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 ⑪] 김튼튼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위원
"젊은 과학은 자율성 보장이다"···"무모해 보여도 도전해야 성과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편집자의 편지]

수백 명의 시선이 무대 한 곳으로 집중됐다. 영화 촬영장에서나 볼 법한 무인 카메라 크레인(지미집)도 그를 향했다. 예상치 않던 스포트라이트에 입술은 바짝 마르고 두 다리는 떨려왔다. 머릿속은 순간 백지상태가 됐지만 마음을 다 잡았다. 준비한 말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지난해 6월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위해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7'에 젊은 과학자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 김튼튼 IBS 연구위원. 정부와 학계는 물론 정부출연연구기관, 사회문화계 인사의 주목을 받은 그는 청년 과학자의 눈높이에서 과학정책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었다.  

"사실 그리 큰 무대인지 몰랐습니다.(웃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제게 쏠렸죠. 원로 교수님도 계시고, 처음 본 지미집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기억하지만 당신엔 너무 떨렸죠."

김 연구위원은 당시 젊은 과학자를 위한 중·장기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젊은 연구자가 '과학자'를 포기하지 않고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과학자라면 과학 하는 사람이 아닌 국책연구소 연구원이나 대학교수를 지칭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연구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저도 박사를 졸업한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정규직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연구를 그만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발언은 포럼 이후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됐다. 당시 "박사 되면 뭐하나~" 라는 타이틀로 주요 일간지를 장식하며 비정규직 연구자의 아이콘(?)이 됐다는 그를 수원에 있는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연구실에서 만났다. 

김 연구위원은 "후배들이 박사 되면 뭐하냐고 놀린다. 비정규직 젊은 과학자를 대표하는 것처럼 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과학자라면 누구나 독립된 연구자로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실현해보고자 하는 꿈을 꾼다"며 "젊은 과학자의 창의적이고 패기 넘치는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젊은 과학 시리즈에 빠질 수 없는 질문인 "젊은 과학은?" 이라는 질문에 미리 생각을 했다는 듯 "자율성 보장이다"라고 답한 김 연구위원. 그는 젊은 과학자의 장점은 열정과 패기가 있다는 것으로 무모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연구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실패하더라도 논문이 안 나오더라도 일단은 연구를 할 수 있어야 알 수 있잖아요. 연구를 할 수 있어도 결과도 나올 수 있는 거죠."
젊은 과학 시리즈에 빠질 수 없는 질문인 "젊은 과학은?" 이라는 질문에 미리 생각을 했다는 듯 "자율성 보장이다"라고 답한 김 연구위원. 그는 젊은 과학자의 장점은 열정과 패기가 있다는 것으로 무모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연구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실패하더라도 논문이 안 나오더라도 일단은 연구를 할 수 있어야 알 수 있잖아요. 연구를 할 수 있어도 결과도 나올 수 있는 거죠."
◆ "연구하고 싶어 연구하며 다음 둥지 준비"

그가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IBS의 '영사이언티스트펠로십(YSF)' 1기에 선정된 이유가 컸다.  

박사 학위 취득 후 5년 이내 또는 만 40세 미만 박사를 대상으로 하는 YSF는 연간 1억5000만~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젊은 연구자에게 희망과 같은 지원프로그램이다. 7명을 뽑았던 1기에서 지원의향서가 134건이 접수, 17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YSF에 뽑힌 다른 분들보다 연구를 빨리 시작한 편이에요. 운이 좋게도 무대에 서는 기회도 얻게 됐고요. YSF는 젊은 연구자들이 맘껏 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기에 많은 이들이 지원을 하고 싶어 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젊은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다. YSF 이전에는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을 통해 영국 버밍엄대에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후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마리퀴리 펠로십(MarienCurie Fellowship)으로 연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연구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다닌 김 연구위원. '철새' 처럼 둥지 찾기에 바쁘지만 좋아하는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 말한다. 

"펠로십 지원 프로그램은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지원을 받는 상태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찾는 거죠. 연구를 병행하며 해야 하기에 결코 쉽지는 않아요.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도 마리퀴리 펠로십도 한 번씩 떨어지고 두 번째 성공했어요."

YSF를 준비하면서도 영국,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지원 프로그램을 살폈다. "연구를 지속하려면 연구를 하면서도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해요. 펠로십은 타국에서도 주도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에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가능성을 열어 뒀었죠."

