을 이제는 느낄 여건이 마련됐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데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보듯이 우리의 위상은 이미 세계 수준급이 되었다. 이제는 과학이 화룡점정을 찍을 차례다.

대덕의 과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공동체 문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자신의 연구에도 진력할 때 45년간 쌓인 내공이 빛을 발할 것이다. 공동체 문제 해결에도 솔선하고, 세계 최고 연구 성과도 내는 성숙된 대덕 과학자들의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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