이런 그의 경험 탓에 후배들도 종종 펠로십 지원 요령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김 연구위원은 "모르는 후배도 펠로십에 대해 묻는 메일을 보내온다. 젊은 연구자라면 다 같은 마음이기에 성심껏 도와준다"며 "후배들에게 연구제안서를 국문과 영문으로 모두 준비하라 한다. 떨어져도 한번 작성한 제안서는 본인의 자산이니 실망하지 말고 다음을 위해 정리하고 수정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 자연계에 없는 특성 지닌 '메타물질' 연구 도전 중 

김 연구위원이 몸 담고 있는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내에 위치해 젊은 연구자들이 유독 많다. 셔터 소리에도 웃음 짓던 이들은(첫번째 사진 기준으로 왼쪽부터) 석진봉 박사과정, 김튼튼 연구위원, 김태수 박사과정, Wei Xu 석사과정, 진영조 박사과정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 연구위원이 몸 담고 있는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내에 위치해 젊은 연구자들이 유독 많다. 셔터 소리에도 웃음 짓던 이들은(첫번째 사진 기준으로 왼쪽부터) 석진봉 박사과정, 김튼튼 연구위원, 김태수 박사과정, Wei Xu 석사과정, 진영조 박사과정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그는 '메타물질'을 연구 중이다. 메타물질은 자연에서 발생되지 않는 특이한 광학적 성질을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계된 물질로 그린 그래핀과 메타물질을 결합해 실생활에 활용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민범기 KAIST 교수진과 장슈앙(Shuang Zhang) 영국 버밍엄대 교수진과 함께 상용렌즈의 1000분의 1 두께로 얇으면서도 집속된 빛의 세기까지 제어 가능한 '그래핀 메타렌즈' 기술을 개발했다. 

25㎛(마이크로미터) 두께지만 빛의 위상을 조작해 빛을 집속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적용했다. 기존의 3차원 메타물질에 비해 전달 손실이 매우 낮아 초박형 카메라, 현미경 등에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연구 성과는 광학 분야 전문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Advanced Optical Materials)'에 실렸다. 

김 연구위원은 "상용 테라파 렌즈 두께가 센티미터급이지만 이번에 구현한 그래핀 메타렌즈는 25마이크로미터 두께"라며 "그래핀과 결합해 비교적 간단한 전압으로 빛의 세기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만큼 초소형 광학기기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빛(광자)에 매력을 느낀 것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와 같은 특성을 빛이 지녔기 때문이다. 석사 때 광결정(Photonic Crystal) 연구를 하며 특이한 광학적 현상에 대한 흥미가 커졌고, 자연계에서는 얻을 수 없는 음굴절 현상,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투명망토 등을 구현할 수 있는 메타물질로 관심이 옮겨졌다.  

"민 교수님 밑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을 하며 메타물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어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메타물질처럼. 안 되는 건데 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버밍엄 대학에서는 새로운 콘셉의 메타물질 디자인을 접목시켜 연구했어요."

포닥으로 8년 넘게 연구를 이어가며 언제나 힘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동료와 스승이었다. 

"처음으로 그래핀 메타물질을 만들어 측정을 했는데요. 측정값이 예상과 달라 심적으로 힘들었었는데요. 결과를 갖고 동료들과 함께 이유를 찾다 그래핀이 갖는 결함 때문에 생기는 이력현상임을 알게 됐죠. 이후 동료들과 이력현상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강유전체 물질과 결합해 메모리 메타물질을 개발하게 됐어요. 협업이 아니었다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어요."

스승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누구보다도 많다. 그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일으켜 세워준 이들이기 때문이다. 지도교수였던 김재은 전 KAIST 물리학과 교수, 나노광학의 선구자인 이용희 전 KAIST 물리학과 교수, 메타물질 연구를 이끌어준 민범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등. 

"연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즐거울 때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죠. 교수님들은 제가 힘들 때마다 격려해주시고 힘내라고 기운을 불어 넣어주세요. 과학자로서의 업적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셨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으로 극복해라 이겨내라 하시는 게 아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도 그분들처럼 후배를 격려하고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그는 메타물질을 응용한 연구에 도전해 나갈 계획이다.  

"YSF는 3년 후 평가를 통해 2년을 더 보장 받을 수 있어요. 정착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자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연구 자체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복잡한 양자역학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던 재미있는 물리적 현상을 메타물질에 접목해 구현이 가능케 하는 등 새로운 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 작게나마 학계와 인류에 공헌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김 연구위원의 이름만큼이나 '튼튼'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힘찬(김 연구위원 아들 이름)' 에너지를 뿜는 과학자로 대성하길 기대해 본다.   

 연구실이 단촐하다는 기자의 말에 "빌려쓰는 곳"이라고 웃으며 답하는 김 연구위원. 좋아하는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 말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연구실이 단촐하다는 기자의 말에 "빌려쓰는 곳"이라고 웃으며 답하는 김 연구위원. 좋아하는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 말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 김튼튼 IBS 연구위원은 
 
조선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김 연구위원은 KAIST 석박사 통합과정을 졸업하고 포닥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 '유럽연합의 마리퀴리 펠로십', IBS의 '영사이언티스트펠로십'에 선정, 자연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성을 지닌 메타물질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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